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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개관 10주년 맞이한 남산예술센터의 2019년 시즌 프로그램 동시대성을 질문하다
2009년 개관한 남산예술센터가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창작 초연 중심 제작극장을 표방하는 남산예술센터는 지난 10년간 동시대의 화두를 제시하는 3,716명의 창작자들과 동행하며 156편의 연극, 1,290회의 공연을 올렸고 약 25만 명의 관객들과 만났다. 남산예술센터의 지난 10년은 단지 극장만이 아니라 연극계, 관객과 함께 만든 시간이다. 순탄치만은 않았던 지난 10년 동안 극장의 역할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던 남산예술센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동시대성’이다. 올해 시즌 프로그램 역시 한국 사회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동시대적 화두를 담은 연극 6편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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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

노조 설립이 예술단 해체 사유?

2019 시즌 프로그램의 막을 올리는 <7번국도>(작 배해률, 연출 구자혜, 4월 17일~28일)는 남산예술센터 상시투고 시스템 ‘초고를 부탁해’를 통해 발굴된 작품으로 2018년 서치라이트 낭독공연으로 관객과 만났다. 2년간의 작품 개발 과정을 거쳐 2019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삼성전자 백혈병 사건과 군 의문사 등을 다룬 이 작품에는 현실로부터 출발한 허구 속 인물이 등장하지만 극 중 인물들이 마주하는 죽음만큼은 사실과 다름없다. 가해자의 시선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 시도해온 연출가 구자혜는 다시 그 시선을 돌려 피해자를 바라봄으로써 연극이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을 어떻게 직시해야 하는지, 어떻게 당사자들의 삶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극단 코끼리만보와 공동 제작하는 <명왕성에서>(작·연출 박상현, 5월 15일~26일)는 세월호 당시의 실제 증언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성 작품이다. 사회적 참사로 희생된 망자들과 남겨진 이들을 다시 불러내어 그동안 유보해온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진혼(鎭魂)을 시도하는 씻김굿의 의도를 담았다. 작품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기억하며, 한국 사회의 바닥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아픔과 외면했던 말들을 들어 올린다. 사회적 참사로 희생된 망자들과 남겨진 이들을 위해. 그렇게 지금은 우리 곁에 없는 망자들이 함께 있다는 각성을 하게 만든다.
소설 <채식주의자>로 2017년 멘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가 원작인 <Human Fuga>(휴먼 푸가) (원작 한강, 구성 공동 창작·연출 배요섭, 11월 6일~17일)도 무대에 오른다. 작가 한강의 작품이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영화, 오페라 등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의를 고사했던 작가는 그 누구의 얼굴도 될 수 있는 ‘소년’이 특정한 이미지로 정형화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또 인간이 무엇이기에 어떻게 다른 인간에게 그토록 잔인해질 수 있는지, 인간이 무엇이기에 극악의 폭력 속에서도 이타적인 모습들이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중이라는 작가는 우리가 느끼는 ‘고통’이 무언가를 증명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Human Fuga>에는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소년’이 등장하지 않는다. 소설을 무대에서 재현하지도 않는다.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광주 5·18민주화운동에서부터 시작해 2009년 용산 참사와 쌍용차 사태, 1970~1983년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 1965년 인도네시아의 ‘반공대학살’, 2009년 스리랑카의 ‘목격자 없는 전쟁’ 등 각기 다른 시대와 공간에서 일어났던 죽음의 역사들을 리서치하고 있다. 광주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다. ‘푸가’(Fuga)라는 음악적 형식으로 풀어낼 이 작품은 일종의 퍼포먼스극으로 관객은 극장에서 거대한 죽음과 사회적 고통의 이미지를 목도하게된다. ‘고통’을 감각함으로써 몸에 각인시키는 것, 그것이 인간 존재에 한 발 더 다가서게 하는 것 아닐까.
2018년 남산예술센터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월간 한국 연극 ‘2018 공연 베스트 7’, 제5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원작 장강명, 각색 정진새, 연출 강량원, 10월 9일~27일)이 다시 돌아온다.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장강명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고통을 껴안고 살아야 하는 남겨진 사람들을 그린다. 살인을 저지른 남자, 남자와 서로 사랑한 여자, 남자에게 자식을 잃은 어머니 등 세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과 고통, 속죄의 문제를 다룬다. 오직 인간만이 과거에서 현재라는 한 방향으로, 한 번씩만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전제를 뒤집으며, 해체된 시간 속 경사진 두 개의 달 위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신체행동 연기는 관객에게 매우 낯설고 새로운 감각을 전달한다. 원작 소설과 연극을 비교하며 보는 것도 보다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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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공연 모습.

