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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예술과 함께하는 삶을 전파하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을 나와 북적이는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를 지나, 차 한 대 다니기 힘들 정도로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운치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이 나타난다. 나지막한 한옥들 사이에 우뚝 솟은 첨탑이 등대 역할을 하는 이 건물은 옛 체부동 성결교회, 현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이다. 동네의 상징적이고 유서 깊은 건축물을 그대로 보존하려는 주민들과 서울시의 노력이 만나 생활문화지원센터라는 꽃을 피웠다.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다

체부동 성결교회는 보존 가치가 높은 근현대 건축물로 인정받아 2014년 12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고 2017년 3월에는 서울시 제1호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됐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기도실로 시작해 1931년 교인들의 모금으로 신축했다. 해방 전 신축 시에는 벽돌의 긴 면과 짧은 면이 번갈아 보이는 프랑스식으로, 해방 후 증축 시에는 한 단에는 긴 면, 다른 단에는 짧은 면만 보이는 영국식으로 벽돌을 쌓았다. 이후 개보수공사는 긴 면만 보이는 길이 쌓기로 해 한 건물 안에 각기 다른 벽돌쌓기 방식이 사이좋게 공존한다. 줄눈이 벽돌보다 위로 올라와 있는 것도 특이하다. 건물 외부에는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2개의 출입문이 흔적만 남아 있다.유교사상의 영향으로 남녀가 마주치지 않도록 출입문을 분리해놓았던 것이다.
서촌이 뜨면서 주민들이 하나 둘 동네를 떠나고 덩달아 교인도 줄어들면서 교회에 위기가 찾아왔다. 성결교회 염희승 목사는 교회 건물을 지키기 위해 2014년 7월 서울시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해줄 것을 제안했다. 2배의 가격을 제시한 중국인의 유혹이 있었지만 교인들은 건물이 헐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오랜 논의 끝에 2015년 서울시는 본당(340.82㎡)과 한옥(79.34㎡)을 매입하기로 결정했고 2016년 5월 소유권 이전을 완료했다. 이후 2017년 4월 15일 마지막 예배가 열렸고 교회는 부암동으로 이사했다.
건물 리모델링은 설계 공모에서 당선된 김세진 건축가(지요건축사사무소)가 맡았다. 예배당은 천장을 뜯어내고 목조 트러스(truss)를 그대로 노출시켜 멋스러운 연습실 겸 공연장 ‘체부홀’로 다시 태어났다. 오케스트라 연습을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방음이다. 센터 주변 골목이 워낙 좁고 집들이 바짝 붙어 있기 때문이다. 천장과 검은 벽돌을 쌓은 벽에 방음 처리를 하고 공연 시 음향효과까지 고려했다. 톱니 모양의 입체로 만든 벽이 음향 반사판 역할을 해 음악회를 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평소에는 음악 동호회 연습실로 쓰이고 가끔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지난 3월 12일 개관식에서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유니필이 축하 연주를 했고, 4월 12일에는 종로구에서 주최한 <돗자리 음악회>가 열렸다.

관련이미지

1 ‘체부동 성결교회’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물 외관.
2 오케스트라 연습실 겸 공연장 ‘체부홀’.
3 소규모 문화 프로그램, 모임 등을 열 수 있는 세미나실 ‘사랑’.
4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 ‘금오재’.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공존

체부홀에서 눈여겨볼 곳은 무대 뒷면이다. 통창 뒤로 비치는 한 옥 창살이 호기심을 유발한다. 문을 활짝 열면 예배당 뒤편의 한 옥 금오재(金五齋)가 나온다. 원래 두 건물 사이는 막혀 있었지만 건축가가 시원하게 뚫어놓은 덕분에 동양과 서양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금오재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체부홀과 연결되며 외부에도 별도의 출입문이 있다. 교회 설립 초기, 5명의 학생이 금요일마다 모여 성경을 공부했던 역사를 반영해 금오재라고 지었다.한옥 골조와 기와 일부만 남기고 깨끗하게 보수했다. 마당 한쪽을 장식한 꽃담이 인상적이다. 보수공사 중 콘크리트를 걷어냈더니 숨어 있던 꽃담이 드러났다. 인근 경복궁 자경전의 꽃담과 무늬가 비슷하다. 금오재에는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 ‘마실’과 소규모 문화 프로그램, 모임 등을 열 수 있는 세미나실 ‘사랑’이 있다. 무인카페인 ‘마실’에는 커피 등 간단한 음료와 책이 비치되어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사랑’에서는 생활문화강좌가 열리는데 상반기에는 소금, 캘리그래피, 생활자수 등의 강좌가 마련되었다. 앞으로 지역주민들의 수요를 반영해 추가로 강좌를 개설할 계획이다.
생활문화강좌 이외에도 생활음악교실에서는 전문 연주자들로부터 플루트, 트럼펫,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다. 악기뱅크를 통해 기증받은 중고 악기를 수강 기간 중에 빌려준다. 악기를 구입하지 않아도 돼 부담이 없다. 중고 악기 외에도 오케스트라 연습에 필요한 의자, 보면대, 콘트라베이스, 팀파니, 드럼까지 갖추고 중고 피아노도 들여놓았다. 평소 대형 악기를 보유한 연습실을 구하기 어려웠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들은 숙원을 이룬 셈이다. 시민 누구나 신청 후 심사를 거쳐 이용할 수 있다. 생활문화지원센터이기 때문에 전문 연주단체의 이용은 제한한다. 체부홀은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개방하고 주말에도 문을 연다. 1타임에 3시간씩, 오전·오후·저녁으로 나누어 대관하는데 주말과 공휴일에는 신청이 몰린다.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는 서울시의 위탁을 받은 기분좋은QX가 3년간 운영한다. 센터 사무국에는 센터장을 포함해 4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김무성 사무국장은 “6월까지는 무료로 대관한다.이후 사용료는 서울시와 협의해 최소한의 수준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생활문화 동호회 네트워킹 파티와 서촌 생활문화축제도 계획 중”이라며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했다. 5월에는 공연 대관 문의가 많아 사무국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음악회를 기획해볼 예정이란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를 극복한 체부동 성결교회는 성가 대신 음악이 울려 퍼지고, 복음 대신 생활문화를 전파하는 생활문화지원센터로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글 전민정 객원 편집위원
사진 제공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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