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검색 창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COLUMN

3월호

문학과 우리 삶이 맺는 올통볼통한 매듭

낯익은 문장 부호가 보인다. ‘!’를 클릭하면 조금씩은 당신의 예상에서 비켜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웹진 [비유]의 ‘!(하다)’ 이야기다. ‘!(하다)’는 매년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문학적 실험의 과정과 시선을 좇는 연재 코너로, 현재까지 총 26개 팀의 각 양각색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단 하나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든 이가 함께 만들고 펼쳐볼 수 있는 페 이지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더 많은 독자가 동행해 주기를 바라면서 2020년 여름 시작해 최근 연재를 마친 다섯 개의 프로젝트를 톺아본다.



1. 대신 산책해 드립니다 <서울 산: 책>

<서울 산: 책>은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에 그려진 공간을 탐방하며 서울에 대한 단상, 시대에 따른 공간의 변천 과정과 숨은 이야기를 살핀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계 없는 작업실’은 서울을 거점으로 활동한 소설가 성해나와 건축학도 원정아가 이룬 팀이다. 김사과 소설 《여름을 기원함》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김연수 소설 《동욱》과 용산, 정용준 소설 《선릉 산책》과 선릉 등을 오가면서 문학과 건축의 뚜렷해 보이던 경계가 희미해지며 비로소 생동하는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시장을 찾은 날 역시 사람은 많았지만, 시장의 규모로 짐작해 보건대 코로나로 인해 평소보다 인파가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시장을 한참 누빈 끝에 발견한 청해수산. 소설 속에선 폐업한 가게로 나오지만, 현재도 원활히 운영되고 있다. ‘도화 와 이수가 이곳에서 돔을 샀지.’ 떠올리며 그곳을 지났다. <서울 산: 책> 5화 부분



2.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이거 나 아냐>

걷다 보니 극장 앞이다. 오늘의 무대에 새로운 ‘나’가 필요하다고 느낀 세 명의 극작가 구하나·박주영·서동민은 창작집단 담이 라는 이름으로 <이거 나 아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은 1화에서 매력적이면서 새로운, 현실에 발붙인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작가로서 무대에 어떤 인물을 세울 것인지 고민하는 장면은 새삼스럽지 않더라도 창작 집단 담과 배우들의 대화, 각기 혹은 함께 욕망하고 상상하고 창조하고자 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거 나 아냐> 가 창조한 인물들-윤성·윤희·은재의 프로필과 가방 속 물건들, 독백 녹음본까지 살피는 동안 좀 헛갈린다. 무대에 오르기 전이 지만 드디어 우리가 만났다는 반가움과, 한편으론 살면서 이미 한 번쯤 부대끼며 지낸 사이 같은 생생함이 뒤섞여서.
왜 그렇게 보세요? 10년을 봐온 친구도 이해 못하는 마음을 그날 처음 본 사람에게 이해받으려 했다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 요? 그런데 이런 만남은 누구나 꿈꾸잖아요. 무도회장에서 서로를 알아본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수많은 사람 속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주는 관계. 그건 꼭 연인들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도 상상해보는 거예요. 비록, 제가 사람들과 맺는 관계는 연애 감정으로 맺어지는 관계는 아닐지라도요. <이거 나 아냐> 7화 부분



3. 매일 예언이 여기로 온다 <P!ng>

“텍스트와 이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번역합니다. 가능한 멀리까지 공놀이를 지속하며 오해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P!ng> 프로젝트를 진행한 스튜디오 풀옵션의 프로필에 적힌 문장이다. <P!ng>의 세계는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독특하 고 실험적이다. AI가 불러온 세 장의 이미지(구글 뉴스 데이터를 통해 도출된 세 개의 문장과 연계된 이미지)를 소설가는 ‘예 언-이미지’라 명명하며 그 위로 이야기 세계를 탄탄히 쌓아간다. 디자이너가 이야기를 시각화한 이미지를 소설 말미에 덧붙 여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 너머를 또 한 번 상상하게 한다. 이들의 공놀이가 만드는 낯선 리듬이 당신의 일상을 멀리 던진다.
멀어지고, 멀어지고, 멀어져서, 마침내는 전혀 다른 세계의 기틀이 됩니다. 우리는 기틀 위로 예완과 관련된 다섯의 이야기- 쌍둥이와 사민, 진우, 그리고 P-를 쌓고자 합니다. 이들 다섯의 운명은 매달 AI가 도출하는 예언-이미지에 따라 조금씩 변화 합니다. 우리는 실제와 허구, 텍스트와 이미지의 주고받기를 통하여 문학쓰기의 우연성과 필연성을 함께 즐기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 또한 규칙을 기억해주시면서, 혹은 완전히 잊은 상태로 이야기를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P!ng> 1화 부분



4. 소설의 한 장면이 될 당신의 하루 <171小說>

당신의 하루를 멀리, 더 멀리 던질 때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이 가능하다는 것. 창작동인 월과월과월은 <171小說> 프로젝트 를 통해 타인의 일기를 수집하고 그 일상 기록을 토대로 소설을 창작했다. 여섯 편의 일기, 그리고 짝을 이루는 여섯 편의 소 설은 월과월과월 팀의 생각처럼 일상의 순간과 소설적 순간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님을 잘 말해준다. 또한 누군가의 일기를 읽 는 시간, 그 일기로 쓴 소설을 읽는 시간 자체가 나의 하루 속 사소하고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 장면을 불러오고 그 안에 깃든 ‘이야기됨’을 조명한다.
내 일기로 지어진 소설을 읽으며 평행 세계의 나를 만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찰나에 소멸될 줄 알았던 순간들이 어디선가 계속 다시 쓰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재미 할당량을 함빡 채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171小說> 8화 부분



5. 한 장, 두 장, 세 장, 요 아래 <요 밑 콩>

긴 산책을 끝내면 그날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일기에 쓰고 자리에 눕는다. 요를 깐다. 그런데 등이 배기고 아직 들어야 할 이야 기가 남았다고 느낀다면…. <요 밑 콩> 프로젝트를 살필 차례다. 모임도토리의 세 사람 계피·이응·움파는 스스로의 옷과 외 양을 그동안과 다른 눈으로 뜯어보고 그와 관련한 기억과 단상을 꿰어가며 옷의 겹 아래 숨은 의미를 이야기한다. 2·3·4화 는 각기 다른 세 사람의 옷 이야기를, 5·6화는 서로의 옷을 모방해 입어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 밑 콩>을 보고 나면 당 신의 내일 입을 옷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취향을, 가치관을, 개인적 역사를 말하는 옷, 그리고 그 밑에 깔려 있는 콩, 그러 니까 몰랐거나 모르는 척했던 자신의 구석을 샅샅이 더듬고 난 다음이라면.
<요 밑 콩> 원고를 막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공연 때 치마만 입는 자신이 새삼 겸연쩍게 느껴졌다. 마치 개화기의 제일 끝에서 검정 월남치마에 흰색 저고리만 고집하는 구여성으로 사는 기분이었다. 이 바지가 공연할 때 입은 내 첫 바지다. 그전에 바지 를 입어도 늘 위에 치마를 받쳐 입었다. 실제로 바지를 입어보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막상 변화하고 나면 도대체 왜 이전의 것 만 그리도 고집했는지 아리송한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움파도 그 화려했던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이런 기분이었을지 모르 겠다. <요 밑 콩> 6화 부분



글 남지은_웹진 [비유] 편집자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