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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2월호

서울형 예술지원사업예술인과의 진정한 파트너십을 위하여
예술은 적당한 시간과 온도, 다양한 재료의 조화,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한 요리 같다. 하지만 우리의 예술은 종종 설익은 요리가 되기 쉬운 환경에 있다. 속이 폭 익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자금의 엄격한 잣대 아래, 많은 평가 속에서 제대로 익기 전 자꾸 뚜껑을 열게 된다.

사실 세금이라는 값어치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지원금의 엄격함은 지켜야 할 가치라는 공공의 책임감 역시 가져야 하기 때문에, 서울문화재단(이하 재단) 직원들의 고민은 늘 여기에서 충돌한다. 가장 창의적이어야 하는 예술과 가장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공적 자금의 만남에서 공생의 가치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한정된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예술지원사업은 가뭄 속 단비의 역할 정도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예술을 위한 공공기관의 역할은 소나기가 아닌, 든든한 저수지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재단은 2020년을 시작으로 새로운 서울형 예술지원사업을 설계하는 시간을 가졌다. 찾아가는 간담회, 정기 간담회,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100명의 예술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 ‘THE 넓은 라운드테이블’ 등 크고 작은 40여 회의 간담회를 통해 예술인 350여 명의 의견을 온·오프라인에서 듣고 모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고무적인 발견은 예술인들의 바람과 재단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작품 지원에서 예술인 지원으로, 서울형 예술지원사업

지난 10월 16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그동안 재단이 추진해온 예술지원사업의 체계 개선 방안과 현재까지의 추진 과정을 공유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THE 듣는 공청회’가 열렸다. 재단은 지원사업의 주요 혁신 방향을 설명했다.
재단이 새롭게 설계한 서울형 예술지원사업은 예술지원사업 개선 방향과 핵심 가치를 지원금을 배분하는 관리자에서 예술현장의 파트너로 역할을 전환하고, 예술작품 중심 지원에서 창작 주체인 예술인 중심으로 전환, 그리고 주로 창작물의 결과 발표에 한정된 지원에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창작환경을 구축하는 것으로 설계되었다.
올해 초 재단의 예술지원사업 공모사업 발표가 지연돼 많은 예술인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4월 2일 첫 번째 간담회를 시작으로 예술 생태계 안에서의 재단의 위치와 역할을 재고할 필요를 느꼈고, 현장과의 소통이 절실해 보였다. 그리고 단순히 의견을 듣는 단발성 관계에서 예술인이 재단의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하며, 소통하는 방법과 태도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느꼈다.
그동안 재단은 예술인의 의견을 많이 청취했지만, 제안했던 이야기들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되었는지 확인된 적이 없다는 예술인의 의견이 있었다. 서울형 예술지원사업 설계를 위해 ‘예술지원체계개선TF팀’을 신설하고 예술지원사업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예술기획팀과 함께 예술인 간담회, THE 넓은 라운드테이블, 전문가 자문회의,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온라인 소통 플랫폼 등 온·오프라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여 개선 의견을 모았다.
개선 의견을 바탕으로 작품 중심으로 진행되던 그간의 지원사업 패러다임을 예술인의 창작지원으로 전환시켰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창작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재단만의 독자적이고 혁신적인 지원 체계를 설계하고자 노력할 예정이다.

1 ‘THE 넓은 라운드테이블’ 현장.
2 ‘THE 듣는 공청회’ 현장.

배분과 관리의 기관이 아니라, 예술인의 파트너로

직접지원사업의 선정자 및 선정단체 모두에게 예술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창작활동비’를 신설했고, 이를 통해 예술작품이 아닌, 창작의 주체인 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프레임을 전환했다. 지원사업은 예술인의 직접적인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예술창작지원’과 예술인의 창작활동에 필요한 예술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는 ‘예술기반지원’ 사업으로 크게 나누었다. 그간 직접지원사업에 큰 비중을 두었던 것과 달리 2020년부터는 예술계의 활성화를 위한 간접지원사업이 대폭 확대될 것이다.
‘예술창작지원’은 창작준비지원과 창작활동지원으로 구성되며 그동안 청년예술지원사업과 작품지원사업을 나누던 연령 구분을 폐지하고 문화예술 활동 경력을 기준으로 재설정했다. 이와 함께 비평 활성화, 연구와 담론 형성, 아카이빙, 컨설팅, 네트워크 등 간접지원사업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재단의 예술지원사업은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데도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앞으로는 사업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함께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지금까지 통용되는 지원 시스템인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과 ‘e나라도움’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직접 시스템을 사용하는 현장 예술인들로부터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2020년 공모에 당장 반영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인 계획 아래 예술인들이 사용하기 쉬운 공모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예술인이 중심인 새로운 예술지원 체계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듣고 실천해야 할 재단의 큰 과제가 되었다. 지원금의 관리자가 아닌, 예술인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 듣고 실천하는 재단이 될 것이다.

글 최재훈_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체계개선TF팀장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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