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검색 창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ASSOCIATED

5월호

승자 없는 도서 공급률 싸움중소형 서점도 출판사도 맞추기 어려운 ‘생존 마진’
최근 서점계와 출판사 간에 공급률을 둘러싼 마찰이 다시 발생했다. 이번에는 북이십일 출판사와 전국 중소형 서점들이다. 공급률이란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납품하는 가격의 정가 대비 비율을 뜻한다. 출판사가 정가 1만 원인 책을 서점에 7,000원에 공급하면 공급률은 70%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책의 정가가 정해진 만큼, 공급률을 높이면 출판사들이 이득인 반면 서점의 이익은 줄어든다. 반대로 공급률을 내리면 서점의 이익이 높아진다.

양측 모두 할 말은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이하 한국서련)는 “북이 십일이 지난 3월 1일 도서 공급률을 60%에서 65%로 일괄적으로 인상했다. 출판사가 도서 공급률을 올리면 도매상으로부터 책을 받는 지역 서점은 최소한의 생존 마지노선마저 위협받는다”라며 공급률 인상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북이십일은 21세기북스, 아울북, 아르테, 을파소 등의 출판 브랜드를 거느린 중견 출판사다.
반면 북이십일 측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반박했다. 북이십일은 “미디어 환경이 변해서 서점뿐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도 마케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부담이 고스란히 출판사에 전가됐다”며 “마케팅을 강화해야 선순환이 만들어지는데 기존의 공급률로는 운영이 어렵다고 생각해 공급률을 인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서련은 전국 1,570개 서점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들 중에는 출판사와 직거래하는 서점도 있지만 규모가 작아 출판사에서 직접 책을 받지 않고 도매상으로부터 책을 받는 작은 서점도 다수 있다. 그런데 이들 작은 서점들은 책값에서 또 약 10%의 마진을 도매상에 떼어주어야 한다. 책이라도 정가로 팔고 싶지만 인터넷 서점의 할인 공세에 오프라인 서점도 10% 할인을 할 수밖에 없다. 도서관에 납품하는 경우에도 15% 할인해 책을 공급한다. 작은 서점들이 복지 마진은커녕 생존 마진도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출판인들도 할 말이 많다고 한다. 한 출판인은 “출판사가 정가 65%로 책을 공급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65%가 모두 수익인 줄 착각한다”면서 “인세, 기본 제작비, 경상비 등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을 빼면 초판 2,000부를 다 판다고 해도 출판사에는 5% 정도의 수 익밖에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5,000부가 넘게 팔리면 10% 수준의 수익을 얻지만 최근 초판이 다 팔리는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단 몇 %의 공급률이 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인 것은 출판사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초판을 소진하지 못해 수익이 5%도 되지 않는데 공급률을 올리지 않는다면 책을 낼 수가 없어 차라리 폐업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공급률을 둘러싼 출판사들의 어려움은 또 있다. 매년 공급률 계약을 할 때면 규모와 힘이 월등한 유통사(대형 서점이나 도매상)를 개별 출판사들이 상대하느라 버겁다는 것이다. 도서 정가제는 일괄적으로 다 지키도록 법으로 관철되었지만 공급률 문제는 각 출판사가 개별적으로 해결하도록 해 불공평하다는 불만이다.

관련이미지

1, 3한 대형 서점의 모습.
2지난 2014년 11월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 (내용과 관계없는 자료사진)

출판 생태계의 미래를 위한 해법은?

그렇다면 공급률을 둘러싼 싸움의 승자는 누구인가? 그간 많은 이들이 대형 서점, 특히 인터넷 서점이 도서정가제나 공급률 문제에 있어서 이득을 보는 측이라고 지목해왔다. 하지만 출판 전문가들은 인터넷 서점이 출판사나 중소 서점보다는 이득을 보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승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도서정가제로 예전보다 할인 폭이 줄고 온라인으로 책을 사보는 비중이 점점 늘어난 점은 유리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1만~1만 5,000원 정도의 책 한 권마다 배송비 2,000원가량을 부담하기에 수익을 그다지 많이 보지는 못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수년간 일어났던 출판사와 한국서련, 대형 출판사와 대형 서점과의 공급률 마찰은 대부분 출판계 상생의 뜻을 공유하면서 잘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현재 북이십일과 각 지역 서 점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중소형 서점들은 자발적으로 북이십일 책을 반품하고, 항의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맞서고 있다.그만큼 출판계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해법은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데 근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마일리지 적립 이외에는 가격 할인을 불허하는 완전한 도서정가제와 대형 서점과 소형 서점,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 모두 같은 공급률이 적용되는 독일식 공급률 차별 금지가 출판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글 권영미 뉴스1 기자
사진 제공 한겨레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