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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5월호

왜 브레이브걸스의 성공담에 열광할까 계속 버티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야

청년세대에게 절망적이지 않았던 시대가 없었다지만, 코로나19로 취업길이 막혀버린 지금은 역대 최악의 시기일 것이다. 팬데믹 장기화로 고용시장은 경직되고 청년실업률은 상승했다. 이 코너의 성격이 ‘경영·경제’는 아니기에 독자분들 역시 피부로 느끼고 있을 취업난을 수치까지 꺼내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암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지금 우리가 희망을 그만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싶어서다.

브레이브걸스 (왼쪽부터) 은지·유정·민영·유나

개인이 아무리 ‘노오력’해도 상황이 반전되는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은 열심히 산다고 계급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며, 청년들은 매일같이 노력해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불공정이 묵인되는 뉴스를 접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가난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서 결국은 꿈을 이뤘대, 성공했대… 라는 성공 신화를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가끔 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설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사람이란 희망을 좇지 않으면 삶의 이유를 찾기 힘들다. ‘존버’(이 글에서는 존중하며 버티다로 사용) 끝에 꿈을 이루는 그런 해피엔딩을, 우리는 계속 고대한다. 최근 그 흔치 않은 해피엔딩을 이룬 그룹이 있다. 4년 전에 낸 묵은곡으로 음원차트 석권, 음악 방송 1위에 광고와 예능을 종횡하고 있는 브레이브걸스다.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2018년에 나온 곡이다. 경쟁이 워낙 치열해 어떤 획기적인 기회를 만나지 않으면 대중에게 얼굴 한번 알리기 어려운 것이 K팝 아이돌 시장이다. 작곡가 용감한형제가 만든 그룹 브레이브걸스는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첫 걸그룹이었다. 히트곡 메이커 용감한형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2011년 데뷔한 1기 그룹은 실패했고, 이어 2016년에 2기로 멤버를 교체해 활동했어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한두 명씩 그룹을 떠나고, 야심만만하게 발매한 <롤린>으로 전국 군부대 행사를 돌며 열심히 활동했지만 이 곡 역시 음원차트에서 쓸쓸히 사라졌다.
2기 멤버들로 활동한 기간이 벌써 6년, 데뷔할 때 20대 초반이었던 이들은 어느덧 서른, 2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2021년 2월 멤버들은 각자 인생을 위해 상의 끝에 해체를 결정했다. 그렇게 짐을싸서 숙소를 나간 다음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는 ‘요정’의 도움으로 갑자기 신데렐라 호박 마차처럼 <롤린>이 음원차트 역주행을 시작했다.
6년 동안 브레이브걸스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성공하지 못했을까? 이들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다닌 군부대 위문 공연만 총 62건이다. 왕복 12시간이 걸리는 백령도까지 갔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62번의 무대를 위해 차에서 소요한 시간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그 군부대 무대 영상이 2021년에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인기 급상승 영상으로 천만 뷰를 달성했다. 단순히 이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예쁘고, 노래가 신나서만은 아니었다. 열광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군인들의 객석 반응과 브레이브걸스의 활기찬 무대, 그리고 그 영상 댓글에 제대 후에도 여전히 응원한다는 ‘웃지 못할’ 위로 글귀로 인해 <롤린> 위문 공연 영상은 주목받았다. 현직 군인이거나 전 군인임이 분명한 댓글창을 한번 보자. “전쟁 나도 군인들한테 이거 틀어주면 전쟁 이김” “군 생활을 이 곡 하나로 버텼다” “이거 직관할 수 있으면 재입대도 고려한다” “이팀에게 이제 우리가 보상해줄 시간이다. 현역 장병 예비군 민방위대원분들이 브레이브걸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때임”
음원차트 조작도 아니고, 대형 기획사의 힘도 아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 영상으로 자꾸만 띄워서 뜨게 된 이 기현상에, 전역한 장병들의 보은으로 다시 대중 앞으로 끌려 나오게 된 것이다. 해체 직전의 걸그룹이 4년 전에 냈던 곡으로, 유튜브에서, 군인들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인기를 얻게 됐다. 해체하려고 소속사 대표에게 문자를 보낸 다음 날,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으로 노래가 역주행하기 시작했다니. 누가 지어낸 것 같은 성공담이다. 당연히 미디어는 브레이브걸스의 이 아름다운 ‘서사’에 감동했고, 이들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해 자신들의 스토리를 직접 풀어놓을 기회를 얻었다.

정말 최선을 다했잖아요

<유퀴즈>에서 브레이브걸스에게 칭한 카피는 ‘존중하며 버티면 승리합니다’이다. 이에 유재석은 “네 분은 그냥 버틴 게 아니죠. 자기 할 일을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해오셨잖아요.”라고 덧붙인다. 의미 없이 그냥 버틴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포기하지 않고 해왔기에 지금 이 기적이 일어난 거라고. <유퀴즈> 브레이브걸스 편은 현재 청년세대의 무력감·박탈감·좌절감과 더불어 희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열심히 살았지만 아무성과 없이 서른이 된 멤버 유정은 뒤늦게 왜 이길을 선택했을까 후회하며 엄마 앞에서 “진짜 너무 살고 싶어. 그런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목놓아 울었다고 한다. 또 다른 멤버 유나는 아무 스케줄도 없을 때 “내가 이렇게 누워 있으면 그냥 밑으로 확 꺼지는 기분”이었다고 전한다. 지금 무엇도 할 수 없는,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버티고 있는 많은 청년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영상 아래에 댓글은 또 어떠한가. “얘들아 포기하지마”라고 응원 댓글을 달았던 한 팬은 “브레이브걸스가 컴백해서 활동하는데 화가많이 나더라고요. 저도 그때 많이 힘들 때여서 누굴 챙겨줄 때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완성도 있고 열심히 하는데 왜 반응이 없을까. 지금 며칠째 일어난 이 마법 같은 일을 보고 느낀 점은 확실히 세상은 아직 살 만하고, 짧은 청춘에 도전해볼 만하다는 거예요. 브레이브걸스가 이걸 느끼게끔 좋은 선례를 남겨줘서 너무 행복합니다. 여러분 다들 건승하세요.”라고 낯선 이에게까지 위로의 메시지를 남긴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작은 무대라도 열심히 노래한 그룹이 있었고, 누군가는 그들의 노력을 알아봐 줬다. 그리고 <유퀴즈> 다음 회 출연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피·땀·눈물을 흘려 실력으로 성공한’ 최고의 사례, 방탄소년단이었다. 브레이브걸스를 살린 것이 군부대Army였다면 방탄소년단의 든든한 지원군은 아미(방탄소년단의 팬클 이름)다. 인터뷰 프로그램 <유퀴즈>가 청년세대를 위로하기 위해 이런 서사를 가진 그룹을 연달아 섭외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서 우울감과 싸워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메시지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해낼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은 해볼 만하다고, 삶을 포기하지 않았더니 저렇게 끝내 꿈을 이루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 줘야 한다. 우리 모두 지금 ‘존버’하고 있으니까.

김송희 《빅이슈코리아》 편집장, 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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