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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서커스 창작워크숍> 연출가 뱅상 고메즈 자유롭고 즐거운 것이 서커스다
두려움과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서커스 속에서 삶을 살고 있는 프랑스의 서커스 아티스트 뱅상 고메즈(Vincent Gomez), 그가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서커스 전문가 양성과정 ‘Jumping UP’ 프로그램의 서커스 창작 워크숍을 진행했다. 화창한 봄날, 그를 만나 현대 서커스의 매력에 함께 빠져보았다.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

서커스로 굵직한 경력을 쌓아왔다.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1989년부터 시작했으니 서커스를 한 지는 27년 됐다. 프랑스 국립서커스예술센터(CNAC: Centre National des Arts du Cirque)에서 5년간 서커스 공부를 마치고 12년 동안 서커스 관련 여러 단체에서 공연했으며, 그 후 단단한 몸을 좀 더 유연하게 풀어주기 위해 10년간 다양한 장르의 무용 공연을 했다. 2002년에 서커스 정신을 계승한 오흐 피스트 (Hors Pistes: 무대를 넘어선)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서커스와 무용의 경계가 없는 ‘움직임 예술’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우리 팀은 10년간 8편의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고 서커스 음악, 서커스 연극, 서커스 무용 등 서커스 예술을 기반으로한 모든 장르를 어우르는 공연 작업을 하고 있다.

어떤 매력 때문에 서커스를 시작하게 되었나.

다섯 살 때부터 열여섯 살 때까지 기계체조를 했다. 기계체조는 경쟁 장르라서 항상 누군가보다 더 잘해야 했는데 그런 경쟁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내 몸을 계속 쓰면서 할 수 있는일이 무엇이 있을까 찾다가 서커스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와 함께 더 잘할 수 있고, 상대방보다 더 잘해야 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도움을 받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근현대적인 서커스 예술을 배운 게 아니라, 천막에서 말(동물)과 함께하는 전통 서커스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열다섯 살 때 국립서커스예술 센터에 입학해 서커스에 입문했다.

한국에는 캐나다 서커스 팀인 ‘태양의 서커스’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현대 서커스가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현대 서커스에 대해 간단히 얘기해줄 수 있나.

‘태양의 서커스’는 미국 스타일의 대형 쇼 개념보다는 프랑스의 예술적 움직임이 많이 들어간, 굉장히 미학적인 공연을 여럿 만들었다. 프랑스는 좀 더 내적이고 사적인 경향을 띤다. 감정이나 기분, 에너지의 느낌을 중시하는데 이런 부분이 장점이 되기도, 때론 단점이 되기도 한다. 내가 아는 프랑스의 현대 서커스는 묘기에 중점을 두지 않고 이야기나 감정, 분위기를 묘기와 병행하며 서커스 기술과 예술을 접목하는 데 주력한다.

지금도 서커스 무대에서 활동하는데, 연출가와 배우 중에 어떤 작업이 더 좋은가.

나는 두 가지 모두 좋다. 무대에서 아크로바틱을 하며 무대에 아직 있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공연 연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무대에 서야 한다. 4년간 연출만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내가 연출을 좋아하는 줄 알고 무대 밖에서 공연을 만들기만 했는데 뭔가 채워지지 않는 걸 느꼈다. 그래서 배우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몸을 움직이면서 좀 더 명확하게 알아가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연출과 배우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한 가장 오랫동안 병행하고 싶다. 그리고 몸을 더욱 유연하고 부드럽게 활용할 수 있는 무용 공연과도 계속 손을 잡고 싶다.

서커스 예술가 중에는 특별히 누군가에게 영감을 받거나 영향을 받는 사람이 존재하는가.

서커스 예술 안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서커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그런 사람이 없었으니까. 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두려움’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곳에서 아크로바틱을 하는 자체가 좋다. 내 전공은 Bascule Corenne(한국식 널뛰기 묘기)인데, 묘기를 할 때 항상 두려웠지만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했다. 다만 조심할 것은 두려움이 사라지면 위험하고 자주 다치게 된다는 것이다.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의 영화를 보고 영향을 받기도했다. 많은 서커스인이 그들의 영향을 받았는데 그들이 이미 서커스적인 움직임을 했기 때문이다. 버스터 키튼은 그 당시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아크로바틱을 선보였고, 찰리 채플린도 마찬가지였다. 알고 보면 진정한 서커스를 발명한 사람은 그 둘이지 않나 싶다.

당신의 삶에서 서커스는 어떤 의미인가. 어떤 단어로 함축할 수 있을까.

서커스는 내 인생에 ‘자유로움’을 안겨주었다.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시켰고, 나를 자주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작업할 때는 굉장히 진지하고 엄격하게 임해야 하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그 모든 걸 버리고 자유로워져야만 한다. 그리고 완전히 자기 자신과 일치할 때 그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자유롭고 즐거운 것이 바로 서커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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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때문에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올해는 그때와는 달리 워크숍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는데 어떤 점이 다른가.

