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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영화 <스타 이즈 본>과 <호밀밭의 반항아>예술가의 초상
“예술은 우리가 누구인지 찾을 수 있게 하며, 동시에 우리 자신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 20세기의 뛰어난 문필가이자 영성가였던 토머스 머튼은 말했다. 그의 이 말은 뭇 예술가들이 겪는 환희와 고난의 순간을 함축하고 있다. 대중은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는 탁월한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사람들에게 열광하지만, 그러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창작자들이 겪는 다사다난한 일화들은 종종 무대 뒤편의 이야기로 남고 만다. 올가을 개봉한 두 편의 영화, <스타 이즈 본>과 <호밀밭의 반항아>는 각각 스타덤에 오른 뮤지션과 소설가의 일대기를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예술가의 숙명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예술가란 어떤 존재이며, 그들은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어떤 일들을 겪는가. 이 글에 그 답이 있다.

삶을 예술로 만드는 것브래들리 쿠퍼 감독의 <스타 이즈 본>

<스타 이즈 본>은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이면과 스타 커플의 비극적인 사랑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윌리엄 웰먼 감독의 1937년 작 <스타탄생>의 세 번째 리메이크작으로, 할리우드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첫 장편 연출작이자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처음으로 비중 있는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알코올 문제가 있는 남자 스타가 우연한 계기로 스타를 꿈꾸는 여자의 잠재력과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해 여자의 성공을 돕는다. 그 과정에서 여자는 점점 더 유명한 스타가 되어가는 반면, 남자는 점점 잊힌다. 1937년 작부터 2018년 <스타 이즈 본>까지, 네 편의 <스타탄생>은 이러한 줄거리를 공유한다.
대중이 원하는 스타의 모습이 시대마다 바뀌듯, <스타탄생>은 20여 년 주기로 새롭게 태어날 때마다 각 시대를 대변하는 아이콘적인 인물을 주연배우로 캐스팅했다. 뮤지컬 스타 주디 갈랜드(1954년 작)와 디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1976년 작)를 캐스팅해그들의 모습과 얼마간 닮아 있는 스타를 연기하게 한 건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릿해지기 때문이다.
2018년 작 <스타 이즈 본>에서 레이디 가가는 실력은 있으나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 무명 뮤지션 앨리를 연기한다. 그런데 이러한 영화적 설정은 무명 시절 오디션에서 낙방할 때 외모에 대한 지적을 받았던 레이디 가가의 실제 사연과 매우 닮아 있다. “재능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있고 사람들이 그걸 듣는다는 건 특별한 것”이라는 남자 주인공 잭슨의 대사 또한 오랫동안 배우로 활동해온 감독 브래들리 쿠퍼의 생각을 반영했다. 영화에서 이들이 맺는 관계는 극 중에서 그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가 된다. 남녀 주인공을 연기하는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는 자신들의 예술가적 교감을 라이브 뮤직으로 표현하며 관객의 마음을 훔친다. 이처럼 스타의 실제 삶과 허구가 미묘하게 얽혀 있는 <스타 이즈 본>을 통해 우리는 예술가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들려주는 사람들이며, 가장 깊은 상처마저 그 자신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예술가가 탄생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관련 이미지

1 영화 <스타 이즈 본>.

2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

예술가의 숙명이란대니 스트롱 감독의 <호밀밭의 반항아>

<호밀밭의 반항아>는 미국 문학의 고전 <호밀밭의 파수꾼>을 집필한 J. D. 샐린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30대에 이미 인기 작가가 된 샐린저는 40대 중반에 돌연 사회로부터 떠나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케네스 슬라웬스키의 <샐린저 평전>에 기반한 이 영화는 샐린저의 대표작 <호밀밭의 파수꾼>의 집필 과정과 그의 삶을 통해 왜 샐린저가 은둔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유추한다.
글쓰기에 재능은 있으나 자의식이 너무 강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제리(니콜라스 홀트)가 주인공으로, 그는 컬럼비아대학의 문예창작 수업에서 휘트 교수(케빈 스페이시)를 만난다. 제리의 재능을 알아본 휘트 교수는 그에게 진짜 작가가 되는 법을 알려주고, 제리는 그의 응원에 힘입어 단편소설을 써나간다. 제2차 세계대전이 도래하자 제리는 전쟁에 참전하고, 인간성이 말살된 전쟁의 한복판에서 오직 이야기를 쓰겠다는 신념으로 살아남는다. 일상으로 돌아온 제리는 온갖 어려움 끝에 홀든 콜필드를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장편소설을 써내려간다.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할지라도, 평생을 글쓰는 데 바칠 수 있겠니?” 잡지사로부터 숱한 거절의 말을 듣고 상심에 빠져 있는 제리에게 휘트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작가란 자신이 쓰는 이야기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휘트 교수의 이 말은 곧 제리의 삶의 지표가 된다. 그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이야기의 끈을 놓지 않고, <뉴요커>와 같은 저명한 잡지가 구색에 맞게 글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그건 진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단호하게 거절한다. 영화는 J. D. 샐린저가 수많은 인간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러로서의 역할에는 결코 소홀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야기를 대하는 그의 자세는 거의 수도승에 가까울 정도로 엄격하고 진지하다.
걸작을 뒤로하고 자신만의 세계로 걸어들어간 <호밀밭의 반항아> 속 샐린저와 고통마저 자신만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스타 이즈 본>의 앨리. 이들의 모습은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숙명과 헌신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한다. 다시 한 번, 토머스 머튼의 말이 맞았다.

글 장영엽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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