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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5월호

극회출신 관객의 학공관극기 봄 같지 않은 봄

이화여대 총연극회 정기공연 취소 공지(왼쪽)와 한성대 낙산극회 정기공연 취소 공지(오른쪽)

대학교 학생 공연(이하 학공)을 많이 보는 나에게 3월은 1년 중 가장 바쁜 달이다. 긴 겨울 동안 각 대학 연극 동아리들이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보러 다니느라 그렇다. 각 연극 동아리들이 이번에 어떤 작품을 언제 올리는지 확인하고, 일정과 동선을 어떻게 짜야 최대한 많은 학공을 볼 수 있을지 머리를 싸매면서 고민한다. 하루에 두 편의 공연을 보는 것은 이제 예삿일이다. 대학교들을 돌아다니며 학공을 보고 그에 대한 리뷰까지 쓰면서 나의 3월이 채워진다. 잇따른 공연 관람과 리뷰 작성에 몸이 피로해지기 일쑤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
2020년의 3월은 그런 감정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전염병은 한국의 대학 연극 공연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2월 말에 예정돼 있던 연세대학교 세란극회, 이화여자대학교 총연극회, 한성대학교 낙산극회의 공연을 시작으로 3월과 4월에 예정돼 있던 대부분의 공연까지 공연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만 했다. 2월 말에 올라갈 예정이던 공연들은 첫 공연 날, 불과 며칠 전에 예약한 관객들에게 공연 취소 안내를 해야만 했다. 결국 지난 몇 년간 빠지지 않고 바쁜 3월을 보내온 나는 학공이 없는 3월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공연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것

우리는 공연을 통해 성장한다. 연극에 대해 공부하기도 하고 선배들로부터 노하우도 전수받지만 실제 공연에 참여한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많다. 내가 연극 동아리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기획이나 조명, 그 외 음향·의상·분장 등의 공연 요소들이 존재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말로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을 한번 겪고 나니까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조명이 연극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음향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기획이 없다면 어째서 공연이 돌아가질 못하는지 등에 대해 알게 됐다. 물론 한 번의 공연으로 모든 것을 알지는 못했지만 공연 횟수를 쌓으면서 연극에 대해 점점 자세히 알게 되고 후배들을 가르칠 수도 있게 됐다.
공연 경험은 단순히 연극의 각 요소에 대해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다른 배우 및 스태프와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같이 작업해야 하는지 익힐 수 있었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까지 입시에 매몰돼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하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대학교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들과 원만히 지낼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공연이라는 눈앞의 큰 과제를 다른 사람들과 완성해 갈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다. 공연을 통해 연극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는 다시 공연을 올릴 것이다

유례없는 사태 속에서 나같이 학공을 좋아하는 사람의 아쉬움도 크지만, 가장 속상한 것은 한 달 이상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던 각 연극 동아리의 공연진일 것이다. 공연을 직접 올리는 것이 연극 동아리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재미이고 가장 크게 성장할 기회다. 그 기회가 허무하게 날아간 것이다. 그것을 각 연극 동아리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연진과 관객의 안전을 위해 공연 취소라는 결정을 내린 것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이번 봄 공연이 동아리 활동의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봄이 지나고 여름과 가을이 오면 또다시 공연을 올릴 것이다. 이번 공연이 엎어지거나 연기된 것은 돌이킬 수 없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것뿐이다.
못 올라간 봄 공연은 5월 이후로 미뤄지거나 아예 새로운 공연이 그 시기에 올라갈 것이라 예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태가 언제 진정돼 다시 모여서 연습하고 공연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 믿고 다음 공연을 준비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연극을 좋아하고 대학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사태가 어서 종식돼 학교의 연극 동아리원들이 공연을 올리는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날씨가 너무나 좋지만 밖에 나가지 못하고, 새 학기인데도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학공이 많이 올라가는 시기이지만 무대에 올라가는 학공이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고 심란한 봄이어서 연극과 예술에 대한 관객의 관심마저 멀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고 희망을 찾기 위해 계속 연극을 올리고 볼 것이다. 대학 연극 동아리들이 이번 시련을 발판 삼아 이후에 더욱 의미 있고 추억이 되는 공연을 올리면서 이를 통해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글 이정환_서강대학교 연극 동아리 서강연극회 출신. 연극반에서 <쥐덫> 배우, <지평선 너머> 기획, <어느 계단의 이야기> 연출, <사쿠라가든> 조연출, <루나자에서 춤을> 음향감독, <K대부고 점거사건> 기획팀 등 총 14번의 공연에 참여함. 지금은 단지 학공을 좋아하는 인터넷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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