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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3월호

음성 기반 네트워크 서비스, 클럽하우스거 수다 떨기 딱 좋은 곳이네

지금 SNS 중 가장 트렌디하고, 유저들의 반응이 뜨거운 신문물을 꼽는다면 단연 클럽하우스일 것이다. 요즘은 너도나도 자신의 새로운 클럽하우스 계정을 기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개하며 “저도 클럽하우스 시작했어요”를 인증하고 있다.

이 서비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대화방’에서 수다를 떠는 음성 기반 네트워크 서비스다. 클럽하우스는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와는 달리 미리 녹음해 놓을 수 없는 생방송 음성 채팅이고 인스타라이브나 브이라이브처럼 영상을 이용할 수 없다. 실시간 대화는 저장할 수 없어 기록도 남지 않는다.
그러면 한 방에 100명이 있을 때 어떻게 대화를 나눌까? 방을 만들고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모더레이터(진행자)이자 스피커다. 몇 명의 스피커가 마이크를 가지고 있어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으며, 말하고 싶은 사람은 ‘손’ 모양의 아이콘을 눌러 발언권을 얻을 수 있다. 듣기만 하는 리스너가 돼도 된다. 모바일폰 번호 연동이라 익명성을 보장받지도 못하며 아이폰 유저만 사용할 수 있는 이 서비스가 이렇게 인기인 이유는 뭘까.
클럽하우스에는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 기존 사용자에게서 ‘초대장’을 받아야 가입할 수 있는, 다소 폐쇄적인 시스템이다. 그리고 신규 가입자 밑에는 이 사람이 누구 추천으로 가입했는지 ‘추천인’의 이름과 사진이 명함처럼 따라다닌다. 게다가 신규 가입자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에게 초대장을 발부한 추천인도 함께 이용 정지를 당하는, 연좌제 시스템까지 갖췄다. 초대장이 없으면 가입을 못 하니 당근마켓에서 클럽하우스 초대장이 2만 원 내외 금액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이 서비스가 미국에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실리콘밸리 CEO들의 이름값이 컸다. 평소에는 만나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대화방에서 주식이나 미래 기술 산업에 대해 설전을 벌이면서 화제가 된 것이다. 한국도 유명인들이 이용한다. 스윙스·딘딘·쌈디·배두나·임수정도 클럽하우스를 시작해 방을 만들어 스피커가 됐다. 특히 쌈디는 여러 주제의 방을 돌아다니며 스피커나 리스너로 참가하는 소통왕이다. 딘딘·김지훈은 이 서비스를 “권력화된 소통, 과거 귀족들의 클럽을 떠올리게 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말이다. 소통과 홍보가 중요한 선거 직전의 정치인도 클럽하우스에 가입해 방을 개설하고 대화를 나눈다.

내 목소리를 들려주기 싫어

기자로 일하면서 취재와 섭외 등의 업무를 전화로 하다 보니 전화포비아가 생긴 나의 경우에는 이 서비스 초대장을 받고도 한동안 이용하지 못했다. 진짜 내 목소리로 사람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이 서비스를 ‘인싸’들의 서비스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그 즉각적인 음성 기반 서비스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라이브로 모르는 사람과 음성 대화를 하는데, 그걸 재밌어하며 이렇게나 많이 가입하다니!! 사진 기반의 인스타, 텍스트 기반의 페이스북·트위터 모두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시간을 들여 포장해 노출할 수 있다. 텍스트는 업로드 전에 생각을 다듬어 정리할 수도 있지만 음성 대화는 아니다. 친한 친구가 전화를 해도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누르는 나 같은 방구석 아웃사이더에게는 이 ‘인싸’ 천국 대화방의 인기가 이해도 안 되고 생경한 노릇이었다. 그런데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죄다 클럽하우스로 몰려가 이 서비스가 재밌어 죽겠다고 홍보를 하니 비사용자들은 트렌드에서 뒤처지는게 싫단 강박에 일단 시작하게 된다.
SNS란 서비스 개발자의 계획대로 자라지 않는다. 가입자들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모양이 변하고 종횡으로 자라는 생물이다. 클럽하우스 역시 사용자가 대폭 증가하면서 계속 변할 것이다. 같은 시간대에 일대일로 대화하는 게 불가능한 유명인들과 같은 방에 접속해 있다는 특별함을 제공하기도 하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목소리로 서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이곳을 통해 인맥을 쌓고 커리어를 확장하고 업계 동료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방을 만든 모더레이터의 목적에 따라 방마다 다른 분위기다. 클럽하우스는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시적인 연결감을 준다. 말하기, 듣기가 중요한 채널이라 음악 주제 방도 많은데, 전문 디제이가 일방적으로 음악을 틀어주는 게 아니다. 유튜브에서 1990년대 <인기가요> 채널이 다시 흥한 이유가 웃긴 댓글창이었던 것처럼,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동 시간에 같은 음악을 듣는다는 그 감각이 중요하다.
가입을 하긴 했는데, 뭐가 재밌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더니 요샌 나 역시 몇 시간씩 클럽하우스를 켜놓기도 한다. 주로 웃긴 방에 들어가 대화를 엿듣는다. 최근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채팅방은 ‘남성분들 프사 평가해드립니다’라는 이름의 방이었다. 개그감 충만한 여성들이 같은 방의 남성 프로필을 풍자하는 방이었다. 클럽하우스는 라이브이기 때문에 대본 따위는 없다. 코미디언도 아닌데, 이렇게 즉각적으로 남의 사진을 보고 배꼽 빠지게 응수하다니, 어찌나 말을 차지게들 하는지 최다 인원 500명이 방에 꽉 들어차 새벽까지도 와글와글 떠들었다. 남성들은 직접 자기 프로필 사진을 올리고 “5단계 매운맛으로 평가해 주세요”라고 자청한다. 프로필에는 인스타그램 주소까지 오픈돼 있어 누구나 목소리 주인공의 실생활에 접속할 수도 있다. 아, 이 얼마나 위대한 ‘핵인싸력’인가.
방금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보니 ‘한국대중문화 속 시간, 역사 방’이 개설됐고 스피커로는 <기생충> 아카데미 통역으로 유명한 샤론최와 철학자, LG유플러스의 직원과 영문학자가 들어가 있다. 또 ‘테크기업에서 글을 쓰고 싶다? 테크니컬 라이팅 팀이 알려드려요’도 눈에 띈다. 통역가와 영문학자와 철학자가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해 대화 나누는 방과 IT 기업의 카피라이터들이 일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방, <햄릿> 낭독방과 블랙 커뮤니티의 래퍼방(영어방)도 리스트에 섞여 있다. 어떻게 보면 폐쇄적이고, ‘끼리끼리’이고 과시적인데, 또 어떻게 보면 경계 없이 누구와도 실시간 연결될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이지만, 어차피 SNS의 본질은 똑같다. 2000년대 초반의 ‘스카이 러브’ 지역 채팅방, 윈앰프(Winamp) 프로그램 라디오도 연상된다. 집에 초고속 랜을 처음 깔고 지역 채팅방에 들어가 ‘여인2’ 따위의 닉네임으로 채팅을 하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어디의 누구와도 연결되는 낯선 신문물에 환호했다. 현실 속의 나는 길에서 이웃이나 낯선 사람에게 절대 먼저 말을 걸지 않지만 클럽하우스에서만큼은 누구나 수다쟁이가 된다. 사실 모든 SNS가 그렇지 않은가?

김송희_《빅이슈코리아》 편집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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