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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2월호

인형·그림책 작가 문정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문정회 작가는 소소한 일상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인형을 제작한다. 그렇게 만든 인형들로 브랜드를 론칭하고, 전시회를 열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그림책까지 펴냈다. 인형과 인형 놀이가 아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문정회 작가의 작업 세계를 들여다본다.

1 ‘더돌스호텔’(The Dolls Hotel).
2 2019 북유럽 크리스마스 장식 인형.

인형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혼자서 책 읽는 것이 더 좋았던 내 어린 시절의 꿈은 아동문학가였다. 세계문학전집과 새벗 잡지사에서 발간된 한국동화 시리즈가 특히 재미있었고, 강소천 선생님처럼 아동문학가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인형들로 인형극을 만들어 노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고등학교 때까지 인형 놀이를 했다. 사춘기 때 친구들도 처음에는 인형 놀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비웃었지만, 내가 소개한 인형 놀이와 인형 컬렉션을 보고는 모두 즐겁게 인형 옷을 갈아입히고 이야기를 만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인형과 인형 놀이가 반드시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지금 나는 어린 시절 꿈꾸던 길을 걷고 있지만, 꽤 먼 길을 돌아오긴 했다. 대학에 진학하며 언론인이 되고 싶어서 신문사에서 인턴 사진기자로 일해보기도 했고, 출판사에서 일하며 책을 만들기도 했고, 통신사의 홍보팀에서 잠깐 일한 적도 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는 호텔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기도 했고,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한 적도 있다. 결국 나는 내 오랜 시절 꿈이었던 그림책과 인형 작업을 하며 살게 되었지만,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일하며 만났던 개성있는 사람들이 모두 내 인형 작업의 토대가 되었다. 공동체 속에서 저마다 다른 성장 과정과 취향, 비밀과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마치 하나하나의 인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호텔이라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특수한 상황은 ‘더돌스호텔’(The Dolls Hotel)이라는 나만의 인형 브랜드를 만든 이유가 되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듯이, 손으로 만드는 내 인형들도 모두 다르다고 생각한다.

매일매일의 소재로 만든 인형들

결혼을 하고 두 아이들이 태어나자 인형과 그림책의 소재가 더욱 풍성해졌다. 큰아이가 태어났을 때 머리를 빗을 시간조차 없어서 뒷머리가 동그랗게 부풀어오른 모습을 보고 떠오른 소재로 그림책 <구름머리 방>을 썼고, 아이가 자라서 비밀이라는 것을 궁금해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시리얼 박스를 머리에 뒤집어쓴 인형 캐릭터 ‘비밀이’를 만들기도 했다. 길을 지나가다가 발견하는 재미있는 표정과 독특한 차림새의 사람들, 무지갯빛 표정의 학생들, (심지어 건물과 자동차, 나무와 풀도 가만히 보면 표정이 있다.) 이 모든 소재들을 스케치북에 기록해두었다가 패턴을 떠서 봉제 인형을 만들고, 물감으로 칠을 하면 인형이 탄생한다.
인형들에게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전시를 하거나, 브랜드의 캐릭터 작업을 할 때도 반드시 그 인형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본다. 2018년 갤러리 백룸에서 첫 번째 개인전 <웰컴투 핑코월드>를 진행했을 때는 핑크색에 특별한 추억을 담고 있는 핑코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주얼리 브랜드 ‘슬론’, 플라워 디자인 브랜드 ‘헬레나’와 협업하기도 했다. 올해 가로수길에 있는 인테리어 전시장 이노홈에서 전시할 때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정글 피버’ 인형 시리즈를 만들었고, 인테리어 전시장인 만큼 가구와 인형의 조화를 생각해 인형 캐릭터로 커튼, 쿠션 등의 생활소품을 제작했다. 프렌치 레스토랑의 캐릭터 작업을 할 당시에는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아 조세피나라는 소녀 캐릭터와 그의 프랑스 디저트 친구들을 제작했다. 12월~1월에 출시되는 동물복지 아이스크림 브랜드 ‘무무 by 마를린’을 위해서는 포니테일 머리를 한 소녀 마를린과 그의 행복한 친구인 소 캐릭터를 인형으로 만들어 작업 중이다. 인형 작업은 그림책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로 변형 가능한 무궁무진한 영역이라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3 동물복지 아이스크림 브랜드 ‘무무 by 마를린’.

인형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전통에 기반을 둔 다양한 인형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우면서, 더 현대적인 인형극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2018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더돌스호텔의 첫 번째 인형극 에피소드를 20화 제작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관객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인형극을 만들고 싶다.
현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밀 수 있는 다양한 인형 장식을 만들고 있다. 북유럽 이야기를 소재로 빨간 고깔모자를 쓴 발랄한 소녀 실비 시리즈와 소심한 연어소년, 그리고 전나무 아줌마 인형 장식이다.
내 작업이 궁금하다면, 홍대 앞에 있는 라이즈 호텔의 더돌스호텔 룸을 추천한다. 룸은 200개의 인형으로 만든 탁자와 인형 그림 액자, 그리고 인형 무늬의 커튼으로 꾸며져 있다. 또 11월 29일부터 1월 6일까지 잠실 에비뉴엘 아트홀, 12월 5일부터 1월 12일까지 롯데갤러리 인천점에서 진행되는 <북유럽 일러스트레이션 전>의 기프트숍에서 나의 다양한 인형 작업을 만날 수 있다.

글·사진 제공 문정회_인형·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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