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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4월호

무대기자재 공유센터
유민곤

좋아서, 함께하고 싶어서

당신을 소개해주세요.

예술이 주는 다양한 경험과 즐거움이 좋아서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유민곤입니다. 공연·전시·축제·문화유산을 보며 즐거움을 느꼈고, 그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서 학부에서 역사문화학을 전공했어요.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지역 문화재단에서 비엔날레·축제 서포터즈 등 대외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문화예술행정으로 진로를 정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에 당시 하이서울페스티벌을 통해 서울문화재단을 알게 됐어요. 졸업 후에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다 서울형 뉴딜일자리를 계기로 시민청에서 근무를 시작했고요. 현재는 대학원에 진학해 예술경영에 관해 개인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던 부분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시민청은 비로소 시민에 의해 완성되는 독특한 공간인데요.

저는 ‘작은 결혼식’과 ‘내속도로 캠페인’을 맡아 운영했어요. ‘작은 결혼식’은 정형화되지 않고 허례허식을 걷어낸, 우리의 스토리와 개성을 담아 직접 준비하는 작고 뜻깊은 결혼식인데요. 예비부부 교육, 작은 결혼 페스티벌, 참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사례집 제작 등을 맡아 진행했고, 성혼 사례를 언론보도와 연계해 매주 포털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작은 결혼식’ 소식이 내걸리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형편이 좋지 않아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25년을 산 중년 부부의 결혼식이 열렸는데요. 결혼식 당일 쑥스러워하면서도 너무나 행복해하시던 신랑·신부와 가족들의 이야기에 눈물바다가 된 결혼식을 보며 함께 찡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편 시민청 기획단과 함께한 ‘내속도로 캠페인’은 ‘내 삶을 타인이 아닌 나의 속도와 기준으로 살아가자’는 취지의 캠페인이었어요. 고민을 상담해주는 점집, 돼지띠 해를 기념하는 ‘잘돼지’ 포차 등 시민기획단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녹아든 축제와 워크숍으로 시민의 삶을 위로하고 응원했습니다. 이외에 대관 업무도 맡아 시민들이 여는 다양한 활동과 모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2023년 말 시민청 위탁 운영을 마칠 때까지도 제가 4년 전에 남긴 인수인계서가 쓰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이켜보니, 늘 불만도 많고 힘들어했지만 많은 것을 배운 뿌듯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민청에서 취미 모임을 열던 직장인, 외국 대사관 직원들, 시민기획단, 재단의 사업을 즐기러 온 시민과 예술인까지. 그러고보니 드넓은 시민청 공간을 채운 건 언제나 시민이었네요.

이후 다른 기관에도 근무하셨어요.

기업, 중앙행정기관, 광역문화재단, 기초문화재단 등 정말 여러 곳에서 다양한 업무를 했어요. 정규직으로도 계약직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해 보며 많은 동료와 예술인을 만났죠. 각 기관의 장점을 배우며 이력과 경험을 쌓았지만, 결국 재단으로 돌아오게 됐네요. 문화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사업, 그리고 지금 담당하는 리스테이지 서울re:stage seoul처럼 새로운 분야의 사업을 선도적이고 세밀하게 운영하는 것이 서울문화재단의 큰 장점이라 생각해요. 또 940만 인구의 서울에서 예술인의 창작과 삶을 지원하고, 시민에게 예술로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만큼 매력적인 일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시민청에서 근무하며 알고 지낸 재단 선후배 구성원들 덕에 많이 성장했기에 재단과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무대기자재공유센터의 사업을 소개해주세요.

지난해 11월 신설된 팀으로, 리스테이지 서울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공연이 끝나고 다시 사용하지 않거나 보관이 어려워 버려지는 공연 물품을 재사용하고, 예술인이 공연에 필요한 물품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인데요. 현재 3천여 점의 소품·의상·잡화·가구 등 물품을 대여·위탁하고 있고, 비단 저희를 거치지 않더라도 이용자 간 거래와 나눔도 매개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물품 구매와 보관, 폐기에 드는 비용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어 지속 가능한 친환경 창·제작 활동에 도움을 주지요. 영국 국립극장을 비롯한 해외에선 공연 물품의 ‘제작’ 과정에 초점을 맞추지만, 저희는 ‘공유’를 통한 비용 절감과 ESG 실천에 주목합니다. 지난해 시범 운영을 마치고 12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했고요. 예술인은 물론, 여러 단체와 기관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리스테이지 서울, 어떻게 이용하면 가장 좋을까요.

첫 번째 이용 팁은, 이용자 편의에 맞춰 제작한 누리집(restageseoul.or.kr)입니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임시로 개설됐으나, 12월부터 정식으로 누리집을 열어 많은 분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어요. 회원 가입부터 물품 검색, 대여와 위탁, 결제, 영수증 처리까지 전 과정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이용팁은 ‘리마켓’입니다. 공연 물품의 대여·판매·나눔 등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한 이용자 간 직거래 플랫폼이에요. 누리집에서 찾지 못한 물품이 있다면 리마켓의 ‘구합니다’ 게시판을 이용해 필요한 물품을 구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올 하반기 리스테이지 서울은 현재 성수동에서 한성대입구역 인근 서울연극창작센터로 창고를 확장 이전합니다.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와 가까운 데다 지하철역에서 도보 3분 이내 거리에 위치해 더 많은 분들이 쉽게 찾으시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또 서울연극창작센터로 이전한 뒤에는 공연예술과 친환경을 결합한 워크숍,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문화예술행정가로서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있나요.

누군가에게 다양한 경험과 행복을 전해주는, 또 변화를 일으키는 가치 있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늘 생각하려고 합니다. 예술교육에서 즐거움을 경험하는 아이들, 처음 해 보는 것들이라며 매일 고마움을 전하던 농인 할머니들, 축제를 즐기는 시민, 축제 참여자에서 전문 기획자로 거듭난 동료, 생활예술을 즐기는 시민, 창작지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는 예술인 등등… 우리의 일이 누군가에게 변화를 일으키고, 또 그 변화로 시민과 예술인의 삶에 행복을 주는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을 이야기해볼까요.

장소와 공간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한강, 서울 곳곳의 골목길, 미술관, 카페, 서점, 공연장, 궁궐, 심지어는 지하철 안에서까지요. 이 공간을 이렇게 꾸몄구나, 이 장소에선 사람들이 이렇게 움직이는구나, 여기선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공간에서 나는 어떤 기획을 해 볼 수 있을까, 상상하고 있으면 즐겁고 일상이 환기돼요.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쉬는 날에도 반드시 어딘가 다녀와야 하는 이상한 취미도 생겼고요.(웃음)

스무 살 서울문화재단에 축하 인사를 건네주세요.

어른이 된 재단아. 20년 동안 많은 재단 구성원, 시민, 예술인과 다양한 사업을 경험하며 지금의 역량 넘치는 재단으로 잘 성장해왔어. 그 과정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나도 함께 성장하고 있어서 너무 기뻐! 어려운 순간도 많았고, 아쉬운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잘 해온 것처럼 지난 시간의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 앞으로도 좋은 영향을 전할 수 있도록 좋은 일을 많이 만들어가자! 서울문화재단의 스무 살을 축하해!

글 [문화+서울] 편집팀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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