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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시인·웹툰 작가 신미나그림으로 시를 읽다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의 신미나 시인은 ‘싱고’라는 이름으로 시와 웹툰이 함께 담긴 ‘시툰’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시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과 어떤 시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이들에게 그의 시툰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시와 웹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 세계를 넓히고 있는 신미나 작가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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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 작가와 그의 작업 모습.

시인 또는 웹툰 작가, 신미나와 싱고 사이

2007년 신춘문예로 등단했을 때만 해도 나는 시인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갖게 될 거란 상상은 하지 못했다. 지금은 시인 신미나, 혹은 웹툰 작가 싱고라는 필명으로 불린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땅바닥, 담벼락, 공책 등 빈 곳이라면 어디나 그림을 그렸다.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미대 수업을 청강했고 그림 그리는 것이 재밌었다. 그때만 해도 그림은 꾸준한 취미의 영역이었지, 밥벌이가 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웹툰을 그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으니, 실업자 국비지원을 받으며 디자인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되었을 때다. (고용노동부의 취업 성공 패키지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를 실용적으로 활용한 사례라고나 할까.) 직장에서도 디자인 관련 일을 했지만 문학과는 아예 별개로 생각했다. 그 당시 웹툰 붐이 일었고,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다룰 수 있으니 시를 웹툰으로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해 떠오르는 일화가 있는데, 이 이야기는 <詩누이>라는 웹툰 에세이의 서문에서도 밝힌 바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방학숙제를 하는데 붉은색 물감이 없었다. 그래서 장독 옆에 핀 봉숭아꽃을 돌로 빻아 꽃물로 채색을 했다. 시를 웹툰으로 옮겨보고자 했던 것도 붉은색 물감 대신 봉숭아 꽃물로 채색을 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종이책이라는 틀을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시를 읽는다면 어떨까?’ 소수를 위한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시를 즐길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면 좋겠다는 궁리가 계기였다.이후 네이버 도전 만화 UCC 채널에 시를 소개하는 웹툰을 세 편 쯤 올렸을 때 출판사에서 연재 제의가 왔고, 출간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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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 연재한 ‘시(詩)누이의 그림일기’.

왜 하필 시툰(詩+Webtoon)인가?

종종 북 토크를 하면서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시가 너무 어렵고, 학교 졸업 이후 시집을 사서 읽은 적이 없다거나, 시는 전공한 사람들이 쓰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웹툰이란 장르가 단순히 쾌락적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아쉬워서, 누구나 좋은 시를 두루두루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잘 알려진 시인들의 시부터 그렸다. 시를 읽지 않고도 살 수 있지만, 시로 인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를 문학의 ‘보편적 가치’라고 이야기해도 좋을까.
직접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상상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긴 했지만,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해석’이다. 학창시절 시험 문제를 풀듯 정해진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시툰과 독자가 일대일로 만나 ‘내 이야기’를 불러오고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도 쓰는 이만큼 공들여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 시를 읽고 싶은데 어떤 시부터 읽어야 할지 모를 때, 시로 들어가는 친절한 입문서쯤으로 여기고 읽어줬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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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웹툰 에세이 <詩누이> 표지.

2 창비교육 시스쿨 표지 그림.

시인일 때, 웹툰 작가일 때

나는 자주 읽고 메모하는 편이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시는 생각날 때마다 메모하고, 웹툰은 하루에 6~7시간 정도 시간을 정해 그리고 쓴다. 콘티를 토대로 종이에 스케치하는 과정을 거쳐 연필선을 지워가며 붓펜으로 윤곽선을 딴다. 펜선이 완료되면 스캔 과정에서 생긴 잡티나 색상을 보정하고 태블릿으로 채색한다.
그동안 조선일보 ‘시(詩)누이의 그림일기’와 문화체육관광부 ‘인문 360’에 연재를 했고, 지금은 창비교육 시스쿨에 연재 중이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소개하는 웹툰을 그리고 있는데 내년 10월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총 세 권이다. 아울러 두 번째 시집도 준비 중이다.
요즘은 장르 간 협업으로 문학을 다양하게 접하려는 시도가 느는 추세다. 유연한 방식으로 문학을 만나는 것은 정해진 방식에서 맛볼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연령과 세대를 불문하고 시를 접할 수 있는 장이 더 널리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신미나 2007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와 웹툰 에세이 <詩누이>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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