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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와 연극 <메디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반가운 이야기
미국의 스테디셀러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와 고대 그리스 비극을 각색한 연극 <메디아>, 두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어가 있다. 인연. 태초에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야기에 끌려 사람이 모였다. 그 사람들을 보러 우리는 극장을 찾는다. 인연이 이어지는 것이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에서 ‘인후’ 역을 맡은 홍광호.

인연, 10년 만에 돌아온

<미스터 마우스> 3. 9∼5. 14,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10년이라는 시간은 얄궂은 단위다. 누군가에게 10년 전 오늘은 진즉에 잊힌 과거지만, 10년 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또 다른 누군가의 오늘도 있다.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가 10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2006년 초연과 이듬해 재연 당시 “한국적인 감성을 담아낸 웰메이드 뮤지컬”이라는 평을 들었던 작품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2006년 방영됐던 KBS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은 어떨지 모르겠다. 사기꾼인 여자주인공이 IQ 65의 지적장애인 남자주인공에게 사랑을 핑계 삼아 접근했다가 욕 좀 먹었던 드라마다.
장르가 다른 두 작품을 나란히 놓은 이유가 있다. 두 작품 모두 지능 낮은 남자가 뇌수술을 받은 뒤 천재로 거듭나고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깨닫는다. 뮤지컬과 드라마 모두 미국 작가 대니얼 키스(Daniel Keyes)의 스테디셀러 <앨저넌에게 꽃을(Flowers for Algernon)>을 원작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대니얼 키스의 소설은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영화·연극·드라마·뮤지컬 등 여러 장르로 꾸준히 재생되고 있는 단골 레퍼토리다.
<미스터 마우스>에서는 두 명의 배우를 지켜봐야 한다. 우선 주인공 ‘인후’ 역의 대세 배우 홍광호다. 2014년 한국 배우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홍광호는 <노트르담 드 파리>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맨 오브 라만차>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주인공을 맡으며 흥행을 이끌었다. 대형 뮤지컬 남자주인공 섭외 1순위라는 홍광호가 대학로 뮤지컬을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스터 마우스>는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가장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악역 ‘강 박사’를 연기하는 서범석일지 모른다. 서범석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10년 전 무대를 기억하는 당신을 위해서다. 10년 전 서범석은 ‘인후’ 역으로 <미스터 마우스>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그는 기꺼이 악역을 감당했다. <미스터 마우스>에 관한 한, 10년 전 오늘에 머물러 있어도 좋을 듯하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2, 3 국립극단 2017년 시즌 개막작 <메디아>. 이혜영의 열연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버림받은 여자의 참혹한 복수극

<메디아> 2. 24∼4. 2, 명동예술극장

국립극단의 2017년 시즌 개막작이다. 올 시즌을 2,400년 전 그리스 비극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국립극단을 책임지고 있을 때 꼭 한 번은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는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의 바람 때문이다. 김 감독은 2월로 임기가 끝나는 상황이었고, 다행히 연임이 결정됐다.
<메디아>는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꼭’이라는 부사를 동원하며 욕심낼 만한 작품이다.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시인 중 한 명인 에우리피데스(BC 484?∼BC 406?)의 대표작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해석되는 그리스 희곡 중 하나다. 소포클레스에게 ‘오이디푸스 왕’이 있고 아이스킬로스에게 ‘청년 오레스테스’가 있다면 에우리피데스에게는 비련의 여인 ‘메디아’가 있다.
에우리피데스는 그리스 비극 시인 중에서 가장 현대적인 작품을 생산한 작가로 통한다. 여기에서 ‘현대적인’이라는 것은 서사가 인물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뜻이다. 캐릭터가 전형적이지 않고 인물 묘사가 설득력을 얻을 때 우리는 흔히 ‘현대적’이라고 표현한다.
<메디아>는 남자로부터 버림받은 한 여자의 참혹한 복수극을 그린다. 끔찍한 결말을 여기에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작품이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사실은 밝힐 수 있다. ‘패륜’이라는 단어를 떠올려야 할 만큼 이야기는 파탄에 이르러서야 끝을 맺는다.
감정의 극단까지 표현해야 하는 ‘메디아’ 역은 중년배우 이혜영이 맡았다. 무대를 보지 않았어도 어울리는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무대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를 내뿜는 이혜영을 보고 김윤철 예술감독이 “가장 메디아다운 메디아”라는 찬사를 보냈다.
연출은 헝가리 국립극장 최연소 예술감독 출신 로버트 알폴디(Robert Alfoldi)가 맡았다. 2016년 1월 국립극단 연극 <겨울이야기>를 작업했던 인연이 이어졌다. 헝가리에서 혁신적인 연출로 주목을 받았던 만큼 <메디아>에서도 파격적인 무대가 기대된다.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다. 국내 패션계의 거장 진태옥 선생이 디자이너 경력 52년 만에 처음으로 연극 의상에 도전했다. ‘메디아’의 감정 변화에 따라 의상 소재와 컬러가 달라진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글 손민호_ 중앙일보 기자 사진 제공 쇼노트,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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