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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2월호

‘창작대가기준’이 불러온 논란하루 작품 대여비가 250원?
2019년 가을, 미술계에서는 하루 250원으로 책정된 창작대가기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창작대가기준에 관해 잘 아는 이는 드물다. 하루 250원은 일당이 아니다. 제작비와 용역 단가 외에 지급되는 작가비가 하루 250원인 것이다. 이는 이미 만들어진 작업에 대한 대가이다. 대여비로 생각하면 쉽다. 신작과 구작 관계없이 모든 작가에게 적용된다.

창작대가기준의 맹점

그동안 창작자는 그 거래가 간접적이거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 제도 안에서 창작자와 시민이 상호작용하는 공공적인 ‘전시’라는 행위는 ‘교환이 이루어지는 정신적 노동 행위’로서 ‘공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정신적 노동 행위를 인정하고 그에 준하는 법적 절차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창작대가기준을 추진했다. 그로 인해 고용보험이 창작자들에게도 적용된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100대 국정과제 중 일자리 안전망 강화를 목표로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를 시행하고 보험료를 지원하겠다며 관계 법령에 명시했다. 그러나 현재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발의만 된 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창작대가기준은 창작자들만을 위한 아티스트 피 논의에서 기획자, 비평가의 대가기준으로 확장됐고, 신작과 구작을 저작권 개념으로 정립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창작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작가 등급 문제, 창작대가기준 산출식에서의 안전장치 미흡 등의 부분은 해결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 3월 산하기관에 고시했다. 고시는 강제력이 없다. 고시를 해 시범 적용한 후 공청회를 거쳐 제도화된다. 하지만 상급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적용한다면 산하기관은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창작대가기준이 창작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하루 250원이라는 금액은 ‘1일 5만 원×전시 일수/참여 작가 수’라는 산출식에서 나왔다.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의 경우 5만 원×165일/200명=4만 1,250원이다. 하루 창작대가기준이 250원인 셈이다. 이 산출식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5만 원이라는 책정 기준이다. 이 기준은 2017년 발표된 2016년 미술시장 실태조사를 기준으로 삼았다. 하루 평균 매출액 122만 3,376원에 약 4.1%의 사용 요율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자료를 찾아봐도 이 평균 매출액의 산정 기준을 찾을 수 없고, 4.1%이라는 요율이 어떻게 책정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두 번째 문제는 참여 작가 수로 나누는 것이다. 소장품도 많고 이미 작고한 작가도 있는데 무조건 참여 작가 수로 나누는 것은 문제다. 참여 작가 200명 중 창작대가기준을 적용받은 작가가 몇 명인지도 알 수 없다. 미술관 관계자는 서울관과 과천관이 다르게 적용됐다고 말했다. 아마도 과천관에서 전시한 창작자들도 모두 다르게 적용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작가들은 전시 참여를 위해 미술관 측에 추가된 이력을 보내고, 직접 미술관에 찾아가 회의를 하고, 작품 설치에 관해 담당자와 의견을 나누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회의비용조차 책정되지 않았는데 창작자가 자비를 들여 전시를 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껏 창작자들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제안받으면 늘 그랬을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열면 명예로워서? 아마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한 작업은 소장하기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념비적인 도록에 실리고 작품의 대외 노출도 늘어나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창작자의 기본적 권리를 무시한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것은 창작자의 태도가 아니다. 창작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불합리한 문제에 대해서는 거부하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의 창작자들이 조금이라도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이다.

1 지난 2018년 6월 27일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미술창작대가기준 도입’을 위한 토론회 모습. (오진희 제공)
2 양철모 작가의 작품 이미지. (자료사진, 양철모 제공)

잘못된 제도, 고쳐서 잘 쓰자

문화예술계에서는 처음으로 미술 장르에서 창작대가기준이 고시됐고 이제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안전장치로서의 창작대가기준이 아니라 창작의 행위를 1일 250원이라는 무가치한 공적 행위로 여겨지게끔 하여 창작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앞으로 타 장르에서도 미술 창작대가기준이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예술인들을 더 이상 실의에 빠트리지 않으려면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 믹스라이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공개 토론을 요청했고 12월 19일 예술가의집에서 창작대가기준을 위한 공개 토론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잘못된 제도는 고쳐서 잘 써야 한다.

글 양철모_믹스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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