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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5월호

예술가가 당면한 문제: 공적 지원, 작가보수, 검열, 그리고…지금 우리가 예술가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 것들
예술가에 대한 공적 지원은 왜 필요한가, 또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공공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전개된 적이 많지 않다. 몇 년 사이 젊은 창작자를 중심으로 예술인 복지와 작가보수 이슈 등이 부분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지만 대중의 보편적인 이해와 공공기관의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예술·예술인 지원이 뒷받침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예술계 전반에 불거진 검열 문제도 창작자들을 위축시키는 가운데, 예술가가 직면한 문제를 차근차근 진단해보고 더 넓은 영역에서의 논의를 촉발하기 위해 자리가 마련되었다.

진실 혹은 대담 단체사진

사회 |
임인자독립문화기획자
발제 |
전윤환연출가, 앤드씨어터 대표
박은선리슨투더시티 대표
김성규한미회계법인 대표이사
송혜진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안애순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최선설치미술가
이규석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본부장
일시 |
2016. 4. 12
장소 |
대학로연습실 다목적실

예술정책을 수립할 때 예술가가 원하는 지원 방식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올해 어떤 이야기를 예술가들과 해야할지 정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한 해 동안 나눴으면 하는 의제들에 대해 얘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윤환
저는 2008년 극단을 창단해 9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많은 지원사업을 신청했고, 올해 처음으로 서울문화재단의 기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젊은 창작자들이 재단의 지원금을 받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젊은 창작자 지원금이 있지만, 그 젊음이 어떤 젊음인지 모르겠다는 것이 젊은 예술가들의 의견이에요. 신진 예술가 지원이라면서 그들에게 사실상 포트폴리오를 요구해요. 지원 제도에서 결과물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항상 쫓아오는 것 같고, 지원금을 받은 적이 있는지도 점수에 해당되는 것처럼 느껴져요. 젊은 사람들을 유입할 수 있는 놀이터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정책 쪽에서 그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만 만들어줘도 재미있게 놀 수 있을 텐데, 그들의 이야기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올해 새로 생긴 서울문화재단의 최초예술지원사업*이 반갑게 느껴졌어요. 지원을 못 받은 사람들에게 최초 지원금을 주는 정책이 많아지면 이들에게 활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임인자 독립문화기획자 [사회자] 임인자 독립문화기획자
예술을 옥죄는 것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살아나가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존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까지 고민하게 됩니다.

사실 지원제도 이외에 사회가 예술가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잖아요. 젊은 창작자들은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윤환
젊은 창작자들은 사회에 처음 나오면 본인의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내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기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거든요. 사회에 나와서 작업을 하고 활동할 수 있는 창구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런 고민을 하다 보면 이건 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나는 열심히 노력하고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데 기회 자체가 존재하지않아요. 대한민국 청년들이 겪고 있는 너무나 큰 벽을 실감하게 되면서 어디서부터 기회가 없어지게 된 것인지, 혹은 기성세대도 힘들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러면 기성세대가 퇴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러면서 같은 처지에 놓인 청년 세대의 문제에 먼저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얘기를 작업으로 풀 수밖에 없는 응어리가 안에 쌓이거든요.
최선
저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데뷔 8년 만에 받았습니다. 그때 기뻐서 며칠을 설레는 마음으로 보냈어요. 일주일쯤 지나고 나니 현실적으로 제 전시를 열어줄 만한 곳이 없더라고요. 지원금 500만 원 중 450만 원을 대관료로 낼 수는 없었어요.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대안공간에 지원해보았는데 작품에 대한 견해 차이로 전시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내가 서울문화재단 지원금 받은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면서 따졌어요. 그런데 ‘누구나 받는 건데 뭘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하느냐’는 반응이어서 의아했어요. 저는 너무나 받기 어려운 기금을 받은 건데, 한쪽에서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여러 사업의 하나로만 대하는 것이 느껴졌어요. 지원금이 창작 욕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꺾는 일이 지난 10년간 있어온 것 같아요. 사업의 성격이 바뀌었으면 좋겠고 방법도 거기에 맞춰 조금 달라지면 좋겠어요. 10년 전의 문화정책 이야기, 서울문화재단의 지원 방식을 들었을 때나 지금이나 거의 흡사해요. 변화가 없다는 것이죠. 새로운 예술을 담아내기에 적합한지 회의가 듭니다.
송혜진
저는 지원 심사에 참여해보고 지원을 받는 대상이 되어보기도 했는데요. 실제로는 지원 유형이 결정되면 지원자들은 거기에 맞춰 자기를 변형시켜가는 경향이 있어요. 기금을 받아야 활동할 수 있으니까, 지원 금액과 정책의 방향에 따라 별로 원하지 않았지만 응용을 해서 작품 활동을 해요. 이것을 몇 년간 하다 보면 예술가 개인이나 단체의 정체성이 모호해져요. 정신을 차리고 나서 ‘내가 지원금을 받지 말고 다른 일을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동안의 지원 방식은 주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던져지는 것이 문제예요. 수요자가 원하는 지원 방향과 유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융통성 있게 돈을 쓸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다음으로 예술가의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것과 예술 자체의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것은 굉장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가치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거나 당장의 결과물이 그렇게 좋지 않더라도 무조건 믿고 예술 창작 채널을 유지해가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들어 다소 소외되고 있는 예술 자체로서의 창작에 대한 지원이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얘기하고 싶어요.

