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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수유너머104 + 소네마리일상과 예술이 공존하는 자유로운 실험공간을 꿈꾸다
연희동 언덕에 올라탄 건물 모퉁이를 바라보면, 독특한 형태의 간판이 눈에 띈다. ‘수유너머104’. 인문학 공동체로 잘 알려진 ‘수유너머’는 지난 2017년 서대문구 연희동 104고지 인근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이름을 ‘수유너머104’(이하 수유너머)로 새롭게 바꾸었다. 그리고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과 협력하여 복합공간 ‘소네마리’를 열었다. 4마리의 소를 뜻하는 ‘소-네-마리’는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는 전시장(첫 번째 소), 몸으로 하는 모든 행위를 실험하는 댄스플로어(두 번째 소), 렉처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강연과 토론의 장(세 번째 소), 영화나 연극, 음악 등의 공연장(네 번째 소)으로 활용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일상과 예술을 결합하는 공동체

지난해, ‘수유너머’는 연희동으로 이사를 앞두고 공동체에서 활동하던 설치미술가 홍이현숙 씨와 전시기획자 박수진 씨에게 복합공간 운영을 제안했다. 20년 넘게 미술계에 몸담은 현장 전문가인 두 사람은 각각 대표와 디렉터로 역할을 분담했다. 하지만 소네마리의 실질적인 살림은 수유너머 공동체를 구성하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간판을 만들어 달고, 전시장 창문을 막아 가벽을 세우고,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설치하는 등 인테리어 공사도 손수 마쳤다. 각 전시마다 코디네이터를 자원하는 수유너머의 연구원들이 있고, 홍보 역시 수유너머 홈페이지를 비롯해 회원들의 개인 블로그나 SNS를 이용한다. 작품을 설치할 때도 직접 일손을 도우며, 오프닝 행사에 필요한 음식과 물품은 선물 형태로 십시일반 채워진다. 그래서일까? 행사 당일의 풍경은 여느 전시장과 사뭇 다르다. 일반적인 오프닝이 작가가 마련한 행사에 초대받아 오는 자리라면, 소네마리의 오프닝은 함께 준비한 작가와 회원 모두가 서로 격려하고 축하하는 자리다. 동네 ‘잔치’인 셈이다. 수유너머의 공동체 문화가 있기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덕분인지 회원들은 예술이 일상과 하나 되는 풍경에 익숙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흰 벽조차 낯설어하던 회원들이 이제 조형작품이 설치된 탁자에 앉아 강연을 듣고 식사를 할 정도로 자연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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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7년 6월 27일 열린 소네마리 개관전 <개소를 위한 우정> 전경.

2 소네마리 <신진작가 릴레이 개인전> 중 홍양무현의 <통점> 전시.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는 예술 실험실

소네마리가 지향하는 공간의 핵심은 바로 ‘실험’이다. 박수진 디렉터는 ‘실험’에 대한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먼저 수유너머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장르의 경계를 넘는 실험을 담고 싶어요. 인문학 연구 공동체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거든요. 문학, 음악, 건축, 영화, 무용 등 폭넓게 걸쳐 있어요. 예술이 늘 냉철한 비평의 대상이 되는 공간에서만 소개되는 건 아니잖아요. 완성된 작품이 아니어도, B급이어도 새로운 시도를 담은 작업을 편안하게 선보일 자리가 필요하더라고요.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인문학과 예술의 접점을 찾아가는 새로운 형태의 실험도 가능하리라 기대해요.”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10월에 선보인 이수영 작가의 <렉처퍼포먼스_포럼>은 소네마리가 추구하는 실험정신이 돋보인 자리였다. 공간에 얽힌 귀신 이야기와 위안부 문제를 강연 형태의 퍼포먼스로 재구성한 것이다. 전문 배우와 작가를 비롯해 수유너머의 외국인 회원들이 함께 참여하여 허구와 사실, 과거와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퍼포먼스로 완성했다. 소네마리이기에 가능한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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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이수영 작가의 <렉처퍼포먼스_포럼>.

헛발질할 수 있는 복합공간을 꿈꾸다

소네마리는 공동체의 힘으로 운영되는 공간이지만 울타리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곳을 거친 창작자들이 인정을 받고 여러 지원사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 일찌감치 비영리공간 등록도 마쳤다. 올해 1월부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전시공연 후원작가 공모’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8년 공모에 선정된 이승연 작가의 전시는 10월 중 선보일 예정이다.
소네마리는 ‘전시장이 된 미장원’ 비컷, 카페 보스토크, 네오룩 등 인근의 문화예술 공간과도 교류를 나누고 있다. 특히 주요한 미술 온라인 포털 중 하나인 네오룩은 소네마리의 전시 홍보를 적극적으로 후원한다. 향후에는 연희동, 연남동 등으로 시야를 넓혀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협력하길 기대하고 있다.
마을 주민이나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작품을 감상하고 전시도 할 수 있는 문턱 없는 공간을 꿈꾸는 박수진 디렉터. 그는 마지막으로 소네마리의 실험에 대한 바람을 이렇게 설명했다. “다양한 대안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해봤지만, 항상 특정 장르에 집중된 공간이 되더라고요. … (장르에 관계없이) 누구든 와서 헛발질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어요. 젊은 작가들에게 강의할 때 힘든 부분 중 하나가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하다는 거예요. 사실 과학자들도 매일 실패하잖아요. 그 실패를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가 성공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에도 그런 실험공간이 분명 필요해요. 비난이 아니라 흐뭇하게 기다려줄 수 있는 공간이요. 우리는 실패하더라도 박수를 쳐줘요. 여기 아니면 어떻게 해보겠냐고 응원하는 거죠.” 소네마리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복합공간’으로 성장하길 응원한다.

글 방유경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
사진 제공 소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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