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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와 <두 번째 시간>신진 작가와 베테랑 연출의 만남
이제 막 무대에 오르는 작품을 쓰게 된 작가에게 관객의 시선은 단단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잎을 피우게 하는 자양분이다. 여기 두 편의 연극, 그리고 이 연극의 시작을 가능하게 한 두 신진 작가가 있다. <사막 속의 흰개미>의 황정은, <두 번째 시간>의 이보람이다. 지금까지 관객을 만난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이미 공연계에선 참신한 소재와 거침없는 필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이들이다. 두 작가가 써내려간 활자를 빛나는 무대 언어로 번역하기 위해 베테랑 연출가들이 나섰다. <사막 속의 흰개미>는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 <두 번째 시간>은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의 손에서 재탄생한다.

무너져가는 고택을 둘러싼 비밀, 황정은 작가 × 김광보 연출<사막 속의 흰개미> 11. 9~11. 25,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100년의 시간을 견뎌낸 고택은 흰개미 떼의 서식지가 된 지 오래다. 극심한 가뭄으로 메말라가는 마을에서 이상하게도 이 집만은 수풀이 무성하다. 고택의 주인이자 대형교회 목사인 공석필(김주완)은 무너져가는 집의 실체를 감추고 싶지만 곤충연구원 에밀리아 피셔(최나라)는 이 집의 기이한 현상이 흰개미 떼의 페어리 서클(fairy-circle, 아프리카 사막에서 발견되는 둥근 원)이라며 집 안을 살피기 시작한다. 석필을 옥죄는 또 한 사람은 묘령의 여인 지한이다. 결국 죽은 아버지 공태식의 모든 것을 부정하던 석필은 에밀리아와 지한을 통해 아버지가 저지른 15년 전의 죄와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지난해 2018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창작대본 공모를 통해 선정된 황정은 작가의 창작극이다. 황 작가는 지난해 연극<오리온>을 시작으로 음악극 <멘탈 트래블러>, 연극 <미녀와 야수>를 각색했고 <생각보다 괜찮은>, <우리는 처음 만났거나 너무 오래 알았다>를 집필했다.
작품의 연출은 미니멀리즘의 대가 김광보 연출이 맡았다. <옥상 밭 고추는 왜>, <그게 아닌데> 등을 통해 통찰력 있는 무대를 선보인 그는 “집을 갉아먹고 있는 흰개미와 무너져가는 고택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안과 위태로움, 허위와 가식의 역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작품이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난달 세종문화회관이 새롭게 문을 연 블랙박스극장 S씨어터의 개관작이라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한국문화공간상 무대디자인 부문을 수상한 박상봉 디자이너가 무너져가는 고택의 공간과 분위기를 사실감 있게 만들어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관련이미지

1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 포스터.

2, 3 연극 <두 번째 시간>

평범할 수 없는 보통의 삶에 대하여, 이보람 작가 × 김수희 연출<두 번째 시간> 11. 15~11. 25,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사막 속의 흰개미>와 <두 번째 시간>은 신진 작가와 베테랑 연출가의 만남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주인공들이 겪는 트라우마가 묘하게 겹친다. <사막 속의 흰개미>에서 석필의 트라우마가 아버지의 과거라면 <두 번째 시간>에서 주인공 김영희(강애심)를 37년 전 과거에 멈춰 세운 것은 남편의 의문사다.
김영희는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영문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난 남편이 재조명될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살아가지만 세상은 도무지 관심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아들과 그의아내라고 주장하는 젊은 여성이 영희의 임대아파트를 찾아오고 어색한 동거가 이어진다. 어느덧 세 사람은 각자의 상처를 보듬는 가족이 되지만, 남편의 생명을 짓밟은 가해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의 삶은 주변부를 벗어날 줄 모른다.
극본을 쓴 이보람 작가는 CJ문화재단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소년B가 사는 집>, 2013) 서울시극단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 (<네가 있던 풍경>, 2015)에 이어 지난해에는 서울연극센터 ‘뉴스테이지’(<기억의 자리>, 2017) 신진 작가 창작 지원 프로그램에 연이어 선정되며 연극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2016년 남산예술센터의 상시투고시스템 ‘초고를 부탁해’에 선정돼 <서치라이트 2017> 낭독공연으로 선보였고, 당시 관객과 평단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 무대에 오른다.
작품의 연출은 <말뫼의 눈물>, <창신동> 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개인의 역사를 꾸준히 비춰온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맡았다. <소년B가 사는 집>으로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한 두 사람은 이번 작품을 통해 세상과 화해할 수도, 그저 돌아설 수도 없는 한 가족의 삶을 조명한다.

글 서은영 서울경제신문기자
사진 서울문화재단
사진 제공 서울시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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