전윤환 연출가, 앤드씨어터 대표전윤환 연출가, 앤드씨어터 대표
정책 쪽에서 젊은 사람을 유입할 수 있는 놀이터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재미있게 놀 수 있을 텐데, 그들의 이야기가 반영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대표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대표
지원금 형태 말고 미술하는 사람들에게 지켜져야 할 것은 작가보수예요.
작가보수는 보편 복지와는 다르게 기본적으로 주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사실상 예술 창작의 중요성 때문에 정책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창작 분야에 대한 지원은 축소되는 상황이긴 해요.

전윤환
예술창작지원이 어떻게 보면 예술가의 등급을 매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년에 이들의 활동이 어땠는지가 3월에 평가되는 것이죠. 내년에 받으려면 올해 또 열심히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지원금이 줄어든다면 그 경쟁은 더욱 심해지겠죠. 특히 젊은 예술가의 경우 경향을 읽어내고 거기에 맞춰서 작업할 수밖에 없는 태도를 취할 것 같아요.
송혜진
그게 위험해지는 거죠. 그런 점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있는 유형의 사업이 머릿속에 떠올라요.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지만, 지원금을 받으려면 사업계획서를 이렇게 써야 한다는 것에 예술단체들이 훈련돼 있는 것 같아요. 지원을 받지 않고 작업했는데 훌륭하다고 인정해서 상을 주는 개념으로 균형이 맞춰지면,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나대로 무언가를 해보는 것이 조금 생기지 않을까요. 지원제도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슬프지만 현실이에요. 빠져나오기도 힘들고요.
최선
예술가가 어떤 사업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데 그치는 것 같아요. 말은 지원금이라고 해왔지만 결국 뼈나 살이 되지는 못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특히 미술가들은 돈을 받지 않으면 작품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미술은 미술가가 망쳤다는 말도 있잖아요. 저는 그 말을 염두에 두면서 작업하고 있는데요. 예술가라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은 시키지 않아도 어떤 일을 주체적으로 하고, 봐주지 않아도 혼자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서 무언가를 해왔거든요.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많은 예술가가 사회의 허점에 대해 얘기했어요. 그런데 그것이 갑자기 사라져버렸어요. 어째서 이렇게 되었나를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지원금을 받기 위해 자기를 적응시키는 부작용도 있었고요. 지원금을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이 굳고 감각이 굳는 일이 생겼어요. 이런 식으로 라면 어떻게 예술 시장을 확대할 것이며,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는 예술을 할 것이며, 미래를 열어가는 예술을 할까요. 지원금을 축소하더라도 방식을 바꾸면 창작자들의 창작에 대한 욕구를 바꿔나갈 수 있을 겁니다.
박은선
예술가들이 돈을 받지 않으면 미술을 안 한다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입니다. 저는 2010년에 서울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받은 후로 신청을 안 했어요. 그 행위 자체가 너무 소모적이라서요. 저 같은 예술가도 많습니다. 요즘 예술가들은 시야가 좁고 자질이 부족하다고 해버리면 논지가 좁아집니다.
기본적으로 미술, 음악, 무용을 하나로 묶어서 예술정책을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공통점이 하나도 없거든요. 성향도 다 다르고요. 미술 쪽에서는 어떻게 하면 스스로 정책을 만들 수 있을까 해서 2012년 ‘미술생산자 모임(artworkersgathering.wix.com/arts)’을 만들었어요. 지원금의 형태 말고 기본적으로 미술하는 사람들에게 지켜져야 할 것은 작가보수(아티스트피: Artists’ fees)에요. 캐나다의 카팍(CARFAC: Canadian Artists’ Representation/Le Front des Artistes Canadiens)은 이미 1968년부터 운동을 시작해서 제도를 이끌어가고 있는데요. 캐나다에서는 국?공립 공간 위주로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 작가의 경력을 따져서 반드시 보수를 지급하라는 것이 2014년 대법원 판결로 의무화되었어요. 모든 미술관에서 다 하는 것은 아니고, 국?공립 미술관과 지원금을 받은 기관에서 전시를 할 때 작가에게 어느 정도 보수를 지급하라는 얘기입니다. 작가보수는 보편복지와는 다르게 기본적으로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최선
사업비가 지원될 때 재료비로 나오잖아요. 예술지원사업의 성격이, 다른 서울시 사업의 성격과 동일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왜냐하면 아티스트가 거기에 없거든요. 지원금을 증액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업비의 일정 부분이 작가보수로 인정되어야만 예술지원사업의 성격에 맞는 것 같아요. 그게 없으니까 돈을 어렵게 쓰고, 몇 개월 동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원금을 쪼개서 살기도 해요.
김성규
저는 예술가를 창작자로 한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보수 문제는 중요하지만 앞으로 개선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에요. 공공에서 지원금이 나갈 때, 예를 들어 용역의 성격으로 나가는 것에는 작가보수가 책정되어 있어요. 지금 한국의 창작 지원이라고 하는 것의 대부분은 민간경상보조예요. 단체들이 하는 사업을 정부가 일부 도와주는 거예요. 용역은 아예 창작 지원에 빠져 있어요.
결국 정부에서 쓰는 돈과 예술 지원은 증가하는데, 창작자들은 점점 더 힘들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왜 자꾸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지 생각해보면 상대적인 것 같아요. 절대적으로 10년, 20년, 30년 전 예술 창작자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지금이 나쁘다고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는 훨씬 더 커졌는데, 예술가들은 아주 더디게 성장하는 거죠. 그렇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는 것이고요.

