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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작가의 방
'작가의 방'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신문의 <서울&>에 소개되는 '사람in예술'에 동시 게재됩니다.
박선희 연출가학살당한 사람들

박선희 연출가

"전쟁의 역사엔 남성만 드러나고 여성의 목소리는 철저히 숨겨져 있어요."

연출가 박선희는 3월 1일부터 10일까지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 <배소고지 이야기>(진주 극)의 제작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배소고지는 전북 임실군 옥정호 인근에 있는 곳으로, 국군은 1951년 3월 이곳에서 200여 명의 양민을 학살했다.
극은 지금은 사라져 흔적도 없는 배소고지에서 국군이 양민을 학살할 당시 살아남은 마지막 생존자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다. "당시 강진면 배소마을 위 배소고지에 주둔해 있던 국군은 '빨치산에게 밥을 해줬다'는 이유로 피난 가던 사람들에게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죠." 작품의 부제 '기억의 연못'은 <배소고지 이야기>가 이렇게 생존자의 기억을 토대로 제작된 작품임을 드러낸다.
공연엔 세 여성이 등장한다. 전쟁 때문에 생긴 정신지체 증상으로 입을 닫아버린 입분, 그의 소꿉친구인 순희, 전쟁 당시 여성으로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죽임을 당한 소녀가 그들이다. 금강혼식(서양 풍속에서, 결혼 60주년 또는 75주년을 기념하는 의식. 부부가 다이아몬드로 된 선물을 주고받음)을 하루 앞두고 입분과 순희가 매운탕집 마루에 앉아 있는데, 빨치산으로 내몰려 죽은 소녀가 그들 앞에 나타나면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연은 등장인물로 모두 여성을 내세워 한국전쟁을 여성의 목소리로 복기하고, 더 나아가 그 여성들이 전쟁 속에서도 주체적인 삶을 살아내고자 한 모습을 담았다. 이 점에서 남성의 시각으로 전쟁을 다룬 이전의 수많은 공연들과 구별됐다.
"끝나지 않은 전쟁과 외면당한 기억과 같은 상처를 우리는 충분히 기억하고 있을까요? 어쩌면 그들이 기다린 것은 사람이 아니라 시간일지 모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예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

관련사진

박선희는 고려대 심리학과, 한양대 연극영화학과·동 대학원 연극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정동극장 창작ing 낭독공연 <정동구락부;손탁호텔의 사람들>(2018), <봄을 안고 온 소년>(2018), 연극열전 <킬롤로지>(2018), <라틴 아메리카 프로젝트>(2017), <밀레니엄 소년단>(2017) 등이 있다.

안정민 극작가18시간 만에 사형 집행

안정민 극작가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은 '주거지'가 아니라 '기억'입니다."

국립극단 '젊은극작가전'에 선정된 안정민 작가는 지난 3월 8~24일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 <고독한 목욕>을 집필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연극은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골목을 다룬 전작 <구본장 벼룩아씨>에 이은 것이다. "독립운동을 하다 수감된 자들의 가족 옥바라지가 역사성이 있는데도 '기록할 가치가 떨어진다'며 서대문형무소와 달리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오르지 못한 데 충격을 받았어요."
<고독한 목욕>은 '국가 전복을 도모했다'는 이유로 1975년 사형 판결을 내린 지 18시간 만에 기습적으로 형을 집행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다룬다. 고문으로 희생된 아버지와 그를 떠올리는 아들이 목욕탕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시간을 초월해 만나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그동안 흔히 보아온 상처받은 자들의 역사나 사건의 배후를 폭로하지 않는다. 다만 '보통 사람들'의 아픔을 세상에 드러낸다. 작가는 '젊은극작가전' 선정 당시 "전통적인 서사구조에서 벗어나 대사를 시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도 피해자를 단순히 고통받는 자로 묘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앞으로의 계획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단체명 '푸른수염'과 관련해 설명했다. "15세기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의 동명 동화에서 따왔어요. 별명이 '푸른 수염'인 귀족은 절대 열어보지 말라 했지만, 끝내 그것을 열어본 부인처럼, 열어보지 않으면 밝혀지지 않을 무언가를 세상과 공유하고 싶어요."

관련사진

안정민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으며, 영국 런던의 로열 센트럴드라마스쿨에서 공부했다. 극작가, 연출가, 배우 등 전방위로 활동하며, 현재는 창작집단 '푸른수염'의 대표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이방인의 만찬-난민연습>(2018), <제2의 창세기>(2018), <달은, 아니다>(2017), <이방인의 만찬>(2017), <페미그라운드>(2016), (2016), <검은 열차>(2016), <이토록, 사사로운>(2016), <구본장 벼룩아씨>(2016) 등이 있다.