6년 전에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에서 힙합댄스 팀의 댄서로 아크로바틱과 춤을 선보였다. 그때는 공항, 호텔, 공연장 이 세 군데만 왔다갔다 했는데 올해는 완전히 다르다. 이번에는 한국의 예술가들과 교류하기 위해 왔다. 뭔가를 가르치고 보여주기보다는 한국인을 알고 싶고 그들이 무엇을 기다리고, 필요로 하고, 나누기를 원하는지 제일 궁금했다. 나는 행운과 같은 기회를 얻었다. 어떤 작업이든 첫 단계, 첫발을 내디디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지금 함께 이야기 나누며 같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차근차근 기본적인 단계를 밟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예술가들과 비교해 이번 한국의 워크숍 참여자들은 어떤가, 한국의 서커스가 잘 자리매김하려면 어떤 부분을 더 다져나가야 할까.

프랑스 예술가들과 달라서 사실 좀 놀랐다. 프랑스의 경우 15명이 같이 수업하게 되면 5분마다 그만해! 집중해! 라고 소리치게 된다. 한국에서는 그런 게 필요 없다. 집중해서 잘 듣고, 산만하지도 않고, 굉장히 예의 바르고 장점이 정말 많다. 다만 좀 더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잘하든 못하든 끝없이 시도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우리가 가지고 온 것을 바탕으로 이것이 한국인에게 어떤 의미가 되고, 한국의 현대 서커스가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내겐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한국의 전통과 특징을 어떻게 서커스에 잘 접목하느냐가 중요하다. 프랑스, 호주, 미국의 서커스와 달리 ‘한국의 서커스’는 무엇인가, 일본의 노나 가부키 공연처럼 그 나름의 고유한 색깔을 가진 서커스 예술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프랑스에 굉장히 많은 현대 서커스 단체가 존재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공연은 모두 제각각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 모든 다른 색깔이 모여서 하나의 프랑스 색깔을 만들어낸다. 절대한 색깔에 갇히지 마라.

지금 교육을 진행하는 장소인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서커스 예술을 하기에 어떤가.

굉장히 좋은 배와 같다. 놀라운 점은 벌써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할 때 다른 많은 것은 준비되어 있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기는 ‘준비’된 장소가 있다. 내부에서 교육도 할 수 있고, 정보도 제공하고, 기획도 할 수 있다. 넓고 높고 더군다나 낮에는 빛도 잘 들어온다. 이 부분은 중요한데, 극장 공간처럼 빛이 안 들어오게 해서 작업하는 곳도 있지만 날씨의 변화도 느끼고 감각을 더 열 수 있는 장소에서 작업하면 더 좋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곳은 정말 작업하기에 좋은 장소다.

사실 한국에서는 중국의 기예 기술 위주의 단체가 서커스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럽이나 캐나다, 호주와 같은 현대 서커스 단체는 아직 없다. 한국 서커스 발전을 위한 조언 부탁한다.

첫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지금 부족한 부분은 ‘시간’ 외에는 없는 것 같다. 확실한 점은 좀 더 ‘멀리 갈 것’이라는 욕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들여 사람을 찾고, 그 사람들을 교육해야 한다는 것. 서커스 기술에 대한 교육, 프랑스?호주?미국의 예술가 등과 함께 학생과 교육자 모두 잘 교육해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교육보다 각자의 다른 점에 늘 호기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또한 항상 다른 것을 시도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똑같은 것을 반복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서커스 예술은 역설적이다. 아크로바틱을 하기 위해 위험한 만큼 정확한 기술이 요구되고, 저글링이나 줄타기 기술에서도 떨어져서는 안 되는 단호함이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워야 한다. ‘명확함’과 ‘자유로움’ 두 가지 모두 병행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불균형을 초래한다. 너무 예술적이면 서커스가 죽고, 너무 기술적이면 기계체조에 가까워진다. 항상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노력하며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그리고 실수를 많이 해라. 특히 우리는 실수할 권리가 있다. 실수를 통해 더 많이 배우고 더 나아가게 된다. 공연 작품을 만들 때도 삶을 경험할 때에도, 실수를 하고 그것을 통해 배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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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많은 예술가, 특히 무용이나 연극을 전공한, 서커스 예술과 관련이 있고 많은 관심을 가진 예술가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오세요! 호기심과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오세요.” 프랑스에 와서 문을 두드린다면, 우리는 준비되어 있다. 우리는 연기나 무용을 전공한 사람들과 자주 작업한다. 그들은 이미 자신의 몸에 대해 자각하고 작업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커스 외의 여러 다른 방식을 적용해 작업하고 서로 교류하면서 작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프랑스는 1990년대부터 연극과 무용을 서커스에 결합시키며 서커스를 발전시켜 나갔다. 장르 융합에 절대 주저하지 마라.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은 잘 유지하되 잘 섞어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도 잘 섞여라. 어쩌면 먼 훗날 한국에서 무용수들과 음악가들이 만든, 서커스 예술가가 없는 서커스 공연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서커스 예술은 몸을 기반으로 한 육체적인 접촉이 많은 예술 장르이고, 그 접촉이 곧 믿음의 기반이 되는 예술이다. 혼자가 아닌 상대방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믿음을 가지고 전진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함께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즐겨야 한다. 서커스에서의 자유로움은 이 모든 것을 즐길 때 가능하다. 우리는 여러 많은 규칙 속에서도 즐겨야 할 권리가 있다.문화+서울

글 정안영
‘프로젝트 외’ 대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서커스 전문가 양성과정 Jumping UP <서커스 창작워크숍> 코디네이터.
사진 김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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