김성규 한미회계법인 대표이사김성규 한미회계법인 대표이사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정립하는 것과 어떻게 알리는 일을 할지도 예술지원정책에서 다뤄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송혜진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송혜진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지원 방식의 일방성이 문제예요. 수요자가 원하는 지원 방향과 유형을 수용해 융통성 있게 돈을 쓸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작가보수는 공연 분야의 경우 공연료와 연관되어 있어서, 미술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은데요.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에는 매년 10개가 넘는 프로젝트가있고, 거기에 맞춰 아티스트들이 왔다갔다 하는데요. 사업비로 1억 원이 있으면 아티스트에게 들어가는 돈이 70~80%예요. 그 외에 다른 스태프, 보조 인력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결국 공연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은 예술가예요.
항상 예술가들이 먼저인지 제도가 먼저인지 얘기하잖아요. 현장에서 예술가의 이야기에 의해 제도가 만들어졌는지, 제도와 정책이 만들어져서 예술가를 이끄는지 하는 부분이요. 현장 예술가들의 소리를 들으려면 정말 예술가들과 함께해야 하고, 각 장르에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와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해요. 앞서가는 개념과 제도를 만들었다면 제도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해서 예술가들을 이해시키고 따라가게 하고요.
김성규
1972년에 문예진흥기금이 처음 만들어진 것도 일단 프로젝트 기반으로 지원을 해준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그때부터 민간경상보조로 나간 거예요. 우리나라에 예술 공급이 안 돼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돈을 줄 테니 빨리 만들라고 보조해준 것이 45년 동안 이어진 것이거든요. 틀이 바뀌어야 하는데 더 고착화되는 거예요. 이 구조를 어떻게 전환할지 생각해봐야 해요. 단시간 내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봐요.
이규석
작가보수 문제에 대해 저는 ‘예술 활동에 대한 사회적 보상 체계에 대한 고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예술이라고 통칭할 때는 대부분 물질화된 형태의 예술작품을 지칭하는데요. 예술작품은 기존의 지원제도나 예술 시장 체제 안에서 교환가치로 바라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예술 활동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은 교환가치가 아니라 사용가치의 문제거든요. 작가보수는 예술 활동에 대한 사용가치를 사회적으로 보상하는 게 정당하다는 인식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여요. 우리 시장체제에서 예술작품에 대한 교환가치가 저평가되는 부분을 지원제도가 어떻게 보완해 줄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현장 예술가의 소리를 들으려면 정말 예술가들과 함께해야 하고, 각 장르에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제도가만들어져야 해요.

최선 설치미술가최선 설치미술가
어째서 이렇게 되었나를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지원금을 축소하더라도 방식을 바꾸면 창작자들의 창작에 대한 욕구를 바꿔나갈 수 있을 겁니다.

