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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2월호

쌀롱드무지끄(Salon de Musique) 편안하고 친근한 클래식의 세계로
요즘 다양한 유튜브와 팟캐스트 채널 덕에 그간 특별히 관심 없다면 알 수 없던 분야와 사람들의 취향까지도 쉽게 알게 되는(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시대가 됐다. 어느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를 읽다 보면 대부분 처음 그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우연히 경험하게 되면서라던데, 어느 날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클래식을 알려줬다면 분명 알게 모르게 우리의 클래식 감수성도 자극받았을 것이다. 전통 매체인 라디오와 TV에서만 클래식을 접하던 과거보다(공연장은 직접 찾아가야 하니 제외) 채널이 다양해졌으니, 분명 보다 많은 대중의 클래식 감수성이 자극받지 않았을까.

1 쌀롱드무지끄 외부 전경.

클래식의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이 과거부터 꾸준했다지만, 진정 클래식을 클래시컬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었는가를 생각해보면 물음표가 먼저 생긴다. 클래식 역사와 문법을 알고, 작곡가의 의도와 지휘자(연주자)의 해석에 귀 기울이며,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대서사시에 오랜 시간 숨죽이고 집중하기가 어디 쉽겠는가만은. 그래서 변칙으로 영화 OST 같은 대중성 강한 음악을 클래식의 웅장함으로 승화시켜 대중의 호응을 얻기도 하지만, 그걸 클래식의 저변 확대로 보기엔 무리일 것이다. 그건 ‘클래식 악기’의 저변을 넓혀준 것에 불과하니까.
김광석의 노래를 듣다 ‘바흐’(가사는 ‘바하’다.)를 알았고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제목을 보고 ‘브람스’를 알았다고 말하면 믿을지 모르겠으나, 분명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걸 계기로 클래식을 알고픈 사람도 있을 것이다. 클래식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기초 지식이이 정도라 가정할 때, 그들(입문자)의 수준에 맞게 클래식을 보여주고 알기 쉽게 클래식 지식을 전달할 공간이 필요해 보인다.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 진짜 클래식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공간, 질 높은 클래식 공연을 좀 더 친절하고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부암동에 위치한 쌀롱드무지끄는 클래식을 클래시컬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지역사회에 훌륭한 예술을 선사하고 연주자와 관객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며, ‘거실 속의 콘서트’를 모토로 하는 공간답게 연주가 펼쳐지는 공간은 여느 평범한 가정집의 거실을 연상케 한다. 2층에 위치한 공간은 쇼윈도 같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밖에서는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안에서는 밖을 보며 부암동의 분위기와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최대 25명의 관객이 입장할 수 있으며 공간의 특색에 맞게 솔로·앙상블·스트링 콰르텟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공간에는 클래식을 전공한 대표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수준 높은 실력의 연주자지만 거장이 아니고 인지도가 조금 부족하다는 이유로 마땅히 연주할 곳을 찾을 수 없다는 점, 이런 연주자들이 자비로 공연장을 대관한다는 점, 또 대중이 클래식을 즐길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 등 대표는 이런 모두의 고민을 해결할 공간을 꿈꾸며 지난해 11월 쌀롱드무지끄를 열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제대로 된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난 것도 이런 고민을 공간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공간은 기존 클래식 공연장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일단 연주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기획한다는 점이 그렇다. 대체로 공연장은 기획자를 섭외한 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그에 어울리는 연주자를 섭외해 대중에게 공연을 선보이는데, 쌀롱드무지끄는 오롯이 연주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또 하나는 공연을 보다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공간 특성상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초근접할 수밖에 없는데 덕분에 관객은 연주자의 순간순간의 감정 변화까지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다.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의 손끝과 활을 다루는 손목, 호흡과 표정까지. 듣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지니 감동은 배가된다. 마지막으로는 연주자의 해설이 있다는 점이다. 공연 시작 전, 그리고 각 곡이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에서 연주자들은 “이 곡은 어떤 곡이고, 이 곡을 쓴 작곡가는 누구이며, 주제는 이렇습니다. 이 주제가 어떻게 표현되고 반복되는지를 느껴보십시오”라고 말하며 어렵지 않게 작품을 설명해준다. 덕분에 1시간 남짓한 공연은 늘 모두가 만족하는 자리가 된다.

2, 3 공연 중 관객과 연주자 모습.

또 다른 쌀롱드무지끄

매달 11회에서 많게는 13회까지, 매번 다른 공연이 진행되며 때론 다른 공간과 협업하기도 한다.(카카오톡 친구 찾기에서 쌀롱드무지끄를 검색하고 친구 등록을 하면 다양한 공연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인 연남장에서 공연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쌀롱드무지끄에서와는 또 다른 매력과 감동이 있다. 12월에는 제주도 공연도 계획되어 있다. 성산일출봉 앞에서 펼쳐지는 무대는 또 어떨지 궁금하다.
쌀롱드무지끄는 부암동을 시작으로 차츰 다른 지역에도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캐주얼한 분위기의 공간이 될 수 있고, 조금 더 큰 규모의 공연이 가능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클래식과 더불어 다른 장르의 음악을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간 어렵게만 생각했던 장르의 음악을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제대로 알고 즐기는 법을 알려줄 또 다른 공간이 될 거란 점이다.

글 전주호_서울문화재단 홍보팀
사진 제공 쌀롱드무지끄(Salon de Mus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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