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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영화 <버블 패밀리>와 <미래의 미라이>가족에 대하여
가족의 역사를 안다는 건 곧 내 역사의 일부를 이해하고 아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좋든 싫든 부모의 삶과 연결된다고 말하는 영화 두 편이 개봉한다. 한 편은 마민지 감독의 사적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이고, 다른 한 편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판타지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다. 영화의 온도나 스타일은 사뭇 다르지만 두 영화는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의 역사를 들여다본다는 것 혹은 가족의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한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원대한 꿈을 꾸던 청년이었고, 또한 서툰 게 많은 초보 부모였다고 말하는 두 영화의 시점이 자식이라는 것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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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영화 <버블 패밀리>.

사적이지만 보편적인 가족의 이야기마민지 감독의 <버블 패밀리>

<버블 패밀리>는 마민지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자신과 부모님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은 사적 다큐멘터리다. 한 가족의 미시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거시사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으로, 제목에서 짐작 가능하듯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의 흥망성쇠를 경험한 한 가족이 주인공이다. 마민지 감독은 “우리 가족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해”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부동산 개발 붐으로 몇 년 사이 집값이 몇 배로 뛰는 경험을 한 감독의 부모님은 울산 생활을 접고 서울로 와 소규모 건설업에 뛰어든다. ‘집 장사’로 돈을 꽤 벌었던 가족은 손쉽게 중산층 대열에 합류했고, 이른바 잠실의 아파트 키드로 자란 마민지 감독은 엄마의 홈비디오 속에서 마냥 행복하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순식간에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 감독의 가족도 많은 빚을 안고 월세 집으로 이사를 간다. 그리고 15년째 그 월세 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는 이미 너무 늙어버렸고, 부동산 텔레마케터로 일하는 어머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힘이 든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못한다.
부동산 신화는 옛 이야기가 돼버렸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그 달콤한 맛을 기억하고 신화를 좇는다. “거품이 꺼져도 결코 지지 않는 욕망의 도시 서울”에서 감독의 부모님은 부동산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마민지 감독 또한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자신의 신세가 부모님 ‘때문’이라며 원망을 숨기지 않는다. 더불어 부모님이 남몰래 자신을 위해 남겨둔 땅이 있음을 알고는 “이상하게 나의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버블 패밀리>의 재미도 바로 이 놀랍도록 솔직한 접근과 태도에 있다. 감독의 카메라는, 감출 것도 없고 부끄러울 것도 없다는 태도로 가족의 과거와 현재를 정면으로 비춘다. 그 어떤 미화의 필터도 없이. 그것이 곧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자 우리의 또 다른 자화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가장 사적이지만 가장 보편적인 가족의 이야기가 <버블 패밀리>에 담겨 있다.

가족의 역사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미래의 미라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함께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계를 이끌고 있는 대표 감독이다. 과거로 시간 이동하는 소녀의 이야기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를 시작으로, <썸머워즈>(2009), <늑대아이>(2012), <괴물의 아이>(2015)까지 개성 강한 판타지 드라마를 꾸준히 선보였다. 인간의 세계와 그 너머의 세계(게임 속 세계, 괴물의 세계 등)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공간으로 관객을 인도하는 호소다 마모루의 영화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언제나 판타지다. <미래의 미라이>도 마찬가지다. 리얼리티 육아 드라마처럼 흘러가던 영화는 이내 가족 판타지 드라마로 변모한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개인적인 육아의 경험에서 비롯한 경이로움이 이 작품의 시발점이었다고 밝혔지만, 판타지를 작동시켜 건네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내 가족의 역사 마주하기’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의 주인공은 4살짜리 쿤(가미시라이시 모카)이다. 어느 날 쿤에게 동생이 생긴다. 꼬물거리는 신기한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도 잠시, 엄마(아소 쿠미코)와 아빠(호시노 겐)의 관심이 온통 여동생 미라이에게 집중되자 쿤은 동생에게 질투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쿤의 눈앞에 훌쩍 자라 중학생이 된,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구로키 하루)가 나타난다. 쿤과 미라이는 함께 시공간을 초월하는 여행을 하게 되고, 부모님의 과거는 물론 증조할아버지의 과거까지 조우한다. 외로웠던 어린 시절의 엄마와 함께 놀면서, 쿤은 나만 외로운 것이 아니라고 어렴풋이 느낀다. 가족의 시간은 그렇게 하나하나 중첩된다. 관객은 그 중첩된 시간의 나이테를 바라보며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언급했다시피 영화 초반과 중후반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데,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영화 초반의 육아 장면이나 아이들의 행동 묘사가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다. 동생을 둔 이 세상의 모든 첫째들 그리고 육아의 고충을 경험한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라면 특히 공감할 지점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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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영화 <미래의 미라이>.

글 이주현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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