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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D

10월호

작가의 방
서울문화재단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합니다. ‘작가의 방’에서는 지원작가들 가운데 눈에 띄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작가를 선정해 소개합니다.
류종대 작가3D 프린팅 제품, 작품일까?

류종대 작가

3D(입체) 프린팅 기술로 만든 것은 ‘작품’일까, ‘제품’일까?

목공예 작가 류종대가 8월 7일까지 서촌 ‘갤러리우물’에서 열었던 <미래의 문화유산, 아트퍼니처> 전시를 찾았다면, 그 대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넓은 전시장에는 작가가 예술작품으로 분류한 ‘소반’들과,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으로 분류한 ‘꽃병’들이 동시에 있었다. 두 개의 다른 전시품은 3D 프린팅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예술이 어떻게 끌어안는지를 보여주는 ‘진화의 현장’ 같았다.
사실 예술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끌어안았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던 화가들이 미디어 기술을 끌어들인 것이 미디어아트다. 예술품의 동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는 키네틱아트(‘움직이는 예술’이라는 뜻)도 운동감을 구현하는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에 예술가의 영감을 보태지 않으면 그냥 제품일 뿐이다. 전시장의 꽃병들이 그러한 사례다. 류 작가가 만든 ‘소반’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그는 원목을 깎아 물건을 놓는 판을 만든 뒤, 그 아래 경복궁의 기왓장을 본떠 디자인한 받침을 3D 프린팅으로 만들어 결합시켰다. 사람들은 거기에서 예술적 ‘의외성’과 ‘새로움’을 발견한다.
류 작가는 첨단 기술인 3D 프린팅 기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 대중성을 꼽았다. 그는 “현대미술의 어려운 문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람객과 미술관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고 늘 강조해왔다.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인 해양레저 회사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배웠다는 작가는 “3D 프린팅은 예술을 좀 더 대중화하기 위한 도구”라고 강조한다. “먼 미래에는 그때를 대표하는 신기술로 전통공예를 표현할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예술과 기술의 중단 없는 길항관계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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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종대는 동아대 공예과,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에서 개인전 <DIGITALCRAFT>(마루누마 예술의 숲, 2017)를 열었으며, 한일 문화교류전 <Made in Marunuma>(2018)에 참여했다. 올해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A-DESIGN AWARDS>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으며, 현재 신당창작아케이드 9기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민새롬 연출가멋진 공연도 소통이 먼저

민새롬 연출가

멋진 공연을 만드는 힘은 연출자 개인의 천재적 능력에서 나올까, 많은 사람들의 협력에서 나올까?

사람마다 답은 모두 다르겠지만, 젊은 연출가 민새롬은 “공연은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에서 출발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소통을 강조하는 민 연출가의 이런 생각은 8월 16~19일 성북구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공연한 <머나먼 이웃>의 주제와도 겹쳐 보였다. 어느 날 갑자기 앞마당에 떨어진 미지의 물체 때문에 한 마을에 살지만 단절된 이웃이 어떻게 서로를 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미국 극작가 패트릭 가브리지의 작품으로, 2014년 보스턴에서 초연됐다.
사실 ‘개인이냐 집단이냐’라는 물음에 정답은 없다. 많은 작품에 개인의 천재성이 투영되었지만, 미국 드라마처럼 작가들이 집단창작으로 멋진 대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민 연출가는 이 가운데에서 ‘관계’와 ‘소통’을 중시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극단 ‘청년단’ 대표에 머물지 않고, 지역 극장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꾸리고, 사람 북적이는 축제 감독을 맡아온 그의 발자취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우리가 모른 척 옆에 치우고 살았던 이웃들을 발견할 때가 ‘인식의 순간’”이라고 표현할 만큼 사람에게서 배우려 한다. 그래서 그의 활동 거점도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나 공공극장이 아니다. 그는 대학로나 공공극장에서 바라보면 변두리지만, 지역 주민들과 직접 협력을 꿈꿀 수 있는 미아리고개예술극장 같은 지역 공연장에서 작업한다.
“일부 소수의 역량만으로는 연극계에서 버틸 수 없습니다. 주변과의 긴밀한 관계가 밑받침된다면 극단이나 극장에게 동력으로 작용합니다.” 관계와 지역을 중시하는 젊은 연출가의 목소리에서 연극계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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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새롬은 서강대에서 경영학과 사회학을 공부했다. 동시대 소설과 근현대 텍스트의 무대화 방법론을 꾸준히 실험해온 연출가로 극단 청년단 대표와 마을담은극장 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있다. 올해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 상주하고 있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서형원 공연제작자음악은 어떻게 공연이 되는가

서형원 공연제작자

“저는 음악이 아니라 공연을 만듭니다.”

