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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암스테르담 예술기관 탐방더치(Dutch)식 공간 사용법
2018년 11월 말, 네덜란드 문화부와 외무부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국제문화협력센터, 더치컬처(DutchCulture)의 방문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암스테르담에 다녀왔다. 하루에 서너 기관씩 10개도 넘는 공간을 방문했는데, 인상적인 것은 공간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공간 사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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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더치컬처 임대 공간, 사무실, 자료실.

건물주가 누구든 상관없어! 서로 나눠 쓰는 단순하고 가벼운 공유 공간

‘한국의 빛’이란 제목으로 서울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사업 설명을 하는 자리였다. 장소가 더치컬처가 아니라 괴테하우스로 나와 있어 의아했다. 더치컬처는 변변한 자체 공간 없이 17세기 귀족의 사저였음직한 건물을 임대하여 쓰고 있었다. 부서 사무실도 마치 공유 오피스처럼 유연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100여 명의 사람들을 맞기엔 공간이 부족해 인근의 괴테하우스를 사용한 것. 우리 같으면 ‘주관처가 괴테하우스인 줄 알면 어쩌나’ 하는 우려로 남의 공간에서 열기 어려울 텐데, 암스테르담에서는 이런 일이 자연스럽다. ‘공간 주인이야 아무렴 어때? 이용자가 모이기 좋고 찾아오기 좋으면 그만이지!’ 더치컬처식의 실용적인 공간 사용법이 섹시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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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AS학교 전경.(출처 공식 페이스북)

5. DAS학교 작업실.

뻥 뚫린 높고 넓은 공간, 단 한 명의 아티스트가 써도 괜찮아

두 번째로 놀란 곳은 DAS Graduate School(이하 DAS학교)였다. DAS학교는 암스테르담 예술대 연극·무용 아카데미(Academy of Theatre and Dance)에서 2016년에 만든, 네덜란드 최초의 공연예술 분야 개발과 연구를 위한 석사 및 박사학위 과정이다. DAS Theatre(연극), DAS Choreography(무용), DAS Research(연구) 및 DAS Creative Producing(크리에이티브 제작) 전공이 통합적으로 구성되어 워크숍 중심으로 다양하게 운영된다. 고전적인 학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술, 과학, 교육, 사회가 동시대 의제를 가지고 환대의 공간으로 변신하는 곳이다.
게다가 그 좋은 시설, 그 넓은 스튜디오에 단 한 명의 아티스트가 작업하고 있어도 ‘이용률이 저조하다, 공간 가동률이 낮다’며 지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정량적인 평가 기준조차 없다. ‘마음껏 창작해! 무엇이든 상상해봐! 가능하도록 우리가 도울게!’ 서로 믿고 지지하는 마음이 몰랑몰랑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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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국의 빛’이란 제목으로 서울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사업을 설명했다.(출처 DutchCulture)

7. 라익스아카데미 벽 포스터와 거리 홍보판.

8. 라익스아카데미 모습.(출처 공식 홈페이지)

공간을 넘어 네트워크로, 일정까지 모두가 누리도록 공유하고 협력하는 질서

공연예술 분야에 DAS학교가 있다면 시각예술 분야에는 오래전부터 라익스아카데미가 있었다. 1870년에 세워진 왕립학교로 몬드리안 등 유명 화가를 배출한 곳인데 1980년부터 국제적인 레지던시를 표방하며 약 60개의 스튜디오와 5개의 프로젝트 룸, 도서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서로의 작업 과정을 개방하고 공동 작업을 하면서 상호 간의 교류를 촉진하여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디지털 등 기술지원 및 과학자, 철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다국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언가 그룹(Advising Group)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내가 놀란 것은 현대미술 레지던시 스튜디오의 오픈하우스 일정이었다. 들쭉날쭉한 게 아니라 암스테르담 예술주간이 열리는 11월 마지막 주간이면 해마다 1년에 단 한 번 라익스아카데미 스튜디오가 열린다는 전통을 오래전부터 만들어온 것. 직접적인 비교는 적절하지 않겠지만, 과연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나 고양 레지던시, 혹은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스튜디오 레지던시의 오픈 스튜디오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이나 미술주간에 일제히 열자고 하면 가능할까?
새해, 생활SOC 사업이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부디, 생활SOC 사업에 더치식 공간 사용법을 적용하여 사업 주관자가 아니라 이용자 중심으로, 공간 하드웨어 중심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운영할 사람 중심으로, 그리고 중구난방식 정보에서 일관된 정보 전달 체계로 전환되길 바란다.

글 오진이 서울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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