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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팝업 아트 엔지니어 김수현 재료의 힘과 각도만으로 입체를 구축하는 마술
기분 좋은 날 받은 축하 카드에서, 무심코 펼쳐 든 그림책에서, 짠! 하고 등장한 작은 입체 세계를 만나본 일이 있을 것이다. 이른바 ‘팝업(POP-UP) 아트’는 종이, 나무 등 2차원 평면 재료를 정교하게 오리고 세우고 설계해 3차원 입체를 구축하는 장르다. ‘팝업북’으로 익숙한 이 표현 방식은 국내에서도 점점 활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 예술가의 밥그릇 관련 이미지

고민 많은 인생에 짠(POP-UP)! 등장한 팝업 아트

팝업 아트(POP-UP ART)는 평면의 이미지를 입체화하고 나아가 대상의 움직임이나 특징까지 구현할 수 있는 작업이다. 수치와 각도만을 이용해 마치 건축을 하듯 구조물을 지어나가는 과정의 특성 때문에 작업자들을 ‘팝업 엔지니어’라고 칭할 정도로 예술보다는 설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점이 팝업의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처음 팝업 형태의 페이퍼 아트를 만난 것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한창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였다. 나는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심지어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까지 많은 생각이 오가던 때다. 돌이켜 보면 엉뚱한 고민이었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었다. 팝업 아트를 접한 후 그 원리를 하나하나 깨우칠 때마다 오는 성취감과 자신감에 푹 빠지면서 드디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오롯이 팝업 아트 작업에 몰입하게 됐다.
간절함 때문인지 운이 좋았는지, 나는 대체로 노력한 만큼은 성과가 드러나는 편이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시즌에 친구들과 ‘첫 번째 프로젝트: 다가가기’를 계획하고는 팝업 원리를 간단하게 풀어낸 빨간 리본머리띠 ‘빨강머리띠앤’을 개발해 거리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와 직접, 즉각적으로 소통한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각종 페어와 전시에 참여했고, 그곳에서 브랜드와 인연을 맺어 샤넬 ‘마드모아젤’ 향수의 팝업 홍보물을 만들었다. 이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년여 동안 브랜드와의 협업을 위주로 팝업 아트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평면 재료의 힘과 각도만으로 구축하는 입체의 세계

팝업 작업에는 현란한 기술이랄 게 없다. 오직 종이가 펼쳐지는 힘에 기대어 성이 세워지고, 말이 달리고, 사람이 활을 쏜다. 다른 기계장치 없이 종이가 접히는 힘을 빌려 설계하고 구조화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수치와 각도의 힘만 이해할 수 있다면, 표현의 한계란 없는 분야가 팝업 아트다. 누구의 손에 쥐어지느냐에 따라서도 구현되는 것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아티스트는 움직임의 구현에 힘을 쏟고, 어떤 아티스트는 도형적인 아름다움에, 또 다른 아티스트는 스토리 표현에 힘을 싣는다. 즉 창작자의 취향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개발이 가능하다.
재료의 폭과 응용되는 분야도 넓어지고 있다. 입체화한다는 개념으로 종이를 사용하기도 하고, 보다 단단한 아크릴, 금속, 나무를 이용하기도 한다. 작게는 지류 홍보물 제작부터 요즘에는 광고 촬영용 아트 제작에 활용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형 무대를 꾸민다거나 디스플레이에 활용하는 등 상품, 패키지, 광고, 인테리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기도 한다.
국내 디자인 시장에서 일하며 체험하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여러 분야를 아우르며 변신이 가능한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분야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협업이 활발해짐을 느낀다. 덕분에 항상 새로운 작업을 대하며 긴장하고, 한계를 넘어 구현되는 가능성을 확인하며 피로함을 잊고 다시 도전을 기대하게 된다.
국내 디자인 시장의 빠른 흐름 덕이랄까, 떠밀리다시피 하면서도 그간 많은 다양한 작업을 개발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kt wiz’ 캐릭터 패키지, 코스메틱 브랜드 에뛰드 인테리어 작업과 설화수 브랜드북, 르베이지 패션쇼 무대 디자인 정도다. 모두 3개월 이상의 시간을 들이면서 애착이 많이 생긴 작업물이고, 이 중 ‘kt wiz’ 캐릭터 패키지는 독일의 이프 디자인 어워드(iF Design Award)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dot Design Award)에서 수상(2014)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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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미개척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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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아트는 해외에서는 일본의 오리가미처럼 꽤 오래전부터 개발된 분야이고,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작업하는 아티스트도 눈에 띄는 데 비해, 국내에는 아직 팝업의 저변이 넓지 않기 때문인지 이렇다 할 전문 디자이너나 아티스트가 없다. 내가 처음 활동한 시기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국내에는 대량생산 및 개발을 촉진할 만한 소비 시장이나 제작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이다. 다행히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고, 큰 비용을 들이면서라도 새로운 모험을 하고자 하는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대중화하고 있다. 매력적인 분야이면서 아직 미개척 영역에 가까운 분야이기에 팝업 아트의 미래는 아주 낙관적이다. 앞으로 꾸려갈 길이 무궁무진하다. 더욱이 수작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특별한 콘셉트의 팝업 아트에 대한 다양한 수요가 생기고 있고,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에서도 특별함을 찾아 투자를 아끼지 않는 지금의 변화가 있어 반갑다.
앞으로의 바람이라면, ‘made in Korea’가 찍힌 제대로 된 팝업북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제작비용과 시간 면에서 당장 여력은 없지만, 5년 안에 깊이 있는 팝업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더불어 작품 개발과 팝업아티스트 양성에도 관심을 두고 꾸준히 노력하고자 한다. 딱 노력한 만큼의 값진 결실이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매력적인 팝업 아트를 알아보고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문화+서울

글·사진 김수현
국내 최초의 팝업 아트 전문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팝업’의 원리를 팝업북 외에 상품, 광고, 인테리어, 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에 적용해 팝업 아트 활용 영역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수현팝업디자인 연구소 www. popupap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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