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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전시 <사군자, 다시 피우다>와 <풍속인물화-일상, 꿈 그리고 풍류> 조선시대 선비들의 이상과 현실
사군자를 통해 조선시대 선비들이 지녔던 이상을 가늠할 수 있는 전시와 해학 넘치는 풍속화 속에서 조선 사람들의 일상과 욕망을 읽어낼 수 있는 전시가 나란히 열리고 있다. 그림에 깊은 취미가 없던 이들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김홍도, 신윤복, 정약용, 김정희 등 대가의 작품과 현대 작가의 작품이 함께한다.

사군자, 사대부가 꾸는 꿈
<사군자, 다시 피우다>, 3. 30~5. 25, 포스코미술관

매(梅), 난(蘭), 국(菊), 죽(竹).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사군자의 기품 있는 자태 속에서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발견했다. 그리고 먹을 갈고 붓을 들어 화선지 위에 이를 옮기며 선비로서 지녀야 할 인성을 갈고닦았다. 표암 강세황(1713~1791), 다산 정약용(1762~1836), 추사 김정희(1786~1856) 등 수많은 선비가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의 정신을 사군자로 표현했다. 그러나 ‘사군자’는 어디까지나 선비들이 다다라야 할 ‘이상적인 모습’의 상징이었다.
그러면 실제의 삶은 어땠을까. 우리는 그 같은 모습을 18세기 후반 김홍도(1745~1806)와 긍재 김득신(1754~1822), 혜원 신윤복(1758~미상) 같은 화원화가들에 의해서 완성된 풍속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그림에는 평민의 노동과 휴식, 문인의 공부와 풍류의 장면 등 선조들의 일상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풍속인물화는 선조들의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전해주는 실체적인 역사 기록이자, 그들이 꿈꾸던 삶의 지향까지 엿볼 수 있는 가늠장이라 할 수 있다.
조선조 선비들의 그 같은 ‘이상’과 ‘현실’을 화폭의 그림을 통해 만나게 해주는 전시가 서울시내에서 나란히 진행된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미술관에서는 <사군자, 다시 피우다>전이 열리고 있다. 5월 2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조선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작가 32명의 작품 77점을 선보인다.
서화에 문외한인 사람도 알 수 있는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의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딸의 결혼 소식을 듣고선 아내가 보낸 낡은 치마폭에 그려준 <매화병제도(梅花屛題圖)>, 추사가 종이에 난초를 그리고 그 옆에 이것을 그리는 방법을 적은 <시우란(示佑蘭)> 등이 전시작에 포함됐다.
수운 유덕장(1675~1756)의 <묵죽도6곡병(墨竹圖六曲屛)>, 표암 강세황의 <사군자도> 등도 만날 수 있다. 표암의 <사군자도>는 일반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지조와 절개의 의지를 표현했던 석촌 윤용구(1853~1939)의 <사군자 10폭 병풍>, 항일운동가 일주 김진우(1883~1950)의 <묵죽도(墨竹圖)> 등도 소개된다. 비록 작품의 격은 떨어져 보이지만 일제하의 힘들었던 시대상을 반영하듯 결기 같은 것이 느껴진다.
현대 작가들 작품으로는 월전 장우성(1912~2005)의 <야매(夜梅)>를 비롯해 청전 이상범(1897~1972), 남천 송수남(1938~2013)의 회화, 문봉선의 <묵죽도>를 소재로 한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영상작업 그리고 조환의 <철판산수>가 전시돼 있다. 간결하고 담담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전시 작품들 앞에서 있으면 선비들이 추구한 정신적 이상세계가 숙연한 감정마저 들게 한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난초를 그리고 그 옆에 난초 그리는 방법을 적은 추사 김정희 작품 <시우란>.
2 표암 강세황의 <사군자도>.

해학과 풍자로 버무린 일상의 민낯
<풍속인물화-일상, 꿈 그리고 풍류>, 4. 20~8. 28,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반면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8월 28일까지 조선시대 풍속인물화를 엄선해 선보이는 <풍속인물화-일상, 꿈 그리고 풍류>전에선 선비들의 또 다른 일상, 해학과 풍자가 가미된 실제 삶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에는 조선 전기 화가로 안견의 제자인 석경부터 전형필의 스승인 춘곡 고희동까지 조선왕조가 배출한 화가 33명의 작품 80여 점이 나온다. 백인산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실장은 “인물풍속화는 특히나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지표”라면서 “예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오늘날과 비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문인과 백성의 ‘일상’, 현세의 행복과 내세의 구원을 바라는 ‘꿈’, 흥취를 풀어내는 문화인 ‘풍류’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다. 일상 부문에선 봄날 젊은 선비가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감상하는 김홍도의 <마상청앵(馬上聽鶯)>, 들고양이가 병아리를 훔치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김득신의 <야묘도추(野猫盜雛)>, 정선의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독서여가(讀書餘暇)> 등을 만날 수 있다.
달마도로 이름난 김명국이 신선을 소재로 그린 작품들과 노승이 흰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을 묘사한 김홍도의 <염불서승(念佛西昇)>은 꿈 부문에서 볼 수 있다. 마지막 풍류 부문에는 조선시대 최고의 풍속화가로 꼽히는 신윤복의 <쌍검대무>와 <미인도>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미인도의 경우 ‘조선시대의 모나리자’라는 별칭이 붙여질 정도로 조선시대 인물화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또한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와 구범석 작가의 미디어 작업도 전시장 방문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이남 작가의 <꿈 속 의 선비>는 단원 김홍도의 명화 <마상청앵도>의 말을 타고 가다 봄의 소리를 듣게 되는 원작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동화적으로 표현해냈다. 구범석 작가의 <간송아트컬렉션>은 조선시대 풍속인물화 걸작 10점을 선별해 초고해상도 화질로 구현, 마치 현미경을 통해 보듯 세밀한 질감과 색감으로 고미술의 색다른 영상미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문화+서울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3, 4 조선시대 최고의 풍속화가로 꼽히는 신윤복의 <미인도>(사진 3)와 <쌍검대무>(사진 4).

글 이경택
문화일보 문화부 부장
사진 제공 포스코미술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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