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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뮤지컬 관람료 상승을 둘러싼 우려대중이 볼 수 없는 대중예술?
뮤지컬 티켓 15만 원 시대가 오는 걸까? <웃는 남자>, <지킬 앤 하이드>가 주말·평일 차등 정책을 도입하면서 뮤지컬 관람료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두 작품은 주말·휴일 관람료를 1만 원씩 인상해 최고 좌석 가격을 15만 원으로 책정했다. VIP석 비중도 과거보다 늘어 관객 부담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출연료 등 제작비 상승이 관람료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수익성 악화된 제작사, 평일·주말 차등 ‘고육책’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는 지난 7월과 8월 예술의전당 공연과 9월 5일부터 재개된 블루스퀘어 공연의 금∼일요일·공휴일 관람료를 R석 15만 원, S석 13만 원, A석 9만 원, B석 7만 원으로 책정했다. 6만~14만 원인 화∼목요일 관람료보다 1만 원씩 비싸다. 배우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가 출연하는 <지킬 앤 하이드> 역시 금∼일요일과 공휴일의 티켓 가격이 최저 7만 원, 최고 15만 원으로 화∼목요일보다 1만 원씩 높다
대극장 뮤지컬 최고가는 5~6년 전부터 최근까지 13만 원선에서 유지됐다. 그러다 대형 작품과 투어 작품을 중심으로 최고 14만 원 좌석이조금씩 등장하면서 VIP석을 14만 원에 판매하는 흐름이 일반화됐다.
관람료 상승에 더해 ‘툭하면 VIP석’인 객석 등급도 관객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관객은 “1층 중간열 이상에선 배우 얼굴도 안 보인다”며 불만을 토로하지만, 최근에는 1층 객석 상당수가 VIP석으로 배정되는 추세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체 객석 중 VIP석은 10∼20%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0~40%에 이른다. <지킬 앤 하이드>는 VIP석이 41%, R석이 32%를 차지한다. <웃는 남자>는 R석 35%, S석 30%로 객석의 상당수가 비싼 등급으로 배정됐다. 최근 샤롯데씨어터에 연이어 오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VIP석 41%, R석 29%),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VIP석 37%, R석 32%) 등도 마찬가지다.
뮤지컬 기획사들은 늘어나는 제작비 때문에 관람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한다. <웃는 남자>를 제작한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최근 몇 년간 인건비·세트 재료비 등 제작비가 상승해 티켓 가격을 올려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가격을 일제히 올리면 관객 부담이 크기에 평일과 주말을 차별화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밝혔다. <지킬 앤 하이드>의 오디컴퍼니도 “제작비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티켓 가격을 올렸다”고 전했다.
제작비 상승을 부채질하는 주요인은 출연료 인상이다. 국내 뮤지컬계는 해외와 달리 출연 배우에 따른 관객 쏠림이 유독 심하다. 스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배우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일반화되면서 출연료가 전반적으로 동반 상승하는 추세다. 뮤지컬 제작자 A씨는 “개런티가 말도 안 되게 올랐다. 심각한 문제”라며 “워낙 제작비가 높으니 투자자들이 다 떨어져나가고 있다. 항공·숙박료가 들더라도 외국 배우를 섭외하는 게 더 저렴할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공연장 규모가 정해져 있으니 티켓 가격이 오르는 것밖에 해결책이 없다”며 “제작사들이 휘청이는 걸 보면서 배우들도 문제를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병성 뮤지컬 칼럼니스트는 “2010년 정도만 해도 전체 제작비에서 배우·스태프 등의 인건비 비율은 평균 20%였다”며 “최근 이 비율이 이미 30%를 넘어섰고, 40%를 초과하는 공연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칼럼니스트는 “그러니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공연 기간을 늘리거나 관람료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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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를 제작한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관람료 인상에 대해 인건비와 세트비 등 제작비 전반이 올라 불가피했다고 밝혔다.(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그들만의 리그’ 될까

전문가들은 티켓 가격 상승으로 뮤지컬이 ‘그들만의 리그’가 될까 우려한다. 박 칼럼니스트는 “대중예술인 뮤지컬의 티켓 가격이 대중이 볼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관람료는 이미 영국·일본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라며 “4~5년 전쯤 대졸 초임 대비 뮤지컬 관람료를 조사한 결과 일본은 19분의 1, 영국은 20분의 1 정도였으나 우리는 거의 13분의 1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 역시 “장기적 안목에서 관람료 상승은 극약 처방”이라며 “당장 개별 작품의 수익은 올라갈지 몰라도 전체 시장에서 보면 공연이 대중문화상품이 아닌 애호가나 특정 집단을 위한 장르가 될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원 평론가는 이어 “그럴 경우 외국뮤지컬계처럼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 힘들어진다”며 “제작자들이 한국 시장이 좁아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관람료를 낮추면 국내 시장도 더 넓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를 자연스러운 수요의 반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뮤지컬 관계자 B씨는 “가격을 올리면 장사가 안 돼야 하는데 1~2만 원 올라도 수요가 생긴다”며 “이는 뮤지컬 시장이 정체기에서 살아나고 있다는 청신호 같다”고 밝혔다. 실제 <지킬 앤 하이드>의 1차 티켓 예매분은 2분 만에 매진됐다. 관계자 B씨는 “뮤지컬 가격은 10년째 12~13만 원선을 유지했기에 상승률이 급격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뮤지컬은 한 회 공연에 1,000∼1,500명만 볼 수 있기에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이 가격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명한 건 ‘관람료가 부담스럽다, 공연 수준에 비해 과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제작사의 수익 확보와 관객 만족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면 지나친 스타 마케팅 탈피와 관람문화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제작사 공동으로 개런티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 평론가는 “지금 국내 스타 마케팅은 다소 맹목적으로 보일 정도지만 앞으로 시장이 성숙하면 이 단계를 넘어설 것”이라며 “이를 앞당기려면 관객이 변해야 한다. 제작자들도 작품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여서 ‘누가 나오든 흥행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브로드웨이처럼 표가 없어서 못 파는 공연은 초고가, 인기가 덜하면 대폭 할인하는 정책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원 평론가는 “티켓 가격이 다 똑같아야 하는 건 아니다. 인기 작품의 가격을 차별화하는 건 당연하다”며 “하지만 우리는 한 곳이 가격을 올리면 다들 부화뇌동해서 따라 올리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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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배우에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를 캐스팅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최고 좌석 가격을 15만 원에 책정했음에도 1차 티켓 오픈 당시 2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오디컴퍼니 제공)

글 송은아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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