과거로부터 돌아보는 2019년 한국 사회의 자화상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인 서민준 작가의 <묵적지수>(작 서민준, 연출 이래은, 6월 26일~7월 7일)는 초나라 혜황 50년(기원전 439년),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 묵자가 강대국인 초나라의 침략을 막기 위해 초혜왕과 모의전을 벌였다는 일화를 바탕으로 해 연극적인 상상력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박진감 있는 전개, 리듬감 넘치는 대사, 살아 있는 극성으로 강렬한 흡입력을 자랑하는 이 작품은 전쟁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한 이들을 조명해 정의의 실천이 부재한 이 시대에 의인이란 어떤 사람인지 본질적인 화두를 던진다. 연출을 맡은 이래은은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에 일어난 일들이 자본주의와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2019년과 어떻게 대비되는지 주목한다. 고전적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등장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기존 질서에 저항하고 폭력을 밝혀내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타(가제)>(작 이양구, 연출 류주연, 9월 18일~29일)는 남산예술센터가 주인공이다. 1962년 개관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는 가장 오래된 근현대식 공연장으로 동랑 유치진(1905~1974)이 미국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 정부가 제공한 땅에 세웠다. 서울시가 2009년부터 지난 10년간 극장 소유주인 서울예대(학교법인 동랑예술원)로부터 임대했고, 서울문화재단이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으로 위탁 운영해왔다. 지난 2018년 1월, 서울예대가 서울시에 계약 종료를 통보하면서 남산예술센터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고 이에 현장 연극인 572명과 49개 단체는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그 과정에서 드라마센터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을 목도했다. 이에 남산예술센터는 현장 연극인들과 연대해 극장을 둘러싼 드라마틱한 이슈와 쟁점을 정면으로 다루고자 이 작품을 기획했다. 드라마센터의 설립 과정에서 있었던 사유화 논란에 대해 기존의 사료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극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한국 연극의 과거사를 바로잡는 동시에 동시대 공공극장의 존재 의미를 질문한다.

연극계와 함께 일군 지난 10년, 그리고 앞으로의 남산예술센터

이번 시즌에는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죽음과 고통을 다룬 작품들이 많다. 누군가의 희생과 침묵을 당연시하고 경쟁만을 가속화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혹자는 현실 세계도 힘든데 극장에서까지 힘든 연극을 보고 싶지 않다고도 한다. 고통스럽더라도 외면하지 않는 것, 그 과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성숙하고 성찰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일상의 무뎌진 감각을 환기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연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남산예술센터는 ‘동시대성’이라는 이름의 결코 아름답지 않은 이면을 비추고 있다.
남산예술센터가 위탁 운영이라는 구조적인 한계 속에서 지난 10년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시선을 담아내려면 공공극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연극계와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남산예술센터의 지난 10년이 극장만의 것이 아니듯, 남산예술센터의 앞으로의 시간 역시 한순간에 뒤틀려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그릇에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기에, 다양한 역할과 미션을 가진 보다 많은 공공극장들이 생겨나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담아내기를 바란다.

남산예술센터 2019년 공연 일정

구분 일정 공연명 작가 및 연출
공동 주최
<중국희곡 낭독공연>
3. 12~3. 13 청개구리 작 궈스싱, 연출 구자혜
3. 14~3. 15 만약 내가 진짜라면 작 사예신, 연출 전인철
3. 16~3. 17 뽕나무벌 이야기 작 천쯔두, 양졘, 주샤오핑, 연출 김재엽
기획 프로그램
<서치라이트>
(Searchwright)
3. 19 왕서개이야기 작 김도영, 연출 이준우
3. 20 구구구절절절하다 작·연출 김은한
3. 21 우리, 가난한 사람들 공동 창작·연출 김예나
3. 22 영자씨의 시발택시 작·연출 박주영
3. 26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작·연출 김민주
3. 27 아무튼 살아남기 - 여캐가 맞이하는 엔딩에 대하여 공동 창작·연출 도은
3. 28 생존 3부작 작 윤지영, 연출 박지호
3. 29 삼고무 연출 이세승
시즌 프로그램 4. 17~4. 28 7번국도 작 배해률, 연출 구자혜
5. 15~5. 26 명왕성에서 작·연출 박상현
6. 26~7. 7 묵적지수 작 서민준, 연출 이래은
9. 18~9. 29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타(가제) 작 이양구, 연출 류주연
10. 9~10. 27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원작 장강명, 각색 정진새, 연출 강량원
11. 6~11. 17 Human Fuga 원작 한강, 공동 창작·연출 배요섭
글 김지우_남산예술센터 기획제작 PD
사진 남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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