‘전통국악의 세계화’에 앞장서온 공연제작자 서형원은 녹록지 않은 환경에도 20년 넘게 살아남은 비결을 이렇게 밝혔다. ‘음악’과 ‘공연’의 차이는 뭘까?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음악은 개인적인 예술일 수 있지만, 공연은 무대와 음향, 조명 등 여러 스태프가 관객들에게 함께 보여주는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국악기에 서양 악기를 접목해 새로운 소리를 찾는 국악 공연단 ‘공명’의 대표인 그는 8월 18~19일 송파구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 콘서트 <놀자>에서 ‘공연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빈 대나무에 집어넣은 곡식의 양에 따라 여러 소리가 나는 ‘공명’이라는 악기로 공연했다. 1부에서는 공연이 제작되기까지의 과정을 무대, 음향, 조명의 파트별 감독이 설명하고, 이어지는 2부에서는 이들이 만들어낸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실 2부만 놓고 보면 여느 단체의 공연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 대표가 중점을 둔 부분은 “관객들과 함께 울리고 싶은” 공명의메시지가 담겨 있는 ‘1부’였다.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총 130회 이상의 퍼포먼스를 펼쳤고, <통해야>, <공명유희> 등 ‘공명’이 만든 곡은 이미 초·중·고 음악 교과서에 실릴 만큼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공연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공연을 만드는 과정에 음향, 조명, 무대가 어떻다는 기술적인 설명은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공연이 만들어졌는지 알아야 우리 소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잃지 않았던 ‘공명’의 메시지는 현재 관객과 과거의 전통을 함께 고려한 배려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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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원은 추계예술대에서 국악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국악교육정책 석사를 졸업했다. 1997년 결성한 국악 공연단 ‘공명’의 대표로,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으며, 올해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송파구의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 상주하고 있다.

김지나 연출가경계인의 몸부림 포착

김지나 연출가

“이주는 다른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경계를 넘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연출가 김지나는 8월 3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당신이 그리운 풍경 속으로 멀어져 간다는 것은>을 통해 ‘이주와 경계’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작품 곳곳에 경계인의 몸부림을 처절하게 표현했다. 한국에서 버림받은 ‘입양아’와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온 ‘외국인 노동자’가 그들이다.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러시아에서 만난 고려인 2세 할머니의 이름을 주인공 이름으로 빌리기도 했다.
김 연출가는 그의 전작 <레일을 따라 붉은 칸나의 바다로>에서도 이주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는 왜 이주민에게 관심을 갖는 것일까? 그는 “이주야말로 한 인간이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를 극단적으로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또 인간이 친구와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행위도 ‘이주’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인간의 근원도 ‘이주’의 상황에서 자연스럽게나오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주장했던 “인간의 모습은 고독 속에서 나온다”는 말이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다.
그는 7년 반의 캐나다 유학 생활과 2015년 4호선 중앙역에서 발생한 방글라데시 노동자 투신 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낌이 ‘경계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됐단다.
김 연출가는 작품이 전개되는 방식에서도 ‘경계에서 마주한 불편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배우의 대사는 배우들이 분한 극 속 인물의 모국어로 진행된다. 관객들은 오직 스크린 위 자막으로 배우의 뜻을 파악해야 한다. 그는 “이런 불편함조차도 경계인들이 겪어야 했던 고독을 느끼게 하려는 숨은 의도”라고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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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는 정치학과 미술을 공부했으며, 20대에 외국 생활을 하며 느꼈던 고독에 생명을 담아 사회와 인간의 자발적 외로움에 대해 탐구한다. 연극의 작·연출가로 활동하며, ‘이언시 스튜디오’의 대표로 있다. 2017년 신진예술가를 지원하는 뉴스테이지(New Stage)에 선정됐다. 대표작으로 <본 공연은 자막이 제공됩니다>, <우리 사이는 봄과 같이 불편하고> 등이 있다.