이규석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본부장이규석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본부장
‘최초예술지원’은 기존에 지원금을 받지 못한 예술가에게만 신청 자격이 주어져요. 기존 제도의 한계를 넘어서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작가보수를 중심으로 많은 얘기가 나온 것 같고요. 이제 근본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성규
먼저 창작자를 왜 공공에서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이 논의되었으면 좋겠어요. 예술의 가치에 대한 얘기는 많이 하는데 그것이 곧 창작자에 대한 공공지원의 당위성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창작자를 지원해주려면 사실은 공공 재원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명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스스로 정립되어야 하고 이것이 일반 시민에게 공유되어야 당위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왜 지원해야 하는지 얘기해보라고 하면 사실 저 자신부터 설득이 잘 안 돼요.
박은선
당위성은 지금까지 많이 논의되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사회적으로 공유돼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우선 사회의 불특정 다수가 예술의 효과나 혜택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는 식으로 회자되고 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안애순
미국에서 현대무용의 1세대 거장들이 나오고 이들이 주축이 된 시절이 있어요. 다음에는 유럽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왔어요. 예술지원정책과 관련이 있는데, 사실 현대무용가들은 환경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는 곳에 몰리게 돼 있어요. 그러면서 미국의 시장, 관객, 예술은 그냥 그 시대에 멈췄거든요. 아예 예술가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요. 정책 지원과 예술가의 행위와 그 시대의 창작은 예술가들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관계가 많아요. 지금 왜 예술가들을 지원해야 하냐고 얘기할 때, 지원정책이 없어지면 결국 자기 장르에서의 표현이겠지만 무엇을 해낼 수 없다는 것이죠. 지원의 이름으로 예술가에게 기회를 주는 것, 예술가가 모일 수 있는 자리, 그게 그냥 놀이터가 될 수 있는 거예요
송혜진
문예진흥기금이 고갈되고 있고, 공공 지원에 대한 시각이 회의적인 상황에서 왜 공공 지원을 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다양한 의견을 끌어내는 것은 필요합니다. 질문에 각자 답을 하면 그것이 하나의 담론으로 형성될 것입니다.
전윤환
저는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검열 문제를 꼭 다루었으면 합니다. 국가 지원금을 갖고 있는 기관, 지원금을 주는 곳에서는 거의 검열하고 있거든요. 어떻게 하면 그 시스템들을 우리가 다시 한 번 감시할 수 있는지, 제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들이 논의되면 좋겠어요. 검열이 무서운 게, 창작자들이 내면을 감시하게 만들거든요. ‘내년에도 지원금을 받고 싶은데, 국?공립 공연장에서 공연하고 싶은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는 배제 대상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해요. 그들의 입맛과 정책에 맞는 이야기를 했을 때, 지원금의 수혜자가 되는 것으로 좁혀지거든요. 창작자로서 가장 큰 가치를 거세당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규석
논의 주제 중 하나를 ‘예술지원제도의 재구성’으로 해서 현장 예술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재단 지원사업도 구조적인 문제와 제한적인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지원금의 운영 방식에 대한 결정권을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고요. 그 부분을 돌파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합니다. 최초예술지원사업은 올해 새롭게 시도해보는 사업이거든요. 지원사업 심사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개입하게 되는 것이 전문가주의와 엘리트주의입니다. ‘최초예술지원’은 그런 맥락에서 기존에 지원금을 받지 못한 예술가에게만 신청 자격이 주어지고, 일정 기간 3번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어요. 기존 지원제도의 한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송혜진