임진호 안무가소수자와 일반인 사이

임진호 안무가

"오타쿠들이여, 용기를 내세요. 당신의 집요한 애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오타쿠'는 한 가지 일에 몹시 열광하며 수집하거나 연구하는 마니아를 일컫는다. 스스로 무용 마니아로, 자신도 한때는 오타쿠였다고 고백한 현대무용 안무가 임진호는 지난 3월 15~17일 종로구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 <소극적 적극>을 올렸다.
'소극'과 '적극'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제목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삶과 죽음을 소재로 한 전작 <구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할아버지 때부터 삼촌, 아버지와 함께 장례지도사로 일했던 20대 중반에 삶과 죽음의 '간극'을 고민했어요. <소극적 적극>은 어린 시절 방황했던 '소극적'인 오타쿠와 '적극적'인 일반인의 간극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소극적 적극>엔 건설 현장에서나 볼 법한 사각형의 철제 구조물이 등장한다. 스스로 '무용 오타쿠'라 칭하는 세 명의 안무가들은 자신만의 공간이자 사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철제 구조물에서 자신만의 '간극'을 몸으로 표현한다. "안무가들은 각자 무엇에 이끌려 동작을 하다가 어느 순간 부딪힘을 느끼죠. 예전엔 이런 단절을 연결해 마무리 짓고 싶었지만, 이제는 부딪히는 과정이 중요하거든요."
이 작품은 누군가 정해놓은 표준에 반하는 소수자들을 외면하는 행동에 경종을 울린다. 동성애자,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오타쿠로 대변되는 소수자와의 간극을 또 다른 시선으로 보아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작품을 통해 그런 간극을 메우고 싶냐고요? 전 단지 간극을 보여주고 싶어요. 나와 다른 것은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요. 나도 소수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거든요."

관련사진

임진호는 중앙대 무용학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수료했다. 현재 '고블린파티'의 공동 안무가이다. 서울댄스컬렉션 우수작품상(2011), 서울무용제 연기상(2011),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SCF 해외심사위원 특별상(2015), 대구 세계안무페스티벌 무용안무상-고블린파티(2017), 제25회 창무예술원 무용예술상 안무상(2019)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아이고>, <혼구녕>, <구제>, <불시착>, <은장도>가 있다.

강지은 해금 연주가클래식 기법 속 해금

강지은 해금 연주가

"당신에게 삶과 죽음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해금 연주가 강지은은 지난 3월 22~24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개된 전통공연 <생사의>를 앞두고 이렇게 물었다. '왜 이 예술을 하나요?'라는 뜻이 담긴 '왓와이아트'(WhatWhy Art)의 대표로서의 고민과 맞닿아 있는 듯 보인다. '죽음에 관한 삶의 음악'이라는 부제가 붙을 정도로 이번 공연은 '죽음'과 관련된 곡들로 채워졌다. "반의어로 들릴지 모르지만 '삶'과 '죽음'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유기적 존재일 뿐이죠. 왕의 제사에 사용되는 종묘제례악을 이수할 때도 그랬지만 굿, 범패, 상여소리 등 죽음과 관련된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는 중학교 이후 평생 해금을 연주하면서 전통과 현대음악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발견했단다. "입시와 오디션을 위해 무의식적으로 연주한 전통음악은 악보에 따라 잘 연주됐을 뿐이지 이것이 나의 음악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이런 전통음악의 재현이 박물관 안의 박제품과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 그래서 6년간의 국립부산국악원 생활을 정리하고 현대음악의 중심지인 독일 베를린으로 떠났다.
그는 그곳에서 국악원에서 해왔던 연주에서 벗어나 클래식 작곡 기법 안에 해금 연주가 녹아드는 경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번 공연에 연주된, 문묘제례악이 원곡인 <Endless Summer>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이었던 <귀향>을 작곡한 세바스티안 클라렌(Sebastian Claren)에게 부탁했어요. 그들이 한국의 삶과 죽음을 서양 기법으로 연주한다고 다른 음악이 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전통과 현대, 동·서양의 구분은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 수단일 뿐입니다. 그 마음의 표현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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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은은 국립국악중·고를 졸업했으며, 서울대와 동 대학원 국악과를 졸업했다. 중요무형문화재 1호인 종묘제례악을 이수했으며, 서울시청소년국악관현악단, 한국음악 프로젝트 그룹 '비빙' 동인, 국립부산국악원 단원을 거쳐 현재는 창작프로젝트 그룹 '왓와이아트'의 대표이다. <해금 소곡집>(2013), <바람은 고개를 넘고>(2015) 등의 음반을 냈으며, 2011~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 예술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글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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