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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책 <지위경쟁사회>와 <대리사회> 한국 사회의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 서야 할 때
어지러운 시국의 영향일까.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한 책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가 지금 왜 ‘이 모양 이 꼴’로 사는지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들이다.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국가 이성 비판><정상인간> 등 제목만 봐도 불신과 절망으로 힘겨워하는 시대 상황이 읽히는 듯하다. 이 중 마강래 중앙대 교수가 쓴 <지위경쟁사회>(개마고원)와 대학 강사 출신 김민섭 씨의 신작 <대리사회>(와이즈베리)를 소개한다. 새해 벽두부터 웬 우울한 주제냐, 지레 눈살 찌푸리지 마시길. 역사적 순간을 통과 중인 우리에게 ‘사회를 꿰뚫어보는 통찰력’만큼 필요한 덕목이 어디 있으랴. 그리고 문제를 정면에서 바라보고 나면 해결책의 실마리도 흐릿하게나마 잡히기 시작한다. 희망으로 이어질 좋은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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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족되지 않는 포화점, 낙오자를 만드는 무한 경쟁
<지위경쟁사회>, 마강래 지음, 개마고원

<지위경쟁사회>는 ‘한국은 풍요로운 사회가 지옥 같은 곳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면서 그 근본 원인으로 ‘지위 경쟁’을 꼽는다. 한 단계라도 더 높은 등위를 지향하는 지위 경쟁이 사람들을 끝없는 불안과 초조 상태로 만들며 행복을 깎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지위 경쟁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본질이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가’보다 ‘남들보다 얼마나 더 가졌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 경쟁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다만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순위가 달라질 뿐이다.
저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레드퀸’의 이야기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소설에서 앨리스는 레드퀸과 함께 숲 속으로 달려가지만 계속 같은 곳에 멈춰 서 있는 것처럼 느낀다. 앨리스가 그 이유를 묻자 레드퀸은 이렇게 대답한다. “이곳에서는 제자리에 머물고 싶다면 최선을 다해 달려야 해. 어디든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빨리 뛰어야 하지.”
이런 ‘레드퀸 효과’는 긴 노동이 그보다 더 긴 노동을 낳고, 더 많은 소비가 더 많은 소비를 낳는 본질적 이유다. ‘상대적인’ 제자리 걸음을 면하려고 필요 이상의 수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평가 체제에선 이 정도 성취면 충분하지 않으냐는 기준, 즉 ‘포화점’이 없다. 남과의 격차는 벌어질수록 좋은 것이 되고, 노력은 끝을 모른다. 전 사회적인 노력의 낭비다.
직장에서 동료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야근과 휴일근무를 밥먹듯 하는 것,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명품을 두르고 다니는 것, 별 필요도 없는 공부를 단지 자격이나 지위를 얻기 위해 몇년씩 해야 하는 것, 부모의 재산이 든든할수록 결혼할 확률이 올라가는 것…. 이런 것이 지위 경쟁의 사회적 양상이다. 지위경쟁 사회는 낙오자를 만들어내며 굴러간다. ‘나만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지위 경쟁의 연료가 된다.
사회 발전 초기에는 경쟁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더 많이 일할수록 생산량은 늘어나고, 더 많이 공부할수록 교육 수준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한 발전을 이룬 사회에서의 지위 경쟁은 더 이상 사회적 부를 높이지 못한다. 오히려 승자 독식이 심해지면서 결국 사회적 이득보다 사회적 손실이 더 커진다. 저자는 “경쟁의 정도와 속도를 늦춰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대리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대리인간’의 사회
<대리사회>, 김민섭 지음, 와이즈베리

<대리사회>는 2015년 말 ‘309동 1201호’란 필명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펴낸 서른네 살 김민섭 씨의 대리 현장 르포르타주다. 전작을 통해 맥도날드 ‘알바’만도 못한 시간강사 처우 문제를 고발한 김씨는 책 출간 이후 결국 학교를 떠나야 했다. 그 후 대리기사 생활을 시작했고, ‘타인의 운전석’에 앉아 ‘타인을 대리하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고, 발화하고, 사유하지 못하게 만들며 모두를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내는” 한국 사회의 속성을 짚어낸다. 이른바 ‘대리사회’다.
여기서 사족 하나. 저자는 문학 공부를 오래한 사람이다. 전공은 국문학. 그중에서도 현대문학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8년 동안 조교와 시간강사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리사회>는 상당히 문학적이다. 아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글맛이 대단하다. 역시 사람은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국문학 공부는 절대 헛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자가 찾아낸 ‘대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리인간’들이 스스로가 ‘대리’ 신세인지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치 자신이 그 차의 주인인 것처럼 도로를 질주한다. 하지만 차 안에는 이미 누군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또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따라야 하며, 경로를 이탈할 때마다 지적을 당해야 한다.
저자는 “국가는 순응하는 몸을 가진 국민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리고 “순응하지 않는 이들을 감시하고 격리해나가면서 자신들의 욕망을 대리할 ‘대리국민’을 양산해낸다”고 짚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틀을 만들고, 스스로 사유하는 힘이다. 끊임없이 불편해하고,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강요된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이라 믿으며 타인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지위경쟁사회>와 <대리사회>가 우리 사회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는 ‘분노’로 모아진다. “지위 경쟁에 따른 격차가 더 확대되면 승자에 대한 부러움이 서서히 분노와 증오로 바뀌어갈 것”이라고 했고, “대리만족으로 달랠 수 없는 허탈함이 찾아오면 대리인간이 되기를 거부하는 개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분노할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위험 신호가 벌써 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사회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문화+서울

글 이지영
중앙일보 문화부 출판담당 기자
사진 제공 개마고원,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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