저는 현재 민간 예술단체(숙명가야금연주단)를 이끌고 있는 입장인데요. 문제는 지원금 없이 공연하는 것은 고사하고, 생활을 해야 하는데 전통 분야라 그런지 시장이 더 없는 거예요. 공공 지원을 받아서 하고 싶은 작품을 완성하면, 다른 곳에서 연속으로 공연해서 스스로 작품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초청으로 이어지는 생존의 사이클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인데요. 그게 잘 안 만들어져요. 지원에 의해 탄생된 좋은 작품들이 유통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노력에도 같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해요. 지원사업을 보완해서 자생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줄 수는 없는 걸까요. 신진 예술가는 3년 정도 지원받으면 겨우 걸음을 뗄 수 있는 단계가 되는데, 그들이 갈 데가 없다는 것이 문제예요. 자생성과 시장에 관한 것이 우리가 다뤄야 할 주제 중 하나가 되었으면 해요.
안애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유럽에서는 작품(repertory)이 하나 만들어지면 3년에서 5년 동안 150회 이상 공연을 해요. 이미 시장이 있고 몇 십 건의 유통을 확보한 상황에서 작품을 시작할 정도입니다. 그 구성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도와줄 수 있는지 같이 고민했으면 합니다. 예술가들만으로는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예술가가 유통 부분을 해결하는 것은 정말 문제인데, 작품 만드는 사람이 시장 개념을 무시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입니다.
김성규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리는 일을 어떻게 할지도 예술지원정책에서 다뤄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예술인 입장에서만 보면 이해가 되는데 사회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는 예술의 공적 지원에 대한 답을 못 내는 거예요. 서울시 공무원, 기획재정부 공무원에게는 설득이 먹히지 않아요. 그분들에게 얘기할 근거를 텍스트로 정립해야 해요. 시대가 변함에 따라서 당위성도 바뀐다고 생각하거든요. 1970년대 예술 지원에 대한 당위성과 지금의 예술 지원에 대한 당위성은 달라야 하는데, 자꾸 옛날 얘기만 해요. 당대에 왜 공적 재원을 예술 창작에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재생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적 지원에 대한 부분만이라도 협의를 해서 예술이 가치가 있다는 전제를 하고, 왜 공공에서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 구체적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공공에서의 인정이나 예술의 가치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인식 차이 부분은 전략적으로 심화해서 하고, 자생성과 시장 부분은 ‘예술지원 제도의 재구성’에서 종합적으로 얘기를 나누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해보겠습니다. 이외에도 논의해야 할 내용이 많지만 ‘공공지원의 필요성’, ‘검열문제’, ‘작가보수제도’, ‘예술지원제도의 재구성’ 4개로 주제를 정하겠습니다.
예술을 정의하고자 하고 옥죄는 것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살아나가야 하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존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고민해야 하는 것 같아요. 어쨌든 문화정책과 예술정책을 끌어가는 것은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들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늘 제안해왔다고 생각해요. 그 제안의 영향력이 좀 더 발휘될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올 한 해 동안 있을 포럼에서 잘 전달되면 좋겠습니다.문화+서울

정리 전민정
객원 편집위원
사진 최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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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