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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2월호

걸음도 구두도 잠시 쉬어가는 곳 내게로 오는 공원 5 성수 구두테마공원
요즘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동네로 꼽히는 성수동은 산책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좋은 곳이다.
서울 동부권 최대 녹지인 서울숲이 있음은 물론 이 지역에 오래 머무른 것의 자취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공업지역의 흔적, 그중에서도 현재까지 성수동 산업의 중심인 수제화 산업은 작은 동네 공원에도 녹아들어 있다.
지하철 성수역에서도 가까운 ‘성수 구두테마공원’ 이야기다.

성수 구두테마공원 입구. 곳곳에 구두와 관계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테마가 있는 공원, 언뜻 들어도 근사해 보인다. 하지만 ‘테마’에는 어느 특정 요소만을 부각하고 다른 것들을 지워버리는 이중적 성격이 있기도 하다. 개성을 ‘고려의 수도’라는 테마로만 접근하면 조선 시대에 활발했던 상업 도시의 면모를 간과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테마가 무엇인지도 중요하지만 그 테마를 어떤 이유로 선정했으며, 그 결과가 테마를 잘 구현하고 있는지 등의 질문이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 서울의 여러 소공원 중에서 대표적으로 테마가 있는 공원인 성수 구두테마공원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성수 구두테마공원은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2가 302-1에 자리 잡고 있다. 면적은 5197㎡(약 1572평)로 지역의 소규모 공원치고는 꽤 큰 편이다. 원래 이 공원은 ‘성수근린공원’이라는, 테마와는 거리가 먼 심심한 이름으로 1998년 4월 28일에 개장했다. 그 터는 다름 아닌 삼익악기 공장이 있던 곳인데 이러한 사실은 이 일대가 태생적으로 이른바 ‘탈(脫)산업시대’의 여러 현상과 묶여 있음을 의미한다. 거시적으로는 당시 서울시가 추진해 오던 ‘공장이적지 공원화사업’의 일환이었다.
당시 신문기사에 따르면 이미 서울시는 이때부터 지역 특성을 반영하는 독특한 주제공원을 꾸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 계획이 실현된 것은 2015년이었다. 2013년에 주민참여예산 사업 제안으로 시작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2015년 11월 16일에 준공식을 치렀다. 그러니까 성수 구두테마공원으로 재탄생한 지는 이제 5년 남짓 되는 셈이다. 그런데 왜 유독 구두를 테마로 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성수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성수동, 한국 수제화 산업의 중심지

성수동이 공업지역이 된 것은 1960년대로, 특별한 계획 없이 그냥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국가정책의 일환으로 조성된 여수 국가산업단지 등과는 그 위상이 아예 달랐던 셈이다. 그전까지 ‘뚝섬’으로 불리던 성수동 일대에 공업화 바람이 불어온 것은 1963년 모나미 공장이 마포에서 이전해 온 것이 계기가 됐다. 송삼석 모나미 회장의 회고에 따르면, 시골이나 다름없던 성수동의 배추밭을 매입해 공장을 이전했고, 그 배추로 김치를 만들어 회사 사람들끼리 나눠 먹었다고 한다. 같은 해 삼익악기도 성수동에 제1공장을, 이어 1965년에는 제2공장을 준공하는 등 성수동은 공업지역의 면모를 갖춰나갔다.
그러나 이들 회사 못지않게 성수동을 근거지로 삼은 산업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수제화 산업이다. 이 역시 금강제화라는 나름의 인지도를 갖춘 기업의 선도적 역할이 있었다. 금강제화는 1945년 창업해 서대문 인근에 자리 잡고 있었으나 1967년 성수동 인근 금호동으로 이전했고, 이에 따라 관련 업체들이 성수동에 모여들게 됐다. 원래 수제화 산업의 본거지는 염천교 일대였으나, 그것이 명동을 거쳐 성수동으로 모여든 것이다. 이후 1980년대에 산업 공동화가 진행됐지만 국내에서 가장 역사성 있는 최대의 수제화 산업 집적 단지로서의 성격은 어느 정도 유지됐다. 공식 사이트 내용에 따르면 현재 성수 수제화 거리에는 지하철 성수역을 중심으로 길이 약 5km에 350여 개의 완제품 생산업체, 그리고 100여 개의 중간 가공 및 원·부자재 유통업체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수제화 제조업체의 70% 이상이 밀집돼 있다고 한다.

동네 특성이 공원에

성수 구두테마공원은 바로 이 성수 수제화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다. 수제화 산업이 이 지역과 맺고 있는 현재형의 끈끈한 인연을 고려하면, 공원의 테마로 이미 이 지역을 떠나고 없는 문구나 악기, 혹은 다른 산업이 아닌 수제화가 선정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인다. 구두테마공원답게 구두와 관계된 여러 가지 조형물이나 안내판 등이 여기저기에 설치돼 있다. 다만 이러한 역사를 모두 받아들이고 테마공원의 성격을 이해한다고 해도, 현재의 설치물이 과연 시민의 눈높이를 충족할지는 의문이다. 향후 지속적으로 보완해 만듦새나 설명이 조금 더 충실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성수 구두테마공원은 지역의 소공원으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다. 지하철 성수역 4번 출구에서 불과 250m도 되지 않는 훌륭한 접근성은 기본이다. 나아가 지역의 역사를 테마로 담아낸 장소이며, 공원의 기본 역할에도 충실하다. 인근의 향림 어린이공원, 청송 어린이공원, 은행나무터 어린이공원 등과 더불어 도시 소공원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서쪽으로 20분 정도만 걸어가면 서울 동부 지역 최대 녹지인 서울숲과도 연결된다. 이 일대가 붐비고 혼잡할수록 이들 공원의 존재는 그만큼 더 빛날 것이다.

글·사진 황두진_건축가, 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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