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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4월호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유예되는 삶들에 관하여

나는 청소년일 때 내 나이가 자주 부끄러웠다. 술 담배를 사지 못하고, 출입하면 안 되는 공간이 있는 것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문제였다. 내가 출입할 수 있는 공간에서도, 불법이 아닌 일에서도 떳떳하지 못했다. 척 봐도 나이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 많은 공간에 갈 때면 최대한 짙은 화장과 어른스러운 옷차림을 갑옷처럼 둘렀다. 왜 그랬을까? 그저 살아온 세월을 세는 것에 불과한 나이는 왜 부끄럽고, 심지어 ‘언제 들킬지 모르는’ 것이 됐을까?
※원고는 웹진 [연극in] 칼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극in]의 칼럼은 ‘연극을 넘어서 실재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나를 이야기합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이런 질문이 선행돼야 한다. 사회는 아동·청소년을 어떤 존재로 대우하고 있는가? 아동·청소년은 성인과 동등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는 생각할 것이다. 판단 능력이 없고, 미숙하고, 덜 자란 아동·청소년이 성인과 동등한 존재일 수는 없다고. 실제로 아동·청소년의 삶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때로는 너무나 사소하고, 혹은 ‘어른이 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유예되고는 한다. 대학에 가기 위한 경쟁 위주의 모진 입시 과정은 물론이고, 생활 패 턴, 개인의 욕구, 마음과 감정까지 쉽게 무시되거나 천편일률적으로 부모나 교사, 보호자에 의해 통제 된다.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사람을 뜻하는 단어 미성년자가 상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사실, 아동·청소년은 사회에서 보호가 아닌 차별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
혹자는 뭘 그렇게까지 말하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차별이 아니라 미성숙한 존재를 보호하는 것 뿐이라고. 그렇다면 SNS에 나올법한 예쁜 가게와 카페들에 ‘노키즈존’이라는 명패는 왜 붙게 됐을까. 너무 시끄럽고, 통제할 수 없어서? 그런 곳에 아이를 데려오는 여성 보호자가 ‘맘충’이라서? 그렇다기 보다는 아동이 사회에서 가장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존재여서가 아닐까? 아무리 가게에서 진상을 부리 는 아저씨들이 많아도 ‘노아재존’이라는 명패는 붙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노키즈존은 그 자체로 사회 에 만연한 어린 나이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린애처럼 굴지 말라”는 비난을 쉽게 주고받는다. 이러한 비난은 어린애처럼 감정적이고, 미성숙하고, 책임감 없이 굴지 말라는 뜻을 함의한다. 하지만 어느 사람이 언제나 이성적이고, 모든 것을 책임지며, 성숙하기만 할까? 이것은 ‘어린애’만의 특징이라기보단 우리 모두가 언제나 가질수 있는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속성들을 타자화하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타자화에서 자유롭다면 비청소년 역시 ‘어른다움’이라는 박스 안에서 더욱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 인권운동연대 캠페인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실제로 나는 시간이 흘러 비청소년이 됐지만, 여전히 나이를 밝히는 일이 유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20대 초반의 여성인 내게 ‘어린 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그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금 서툴고, 비이성적이고, 미숙하면 좀 어떤가? 우리 모두는 언제나 그러한 시기를 삐끗삐끗하며 살아내고 있지 않은가?
여기까지 읽고도 아동·청소년에 대한 일상 속 차별을 여전히 모르겠다면 사소한 실천을 해보자. 처음보는 사람에게 나이를 묻지 말자. 나이로 상대를 판단하고자 하는 습관일 수 있다. 어쩌다 나이를 알게됐다면, 상대가 나보다 어리더라도 상호 동의 전에는 반말을 사용하지 말자. 나이가 어린 것이 곧 편하게, 혹은 쉽게 대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아동·청소년에게 쉽게 귀엽다거나, 기특하다고 말하지 말자. 단순한 감정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손윗사람에게 이러한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것을 생각하면 금방 표현의 어색함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이 정도만 지켜도 어린 이에 대한 ‘존중’을 차차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

최유경 안녕하세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유경입니다. 위티는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이 스쿨미투 운동을 기점으로 창립한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 단체입니다. 저는 위티의 창립과 함께 공동대표와 상근 활동가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비상근 활동가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dbrud_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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