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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연극 <레드>와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실화의 재구성
실화를 소재로 한 연극과 뮤지컬 두 편이 새해 무대를 달군다.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의 씨그램 일화를 다룬 연극 <레드>와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유작 반환 소송을 그린 창작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인생>(이하 <hope>)이다. 실화 소재 작품은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아 관객의 몰입과 공감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실화라고 해서 사건과 인물을 그대로 옮기진 않는다. 사건만 차용하거나 사건을 겪은 이의 심리 변화에 주목하거나, 허구의 인물을 끼워 넣어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연극 <레드>와 뮤지컬 <hope> 역시 익히 알고 있던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만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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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극 <레드>.

마크 로스코는 왜 벽화 계약을 파기했을까?연극 <레드> 2019. 1. 6~2. 10,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극 <레드>는 색면추상의 대가로 알려진 화가 마크 로스코와 그의 조수 켄과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이다.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초연된 뒤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로스코는 정식으로 미술 수업을 받은 적은 없지만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작품을 선보여 뉴욕 화파의 중심이 된 전지적 인물이다. 1970년 스튜디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20년간 색면추상화를 그렸다. 극도로 절제된 수평구도 속에 밑에서부터 색이 배어나오도록 여러 겹 칠한 복잡한 색면이 작품의 특징이다. 그의 작품은 말년으로 갈수록 회색, 검은색 등 어두운 색조를 띠었는데 사망한 해인 1970년에는 강렬한 붉은색이 가득한 <무제>를 그렸다. 연극의 제목은 여기서 착안했다.
연극은 로스코가 1958년 뉴욕 씨그램 빌딩에 있는 한 호화 레스토랑으로부터 벽화를 의뢰받아 작업하다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한 사건을 두고 ‘도대체 그가 왜 그랬을까’에 집중한다. 작가 존 로건은 실제 로스코가 했던 이야기들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하고 가상인물인 조수 켄을 등장시켜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를 좇는다. 배우의 몸을 빌려 무대 위에서 부활한 로스코는 확고한 신념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켄에게 몰아붙인다. 켄은 스승의 엄격한 작가정신이 답답하기만 하다. 스승을 깊이 존경하지만 틀 밖의 새로운 생각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예술과 철학 등을 논하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 대화를 이어간다.
한 시즌을 제외하고 초연 때부터 로스코 역할을 맡은 배우 강신일은 “말년으로 갈수록 로스코의 삶에선 레드를 찾기 어렵고, 블랙이 자꾸 끼어든다. 로스코는 어느 순간 블랙이 레드를 삼켜버릴까 두려워하는 인물”이라고 배역을 설명한다.
연극 <레드>는 젊은 세대인 켄과 기성세대인 로스코의 대립 구도를 통해 신구세대의 대립을 은유하기도 하지만 철학적 언어만 난무하지는 않는다. 그림을 활용한 시각적인 즐거움도 겸비했다. 두 사람이 대사 없이 붉은색 물감으로 1분 30초 만에 사람 키만 한 캔버스를 메우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법적 다툼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인생> 2019. 1. 9~1. 20,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소설 <변신>으로 유명한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20세기 문학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손꼽히지만 살아생전 빛을 보지는 못했다. 그의 작품은 죽은 뒤에야 재평가됐고, 그는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떠받들어졌다. 더불어 미발표 원고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카프카는 죽으면서 자신의 모든 원고를 태워달라고 유언했지만 그의 친구이자 작가인 막스 브로트는 그 유언을 따르지 않고 그의 비서인 에스더 호프와 함께 <소송>, <아메리카>, <성>을 출간했다. 카프카의 미완성 작품과 편지 등을 보관하고 있던 브로트는 죽으면서 호프에게 카프카의 원고 일체를 남겼다. 호프 역시 죽음을 앞두고는 자신의 두 딸에게 원고를 유산으로 전달한다. 호프가 죽은 지 2년이 지난 2009년,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은 호프의 두 딸을 상대로 카프카 원고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법적 다툼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법정극 형태인 창작 뮤지컬 <hope>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실제 사건과 동일하게 현대 문학 거장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호프의 재판을 다루는데, 접근하는 시각을 달리했다.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호프 중 누가 원고 소유의 정당성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원고를 30년간 지켜온 여성, 호프에 주목한다. 호프가 어떻게 원고를 만났는지, 원고 때문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 원고를 왜 지키려 했는지, 결국 원고가 호프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심도 있게 조명한다.
뮤지컬은 여기에 가상의 인물도 등장시킨다.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 K다. K는 쓰였지만 한 번도 읽히지 않은 원고, 그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은 인생의 주인공을 대변한다. <hope>는 ‘2018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뮤지컬 부문에 선정되었으며 심사위원들에게 “법정극 형태이면서 배우가 카프카의 원고를 의인화하여 표현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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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인생>.

글 김미영 한겨레 기자
사진 제공 신시컴퍼니, 알앤디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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