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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순수예술까지 확산된 ‘한한령’ 국가 간 갈등에서 비롯된 한류의 위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에 대한 보복으로 불거진 중국 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의 그림자가 대중문화에 이어 순수예술까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백건우 등 중국 현지에서의 클래식음악 공연이 취소되고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의 현지 데뷔가 무산되자, 양국의 문화교류가 점점 더 악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1 피아니스트 백건우.
2 소프라노 조수미.
3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차세대 한류’로 통하던 뮤지컬 진출 중단

대중적인 복합예술로 통하는 뮤지컬은 방송, K팝과 순수예술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중국 진출에 적극 나섰다. 한류스타를 내세울 수 있기 때문에 내수시장 한계로 시름을 앓던 뮤지컬 분야에 있어 ‘차세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도 통했다. 뮤지컬의 중국 진출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연계의 큰손 CJ E&M이 중국과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현지 진출을 꾀했다. 이 회사가 상하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군소 뮤지컬 배급사가 지방을 돌면서 기대감이 부풀었다. 2015년 2월에는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창작뮤지컬 <영웅>이 안 의사의 의거 현장인 하얼빈에서 공연을 성료하며 창작뮤지컬의 중국 진출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후 각종 통로로 뮤지컬 진출이 활발해졌다.
사드 관련 이상 징후가 감지된 건 지난해 8월, 한국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대표 격인 <빨래>가 중국 투어 진행 도중 막을 내리면서다. <빨래>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중국 클리어씨 홀딩스는 현지에서 홍보·마케팅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해왔다. <투란도트>로 중국 진출에 앞장선 유희성 연출(현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중국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 3개가 3주 만에 엎어지는 타격을 받기도 했다. 중국 진출을 타진하던 유명 마술사의 공연 역시 무산됐다. 어렵게 쌓아온 중국 내 뮤지컬 터전이 한순간에 허물어진 셈이다. 그러나 국립극단의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지난해 10월 원작자 기군상의 나라인 중국에서 성료되는 등 순수예술에서는 이상 기류가 감지되지 않아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순수예술에 영향을 미치는 한한령과 대안적 움직임

순수예술에 한한령 여파가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건 올해 1월 19일, 클래식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운영하는 클래식음악 뉴스 사이트 ‘슬립드 디스크(Slipped Disc)’를 통해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백건우는 오는 3월 18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예정이었다. 레브레히트는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백건우의 이번 비자 발급 거부 사건을 중요한 사안으로 봤다. 그는 “백건우는 2000년 9월 중국에서 공연을 위해 초청받은 첫 한국인 아티스트였다”며 “(이번 공연 취소는 사드에 따른) 지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썼다.
이어 소프라노 조수미의 2월 중국 투어가 일방적인 취소 통보와 함께 무산되는가 하면 그녀의 공연 포디엄에 오를 예정이던 지휘자이자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아들인 정민 역시 중국인으로 교체되면서 순수예술에 한한령의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또한 오는 4월 중국 상하이발레단의 전막 발레 <백조의 호수> 출연에 대해 협의 중이었으나 이마저 불발되었다.
대중문화에 이어 순수예술까지 한한령의 영향을 받는 건 올해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은 양국의 관계가 심각하다는 걸 증명한다. 순수예술은 클래식으로 통한다. 클래식은 고전이다. 중국은 고전의 나라다. 고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인데, 이마저 통제하고 있는 셈이다. 조수미는 자신의 SNS에 “국가 간의 갈등이 순수문화예술 분야까지 개입되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크다”고 적었다.
문화는 갈등이 첨예한 나라 사이에서도 민간의 힘을 빌려 첨병 역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현재 한국과 중국의 관계라면 요원하다. 한류가 문화교류를 이루어내기는커녕 역류가 돼 문화적 갈등까지 빚어내고 있다. 과연 대책은 없을까?
한국 콘텐츠의 중국 진출이 꽉 막힌 상황에서도 국내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도깨비> 등 한국 방송의 불법 해적판이 중국에서 나돌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한류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는 증거다.
뮤지컬에서는 라이선스가 돌파구다. <빨래>는 올해 하반기 중국 라이선스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며, 한국과 브로드웨이 합작 프로덕션인 <지킬 앤 하이드>는 올해 여름 중국에서 중국어로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본 공연이 아닌 쇼케이스로 현지 진출을 타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난해 중국에서 호응을 얻은 쇼케이스 를 올해도 열 계획이다.
클래식 음악 역시 같은 노선을 고민 중이다. 한동안 뜸하던 일본 진출을 다시 꾀하는 등 한류를 다각화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것과 별개로 문화교류를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이 이를 막는 건 오히려 자국문화를 후퇴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향해 제국주의적 대외정책을 비난하면서 한한령을 시행하는 건 중국이 사용한 용어를 빌려 쓰자면, ‘문화 패권주의’와 다를 바 없다.

글 이재훈_ 뉴시스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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