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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쌀 아트 작가 김효정쌀의 미학
평범해 보이는 쌀 한 톨이, 김효정 작가의 손을 거치면 보석으로 다시 태어난다. 손으로 집기에도 작은 쌀을 일일이 오방색으로 염색하고 장신구 위에 쌓아 올리는 그의 작업 방식은 웬만한 장인정신 없이는 불가능할 정도로 섬세하고 꼼꼼하다. 갓 지은 밥만큼이나 따뜻한 느낌의 주얼리를 만들고 싶다는 김효정 작가의 작업 이야기를 전한다.

관련사진

1, 2 쌀을 염색해 만든 '왠지'의 주얼리.

3 한국적인 감성이 담긴 따뜻한 주얼리를 만들고 싶다는 김효정 작가.

쌀 아트의 탄생 비화

나의 열정은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하고 싶은 건 하는 성격이었다. 돈을 벌고 싶어 회사에 다녔고,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여행을 떠났으며, 미술을 공부하고 싶어 대학에 들어갔다. 원하는 대로 살아왔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또다시 올라오는 갈망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대학 졸업 후 동양화 작가로 활동하면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연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밥을 차리기 위해 쌀을 씻고 있는 어머니의 귀에 달라붙은 쌀 한 톨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고 쌀로 보석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쌀 소비가 부진하다는 신문기사도 계기로 작용했다.
쌀로 주얼리를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쌀 종류를 선택하고, 쌀을 염색하기 위해 한국의 전통적인 오방색을 연구하고, 한 톨의 쌀을 장신구에 쌓기 위해 집중했다. 그 결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주얼리가 완성됐다. 쌀 한 톨 한 톨을 일일이 염색해 장신구로 만드는 과정은 쌀을 길러내는 농민들의 노고와 정성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탄생한 쌀 주얼리는 갓 지어 고슬고슬한 밥 같은, 한국적인 감성이 가득한 따뜻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이게 정말 쌀인가요?

쌀 주얼리는 3회에 걸쳐 오방색 중심으로 염색·가공한 후 제작된다. 미세한 떨림에도 쉽게 움직이는 쌀을 원하는 위치에 고정하고 단계별로 쌓아 올리려면 섬세하고 꼼꼼한 작업이 필수다. 하나의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다. 고객들과 일대일 면담을 통해 주문제작 방식으로 작업하며, 주얼리 하나하나에 감성을 담아 세심하게 만들고 있다.
사람들마다 조금씩 피부색이 다르고 귀를 뚫은 위치, 얼굴형도 다르기에 그에 맞는 제품을 추천한다. 그런 만큼 더 꼼꼼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하루 10~20개만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작업에 공이 많이 들어간다. 한 곳만 계속 주시하다 보니 눈에 핏줄이 터져 병원에 다닐 정도로 고생이 많았지만 요즘은 작업 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작품이 완성되면 순우리말로 이름을 붙인다. 모든 제품에 공을 들이지만 가장 애착을 가진 제품은 '단미' 시리즈다. '단미'는 사랑스럽다는 뜻으로, 내가 만든 곡물 아트 브랜드 '왠지'의 대표 시리즈다. 한국적인 색과 현대적인 감각이 결합된 '단미' 시리즈의 귀걸이, 팔찌, 목걸이는 옷차림과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착용 가능하다. '왠지'는 '한국관광명품인증'을 받았으며, 청와대 사랑채기념품점, 인사동 한국관광명품점에도 입점했다.
2017년 3월부터 사업을 시작해 '왠지'라는 브랜드로 활동하면서, 한국 최초라며 격려해주고 시 한 수를 지어 보내주는 이도 있어 힘이 된다. 제품을 처음 본 고객들은 "이게 쌀이에요?"라며 놀란다. 그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크다. 심지어 재료로 쓰라며 집에서 쌀을 가져다준 분도 있었다.
쌀은 우리 삶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잊히고 있다. 내가 만든 주얼리를 통해 많은 이들이 다시 쌀과 친숙해졌으면 한다. 그리고 쌀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교과서에 실려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 먹을거리로서뿐만 아니라 예술에서도 쌀의 아름다운 가치는 빛난다. 나는 "가장 한국적인 감성이 담긴, 따뜻한 주얼리를 만들고 싶었다."

글·사진 제공 김효정_곡물 아트 주얼리 '왠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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