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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손으로 하는 봉제의 가치를 알린다
소규모 봉제공장이 밀집한 종로구 창신동에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이하 봉제역사관)이 지난 4월 11일 개관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봉제역사관은 봉제산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보여주는 문화역사공간이다. ‘이음피움’이라는 이름에는 실로 천을 이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봉제의 공정,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잇고 새로운 미래를 피운다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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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봉제역사관 외관.

2 이니셜 자수 새기기 체험.

3 3층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시 <서울의 봉제 마스터>.

Made in Seoul

1961년 평화시장이 문을 연 후 동대문 일대에는 의류 도매 상가들이 하나둘 생겨났고 봉제공장들은 1970년대부터 동대문과 가깝고 임대료가 저렴한 창신동으로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한때 3,000곳이 넘던 봉제공장은 현재 1,000곳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소규모 공장들이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다. 화려해 보이는 동대문 패션타운 뒤로 가려져 있던 동네가 바로 창신동이다. 창신동 봉제마을은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고 거리 전체는 ‘창신동 봉제 거리 박물관’으로 조성되었다.
봉제역사관은 오토바이들이 원단과 옷을 싣고 정신없이 오가는 창신동의 가파른 골목 끝에 자리 잡았다. 접이식 문이 활짝 열려 있는 1층 입구에서는 낯선 기계가 방문객을 반긴다. 영문 이니셜을 새겨주는 컴퓨터 자수기다.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즉석에서 ‘이니셜 자수 새기기’를 해볼 수 있다. 터치스크린에 영문 이니셜을 입력하고 폰트, 크기, 실 색깔을 선택하면 천에 자동으로 이니셜이 새겨진다. 비치된 자투리천을 사용하거나 손수건, 에코백을 가져와도 된다. 봉제역사관 운영을 맡고 있는 김미영 선임 디자이너는 “원래 기계가 지하 봉제작업실에 있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1층으로 옮겼다”면서 취향대로 이니셜봉제역사관을 새길 수 있어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자수 기계 옆에는 열전사 프레스 기계가 있어 캐릭터 전사 스티커를 천이나 티셔츠에 붙일 수 있다. 1층 안쪽은 봉제자료실로 국내외 봉제 관련 서적, <월간 봉제기술> 같은 전문 잡지가 비치되어 있다.
2층에 있는 단추가게에서는 각양각색의 단추를 전시하고 판매한다. 서랍을 차례대로 열어 보다 보면 앙증맞은 아기 단추, 30~40년 전에 만들어져 더 이상 생산이 안 되는 복고풍 단추 등이 나온다. 단추가게에서 판매하는 작업복을 구입하면 마음에 드는 단추를 골라 달 수 있다. 김미영 선임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해 인근 봉제인들에게 작업 단가를 제대로 지불하고 만든 공정상품이다. 단추가게 안에 걸어놓은 작품은 단추 따로, 지퍼 따로 공정별 전문가에게 맡겨서 만들었다. 낱알의 단추들이 여러 봉제인의 손을 거쳐 하나의 멋진 설치작품으로 태어났다.
2층 전시관 입구에서는 놀이공원처럼 줄자 모양의 입장 팔찌를 채워준다. 전시장 사방을 가득 메운 액자에는 봉제광고, 1975년 창간한 <월간 봉제계> 표지 등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봉제산업의 역사가 담겨 있다. 봉제업의 특징은 철저한 분업이다. 크게는 패턴, 재단, 재봉의 주 공정과 단추, 다림질 등 마무리 공정으로 구분한다. 전시장 내 인터랙션 코너에서는 재봉틀의 휠을 돌려가며와이셔츠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9단계로 나눠 1분 내외의 영상으로 보여준다. 2층과 연결된 3층에는 기획전시 <서울의 봉제마스터>전이 진행 중이다. 30~40년 이상 봉제업에 종사해 이제는 장인의 경지에 이른 10명을 봉제마스터로 선정했다. 장인들의 사진과 함께 이들의 손과 하나가 되었던 가위를 기증받아 전시해놓았다. 장인들이 직접 만든 옷은 전시실 중앙의 회전 레일에 걸려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평생 동안 만든 셀 수 없이 많은 옷 중 이 한 벌만큼은 하나의 작품으로 남았다.
꼭대기인 4층은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아담한 무인 카페이다. 소파 자리는 창신동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이다. 카페에서는 간단한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2층에서 신청하면 반짇고리와 키트를 준다. ‘나만의 티켓 만들기’를 고르면 라벨용천에 프린트된 티켓에 단추를 달거나 스티치를 넣어서 하나뿐인 티켓을 만들 수 있다. ‘시대의 아이콘 의상 만들기’는 청바지, 미니스커트, 나팔바지, 힙합바지, 몸빼바지 키트 중 2개를 골라 옷의 패턴을 익히는 놀이형 체험 프로그램이다.
지하 1층 봉제작업실에는 공업용 재봉틀과 가정용 재봉틀 외에도 마감 처리용 인터로크(interlock), 오버로크(overlock) 등의 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안전교육을 이수한 후 하루 최대 3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강아지옷 만들기’(초급), ‘아기옷 만들기’(중급), ‘나만의 바지 만들기’(고급)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봉제 전문가들이 직접 가르쳐준다. 수강료는 무료이며 소정의 재료비만 내면 된다. 5월부터 3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원피스 만들기 등이 단계별로 추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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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 프로그램 ‘시대의 아이콘 의상 만들기’.

5 지하 1층 봉제작업실.

6 2층에 있는 단추가게.

사람으로 피어나는 공간

봉제역사관의 도슨트는 봉제 경험이 있거나 동네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이다. “주민 11명을 선발해 4회에 걸쳐 교육을 실시하고 5월부터 실전에 투입했다. 창신동과 봉제업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누구보다 설명을 잘한다”는 것이 김미영 선임 디자이너의 설명. 또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점차 늘리고, 영상과 사진 외에 실물 전시품도 보완할 예정”이라며 버려진 자투리천을 활용해 작업하는 예술가들과 8월 말쯤 협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봉제역사관은 실타래를 연상시키는 건물 외장부터 천에 수를 놓은 건물안내도, 단추 모양의 수납함, 재봉틀판으로 만든 안내데스크까지 ‘봉제’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한 벌의 옷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듯 곳곳에서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공간이다.

글 전민정 객원 편집위원
사진 제공 베리준오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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