김수희 연출가분단국가 주제의 연극

김수희 연출가

“관객들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

대학로를 이끌 차세대 연출가 김수희는 3년 전 정치극 페스티벌 ‘권리장전’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다짐했다. 9월 23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열린 이 연극제를 이끈 김 연출가의 최근 작품을 살펴보면 크레인 노동자의 애환을 이야기하는 <말뫼의 눈물>, 장준하의 죽음을 다룬 <두 번째 시간> 등 유독 정치와 사회적 이슈를 다룬 것들이 많다.
‘한국 정치사의 격동의 시기’인 2016년에 시작된 ‘권리장전’을 두고 김 연출가는 “지난 정권이 선물해준 연극제”라고 했다. 블랙리스트로 시작된 ‘권리장전 2016-검열각하’는 이듬해 국가의 영향력을 다룬 ‘권리장전 2017-국가본색’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한반도의 상황을 드러낸 ‘분단국가’를 주제로 삼았다. 지난 3년간 한국 정치사의 핵심만 뽑을 정도로 극은 ‘국내 유일의 정치극 페스티벌’이라는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1689년 영국 의회가 강력한 군주를 견제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에서 출발한 ‘권리장전’이 이제 한국 정치를 비판하는 연극제로 변했다. 연극은 본래 권력을 비판하고 정치를 풍자하기 마련이다. 그 역할이 새삼 놀랍지는 않지만 이유를 묻자, 김 연출가는 자신이 몸담았던 진보적 성격의 극단 ‘혜화동 1번지’에서 찾았다. “부당한 해고로 실직당한 이들의 이야기에 관한 공연을 했는데, 실제로 이들이 공연을 보고 울었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권리장전 2018-분단국가’에는 국가 정보 요원, 재일동포, 탈북자, 남북통일, 이산가족, 인민군 등 ‘분단’에서 파생된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공연은 천편일률적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극단 난희의 <냉면-침향외전>을 비롯해 다양한 연출가들이 펼치는 서로 다른 11개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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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희는 연극연출가다.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단원으로 시작해 ‘혜화동 1번지’ 5기 동인을 거쳐 극단 ‘미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예술축제지원사업>에 선정되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황혼>, <섬>, <당신의 손>, <소년B가 사는 집>, <공장>, <말뫼의 눈물> 등이 있다

신명민 연출가소중한 추억 되살리기

신명민 연출가

“영원할 거라 믿었던 것들은 왜 사라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걸까?”

신세대 연출가 신명민은 9월 16일까지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공연한 <우리별>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서 멀어진 것들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질문을 던졌다. 그것은 거창한 게 아니다. 밤하늘의 별빛, 어릴 적 살던 아파트, 학교 앞 구멍가게, 동네 친구 같은 일상의 부분들이다. 그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 추억을 되살리는 작품”이라고 했다. <우리별>은 지구의 탄생과 죽음을 소녀의 삶으로 의인화했다. 공전 때문에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달은 ‘지금은 헤어져서 만날 수 없는 소꿉친구’다. 신 연출가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지금은 소멸됐을지 모르니 그것을 기억하고 싶다면 한눈팔지 말고 눈을 감지 말라”는 대사가 작품의 주제라고 했다.
<우리별>은 지금까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대사 전달 방식을 택했다. 기본 대사가 음악과 비트를 더한 ‘랩’이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라임은 급변하는 일상을 표현하는 데 최적”이기 때문이란다. 지난해 초연 때는 “숨 쉴 틈 없이 주고받는 대사가 마치 <쇼미더머니>의 랩 배틀 같다”는 평을 들었다. 여기에 더해 공연 내내 째깍거리는 초시계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한 존재의 생사가 시간과 결부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그널(신호)이며, 마지막까지 무대에 빠져들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우리별>은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을 받은 시바 유키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라틴어 ‘카르페 디엠’(오늘을 즐겨라)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원작자의 말 때문인지,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극 중 대사가 큰 공명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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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민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즐겁게 공연하기 위해 모인 젊은 예술가들의 집단인 ‘창작집단 LAS’의 부대표이다. 2017년 신진예술가를 지원하는 뉴스테이지(New Stage)에, 올해는 예술작품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대표작으로 <복덕 가아든>, <적의 화장법>, <만추를 읽다>, <소년B>, <레라미 프로젝트>, <라스낭독극장> 등이 있다.

글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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