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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자문밖 미술관 프로젝트자문밖을 밝힐 미술관들

북한산 자락이 부드럽게 흘러내린 동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도시의 번잡함을 잊게 하는 곳. 의외로 서울 곳곳엔 이런 고즈넉한 곳이 꽤 있다. 그런데 종로구에 자리한 이 동네엔 다른 지역과 확연히 다른 것이 또 하나 있다. 구석구석 ‘보석’처럼 박혀 있는 문화예술 공간이다.

고(故) 김창열 화백 자택 사진

서울에서 자연환경과 문화예술 인프라를 두루 품고 있는 곳이 어디일까? 평창동·부암동·구기동·홍지동·신영동 등 문화예술인들이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예술 동네 ‘자문밖’이다. 서울 사소문 가운데 하나인 자하문 밖을 의미하는 이 자문밖 동네 일대에는 화가·조각가·건축가·디자이너·소설가·음악가 등 예술문화인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현재 윤명로·이종상 등 원로 작가가 여럿 살고 있고,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화가 임옥상·박영남도 주민이다. 이 동네엔 미술관과 갤러리만 해도 40여 개가 넘는다. 예술인들이 모이다 보니 음악회와 전시 등 작은 축제도 자연스럽게 열렸다. 그러면서 ‘자문밖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런 동네가 또 있을까. 그리고 이들은 동네의 남다른 가치에 주목하며 함께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자문밖 미술관 프로젝트’다.
자문밖 미술관 프로젝트는 가나문화재단(이사장 김형국), 자문밖문화포럼(이사장 이순종), 종로구청(구청장 김영종)이 함께 추진하는 중장기 계획이다. 자문밖에 거 주해 온 작가들의 자택과 작업실을 미술(자료)관으로 활용하고, 한국 근현대 화단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미술관을 이곳에 설립하자는 것이다. 또 현역 작가의 아틀리에를 앞으로 미술관 등으로 공개해 문화유산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김창열, 박서보, 김구림… 거장의 터가 미술관으로

우선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계획 중 하나로 지난 1월 타계한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 화백의 미술관이 지어질 예정이다. 김창열 화백은 1980년대 중반부터 평창동에 집을 짓고 타계할 때까지 살았다. 이 집 지하의작업실에서 그의 대표적인 ‘물방울 그림’ 다수가 제작됐다. 이 집은 재미 건축가 우규승 씨가 1988년 환기미술관 설계에 앞서 먼저 설계한 곳이기도 하다. 우규승은 후에 광주의 랜드마크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도 설계했다. 이 자택이 미술관으로 조성되면 한국 미술사뿐만 아니라 건축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공 공간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열 작가의 아들 김시몽 고려대 불문과 교수는 “아버지의 지하 작업실은 간접적으로 빛이 들어오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라며 “이곳이 서울의 빛나는 명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창열 화백이 타계하기 전 그의 가족은 2020년 9월 종로구와 함께 ‘구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업무협약엔 김 화백 외에도 미술 교과서 출판과 한국적 판화의 선구자 고(故) 이항성 화백(1919~1997),미술 애호가(소장가)이자 도서출판 삶과 꿈 김용원 대표도 참여했다. 종로구는 앞으로 (가칭) 이항성 미술관·김용원 미술관도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색화의 기수 박서보, 조각계의 거장 최종태, 한국 전위예술의 선구자 김구림을 기리는 미술관도 건립한다. 종로구는 지난 1월 19일 3인의 원로예술가와 함께 ‘구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업무협약에 이은 두 번째 협약으로 종로구는 구기동과 평창동에 새로 부지를 마련해 각각 박서보 단색화 미술관과 최종태 미술관을 지을 계획이다. 종로구는 부지를 제공하고,작가들은 작품 100점 이상을 기증하고 건립 비용을 대는 방식이다. 김구림 미술관은 작업실이 있는 자택을 활용해 조성한다. 이 프로젝트의 하나로 ‘자문밖아트레지던시’도 출범했다. 레지던시는 젊은 아티스트들을 위한 공간이다. 현재 이 레지던시엔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친 작가 11개 팀 14명의 아티스트가 입주해 있다. 미술·건축·미디어아트·연극영화·음악·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다.

서울 구기동에 지어질 박서보 단색화 미술관 이미지.
정윤서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예술밸리’ 만들 것

가나문화재단과 자문밖문화포럼은 현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자문밖 미술관 프로젝트’ 전시를 열고 있다. 자문밖 미술관 프로젝트에 참여할 작가들을 대거 소개하며 프로젝트의 추진 동력을 확인하는 자리다. 2월 28일(일)까지 열린 1부 전시에서는 김구림·김창열·박서보·유영국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어 3월 5일(금) 개막하는 2부 전시에서는 고영훈·박대성·박영남·박항률·안규철·이배·이수경·이원희·임옥상·전병현·최영욱·한만영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2013년부터 조직을 꾸리고 해마다 예술 축제를 벌여온 자문밖문화포럼 이순종 이사장(전 서울대 미대 학장)은 “앞으로 차례로 조성될 기념 미술관들은 이곳이 세계적인 예술 밸리가 되는 데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재 수석 부이사장(서울옥션 회장)은 “자문밖 동네만큼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갖춘 곳도 세계에 드물 것”이라며 “이곳을 세계인들이 꼭 방문하고 싶어 하는 동네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구립미술관 1호 박노수 미술관과 2호 고희동 미술관을 통해 예술가의 집이 어떻게 많은 관람객과 소통하는 문화 공간이 될 수 있는지를 경험했다”며 “앞서 두 미술관을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술관 건립을 차근차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주_《중앙일보》 기자 사진 제공 종로구청, 가나아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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