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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한국 연극의 상징적 장소 드라마센터, 향후 방향은공공극장으로 환원 요구,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20년 12월 31일로 남산예술센터 운영이 종료된다. 드라마센터를 소유한 학교법인 동랑예술원이 서울시와 체결한 드라마센터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10년 동안 서울시가 임차하고 서울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한 남산예술센터는 연극 제작극장이자 공공극장으로서 실험적·역사적 작품을 선보이고 작가를 발굴해 왔다. 한국 연극사를 상징하는 공간인 이곳의 미래에 대해 연극계와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은 그 명맥이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드라마센터 임대차 계약 종료 결정
소통은 없었다
2020년 말로 남산예술센터(구 드라마센터)가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서울시는 학교법인 동랑예술원(서울예대)과 드라마센터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8년 초 서울예대는 드라마센터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끝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온 바 있다. 이에 연극계는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회의’(약칭 ‘공공정비’)를 결성하고 드라마센터가 원래 공공극장으로 건립됐으며, 서울예대 설립자인 동랑 유치진과 그 후손들이 드라마센터를 부당하게 사유화했음을 입증하고자 노력해 왔다. 연극계의 거센 반발로 서울예대 측은 원래 계약서에 명시된 2020년 말까지 계약을 유지하기로 입장을 바꿨으나 드라마센터 사회 환원 요구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9년 말 공공정비의 주장을 토대로 연극계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한 결과, 매년 10억 원씩 임대료를 지불해 오던 기존 방식으로는 더는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서울예대+연극계+서울시’의 3자간 협상 테이블 마련이 시급하다는 연극계의 요구를 묵살한 채 계약 갱신 여부를 결정해야 했던 올해 6월까지도 손을 놓고 있었다. 공공정비가 박원순 시장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강력히 문제 제기를 하자 협상 시한을 부랴부랴 7월 말까지로 연장해 놓았다가 박원순 시장의 급작스러운 사망 이후 드라마센터의 임대차 계약 종료를 쉽게 결정해 버렸다. 서울시는 그동안 드라마센터의 공공적 역사성이나 사유화 과정의 부당함에 대해 어떤 공식적 의견도 표명하지 않았고, 서울예대측과 적극적으로 협상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소통’과 ‘협치’를 강조해 온 서울시지만 남산예술센터의 대표자인 서울시장과 연극계의 면담이 끝내 이뤄지지 않은 채 폐관이 결정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부당하게 사유화된 드라마센터
공공극장 환원 요구는 계속된다
지난 11월 9일 공공정비 연구 TF 주최로 ‘드라마센터는 공공극장이다-노리스 호튼 보고서 연구자 김재석 교수와 함께’라는 제하의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발표된 노리스 호튼 보고서에 대한 김재석 교수의 연구 <노리스 호튼(Norris Houghton) 보고서에 나타난 드라마센터의 공공성>(《한국예술연구》, 제69집)은 그동안 공공정비의 연구 성과가 매우 유의미한 결과로 확장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논문이다. 《한국연극에 대한 보고서-1966년 6월(REPORT ON THE KOREAN THEATRE-JUNE 1966)》을 작성한 노리스 호튼(Norris Houghton)은 존 D. 록펠러3세 기금, 즉 JDR 3rd Fund의 의뢰를 받아 1966년 6월 18일부터 29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노리스 호튼의 보고서는 그동안 공공정비가 제기해 온 문제들을 명백한 사실로 입증해 주고 있다. 김재석 교수는 일단 드라마센터가 ‘지역사회극장’의 성격으로 설립됐다면서 록펠러재단의 지원이 유치진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재단법인 ‘한국연극연구소’라는 공적 기관을 통해 집행됐음을 분명히 했다. 노리스 호튼은 공공극장으로 건립을 위해 정부 당국이 토지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치진이 이를 개인 재산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자신이 일부 감당한 재정적 희생을 이유로 드라마센터의 독점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재석 교수는 공공정비 측 조시현의 연구를 토대로 유치진이 친분 관계가 돈독한 인물들을 법인 이사로 선임함으로써 사유화를 매우 용이하게 달성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드라마센터의 소유권이 재단법인 ‘한국연극연구소’로부터 ‘학교법인 한국연극연구원’으로 넘어가면서 지역사회극장으로서 드라마센터의 역할은 조기에 마감돼 버렸다.
노리스 호튼은 한국 연극계에서 유치진의 힘이 워낙 막강해 드라마센터를 원래의 공공적 위치로 돌려놓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 집단적 접근(collective approach), 즉 공연 담당자들이 조직적으로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유치진의 큰 힘에 맞설 수 있을 것이라 제언했다. 어쩌면 그는 공공정비와 같은 조직의 출현을 반세기 전에 예측하고 또 강력히 희망했는지도 모른다.
공공정비 연구TF 토론회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자신을 서울예대 출신이라고 밝히면서 서울예대 측 일부가 공공정비의 활동을 “순진하다”고 비웃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고 심정을 전했다. 공공정비는 과연 순진한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공공정비는 드라마센터에 대해 왜곡되었던 역사를 새로 써나가고 있다. 유치진의 가공할 만한 친일 행위 외에 공공극장의 설립을 빌미로 국유지를 불하받고 막대한 자금을 록펠러재단으로부터 지원받은 후, 교묘하게 사유화해 버린 흉흉한 ‘소문’을 이제 ‘사실’로 확정해 역사에 기입해 가고 있다.
드라마센터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게 될지는 몰라도 연극계는 앞으로도 공공극장으로 환원할 것을 요구하는 일을 이어갈 것이다. 토론회의 또 다른 참가자인 평범한 관객이 드라마센터의 회복을 위해 관객으로서 할 수 있는 일도 만들어달라던 요청이 계속 귓가를 맴돈다.
글 김미도_연극평론가, 공공정비 연구TF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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