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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D

12월호

작가의 방
‘작가의 방’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의 <서울&>에 소개되는 ‘사람in예술’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김초엽 소설가과학 바탕으로 소설 쓰기

“(과학처럼)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장르입니다.”

등단한 지 3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에스에프(SF) 소설가’ 리스트에 제일 처음으로 소환되는 김초엽 작가는 소설과 과학이 다른 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원 시절에 참여한 공모전에서 작품 두 편이 동시에 입상했는데, 이후 내놓는 책마다 독자와 평론가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짧은 경력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만 모인다는 학교에서 과학도의 신분으로 글을 썼다는 것. 이는 “문과와 이과 출신의 뇌 구조가 다르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뒤집은 일로 회자된다. “소설은 뛰어난 재능이 있어야만 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작법서에서 본 ‘당신도 쓸 수 있다’는 문구 덕분에 정말 뭐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소설을 습작하겠단 마음을 먹은 이후 지인들과 함께 글을 쓰고 합평하는 워크숍도 열었다. 그런데 언젠가 외국에서 들어오는 시약 배송이 3주 정도 지연되면서 시간을 벌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원고 집필을 끝낼 수 있었단다. 그렇게 발간된 책은 그만의 색깔을 담은 SF소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특히 인간 감정을 조형화해 소유함으로써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물성》이라든지 죽은 자의 마인드를 기록해 집적해 놓은 도서관 《관내분실》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징을 보여준다. 그를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경계’인데, 성공과 실패, 정상과 비정상, 주류와 비주류, 장애와 비장애,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주제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고민해 온 그의 과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9월 말 연희문학창작촌 입주작가 생활을 마치면서 온라인에 공개한 소설 두 편의 매력을 이렇게 강조했다. “목표가 정해진 과학과 다르게 독자가 자유롭게 해석하고 상상할 여지를 열어주는 것이 아닐까요.”

김초엽은 포항공과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관내분실》이 대상으로, 필명으로 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가작으로 동시에 당선됐다. 주요 작품으로는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2019)이 있으며 ‘오늘의 작가상’(2019)과 ‘제11회 젊은 작가상’(2020)을 수상했다.

이경자 소설가30년 전 소설의 생명력

“이것을 과연 ‘어제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나요?”

한국 여성주의 소설의 시초이자 1980년대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경자의 소설 두 권이 복간된 이유를 그는 이렇게 밝혔다. 1973년에 등단해 일흔을 넘기면서까지 펜을 놓지 않은 그는 한국 여성 소설가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30여 년 전 출간됐는데, 독자의 요청으로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책은 여성문제를 다양한 각도로 폭로한 《절반의 실패》(1988)와 가부장제 아래 고통받는 여성을 이야기한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1992)이다. 《절반의 실패》는 첫 출간 이듬해 방송사에서 미니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드라마 8회가 방영된 뒤 인기를 몰아 작가의 작업으로 몇 회 연장될 만큼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거기엔 육아에 시달리는 워킹맘, 직장 내 유리천장,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내, 성 착취 피해 여성 등의 실상이 펼쳐진다.
작가는 3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는 우리 사회를 반추하기 위해 썼다고 강조했다. 54편의 초단편을 모은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는 20대 중반부터 20년 동안 작가 스스로 체득한 여성 차별의 역사를 말한다. 출판사에서 정한 제목이 “칠순의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사코 사양했지만, 결국엔 “깊은 분노와 폭발 직전의 욕망에 살던 시절, 화염병을 던지는 기분으로 쓴 문체”를 그대로 살리고 싶어 일부러 수정하지 않았다고. 문장은 거칠어도 싱싱한 주제라고 밝힌 이 소설은 모녀, 고부, 부인과 애인, 기혼과 미혼, 성녀와 창녀처럼 여성의 관계를 분할하는 당대 관습에 강력한 반기를 들었다.
강산이 세 번 변했지만 아직도 이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작가는 앞으로의 소망을 이렇게 드러냈다. “내면화된 남녀유별의 유교 윤리에서 벗어나야죠. 양성(兩性)은 서로를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고 연대하며, 서로의 차이에서 배우려는 따듯함이 있어야 합니다.”

이경자는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냈으며,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소설집 《절반의 실패》 《살아남기》, 장편소설로 《배반의 城(성)》 《혼자 눈뜨는 아침》 등이 있다. 올해의 여성상, 한무숙문학상, 고정희상, 제비꽃서민문학상, 민중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현대불교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글 이규승_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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