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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뮤지컬 <위키드>와 <베르나르다 알바>폭력과 마주친 여성들의 이야기
편견 때문에 초록 마녀로 불리는 엘파바가 역경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날아오르는 이야기 <위키드>. 현재의 평화를 즐기기 위해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폭력성과 폭력의 역사를 표현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폭력적인 상황에 놓인 여성의 이야기가 화려하게, 그리고 위태롭게 그려진다.
※해당 공연 일정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위키드> 정선아·옥주현

무대는 화려하게 메시지는 확실하게 <위키드> | 2. 16~5. 1 |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관객은 오즈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환상의 세계 오즈를 재현한 거대 무대세트와 의상, 소품들로 가득 찬 무대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12.4m의 타임 드래곤, 수천 개 비눗방울을 뿜어내는 버블 슬라이딩, 날아다니는 원숭이, 단 한 번의 암전도 없는 54번의 무대전환, 350여 벌의 휘황찬란한 의상 등으로 가득 채운 공연은 ‘블록버스터 뮤지컬’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국내 초록 돌풍을 일으킨 초록 마녀가 돌아왔다. 이번 공연에는 가수 옥주현·손승연(엘파바), 정선아·나하나(글린다)를 비롯해 피에로 역의 서경수·진태화, 그리고 남경주·이상준·이소유·김지선·이우승·전민지·임규형등이 출연한다. 2016년 이후 5년 만의 공연이자, 5월에는 부산 초연도 예정돼 코로나19 때문에 위축된 공연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소설을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초록 피부의 마녀가 원래부터 사악한 존재는 아니라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환상처럼 기억된 오즈의 세계는 사실 편견과 차별이 만연한 사회였다. 절대 권력의 말 한마디에 엘파바는 초록 마녀로 몰리면서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악’이 돼버린 엘파바를 감싸 안은 건 내면을 들여다보는 글린다와 피에로뿐이다. 개성을 상실한 사회에 날리는 일침 같다. 특히 초록 마녀 엘파바가 차별과 불의에 맞서 한계 없이 비상할 때 부르는 곡 <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나)>는 가사를 곱씹게 된다. “시도하기 전엔 그 누구도 알 수 없어. 너무나 오랫동안 두려워한 것 같아. 이제는 나 중력을 벗어나. 날아올라. 날개를 펼칠 거야.” <위키드>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던 ‘킬러 콘텐츠’다.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모든 도시에서 흥행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웠다. 16개국 130여 개 도시에서 6,000만 명가량 관람했다. 토니상, 드라마 데스크상, 그래미상 등 전 세계 100여 개 메이저 상을 휩쓸기도 했다. 긴 기다림을 입증하듯 이번 한국 공연도 준비된 전 좌석이 예매 시작 당일 매진됐다.

<베르나르다 알바> 오소연·정영주

쉿! 그녀들은 지금 ‘태풍전야’ <베르나르다 알바> | 1. 22~3. 14 | 정동극장

흰 바탕의 벽뿐인데, 배우 10명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이 수없이 변하는 듯하다. 무대는 꽃이 가득한 정원이 됐다가 핏빛으로 물든 저택이 되기도 한다. 배우들의 억눌렸던 감정이 움트며 완벽해 보이던 집이 파국으로 치달을 땐 온몸에 소름이 돋고 허리를 곧추세우게 된다. “침묵! 쉿!” 90분간의 공연은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이 가득하다.
작품은 1930년대 스페인 지방의 농가에 사는 여인 베르나르다 알바의 두 번째 남편 안토니오가 죽으며 시작된다. 남편의 8년상을 치르는 동안 베르나르다 알바는 다섯 딸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한다. 알바는 “이제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라며 “내 보호 안에서만 편하게 숨 쉴 수 있지”라고 말한다.
여성 가장의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통솔은 그 어떤 독재보다 살벌하다. 그의 딸들은 각자의 개성은 무시된 채 검은 상복을 입고 십자수를 놓으며 지낸다. 마을 사람들과 교류도 차단된다. 딸들의 욕망이 스멀스멀 꿈틀대기 시작하자, 알바는 이를 저지한다.
숨 막히는 절제는 ‘안정’이 아닌 ‘대립’의 전초전일 뿐이다. 억지로 욕망을 억누른 탓일까. 첫째 딸이 청년 뻬뻬와 결혼을 약속한 이후 자매들의 욕망은 더욱더 부풀어 오른다. 그의 사진을 훔치거나 언니 몰래 밀회를 즐기는 동생들의 모습은 이성을 잃은 듯하다. 집은 전쟁터이자 탈출해야 할 지옥이 돼버린다. 이 사랑을 갖기 위해선 반드시 벗어나야 할 옥쇄다.
자유에 대한 갈망은 격정적인 플라멩코로 표현된다. 검은 원피스와 슈트를 입은 배우들의 몸짓은 일체적이지만, 왠지 모르게 위태롭다.
작품은 초연 당시 전 좌석 매진 기록을 세우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올해는 정동극장에서 볼 수 있다. 정영주를 비롯해 이소정·강애심·황석정·한지연·김환희·이영미·최유하·김려원·임진아·황한나·정가희·김국희·전성민·오소연·김히어라·이진경·이상아 등 무대 위에서 한창 활약 중인 여배우 18명이 참여했다. 정영주는 주연과 함께 직접 제작을 맡았다. 총 연습 기간만 7개월이다.
작품은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역사를 짚어낸다. 여성 서사극이기 때문에 약자에 대한 폭력의 대물림이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연태흠 연출은 “폭압적인 알바가 왜 이렇게 됐나, 알바 안에 내재한 폭력성은 결국 역사로부터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소희_《이투데이》 기자 사진 제공 에스앤코, 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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