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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2018 남산포럼남산예술센터, 10년의 평가와 그 이후

2009년 재개관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이하 남산예술센터)에 대한 서울시와 서울예술대학교(학교법인 동랑예술원, 이하 서울예대)의 임대 계약은 2009년부터 10년간 3년 단위로 연장되어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더 계약이 연장된 상태에서 2018년 1월 서울예대는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이를 계기로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회의’(이하 비상대책회의)1)가 꾸려졌고 현장에서 공론화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그 과정 속에서 예정된 2020년까지 남산예술센터를 잠정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2018 남산포럼’에서는 임대형 공공극장으로서의 남산예술센터의 지난 10년의 성과와 한계를 연극인들과 공유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지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했다.

1) 2018년 4월 1일 대학로X포럼에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4월 12일 제1차, 5월 14일 제2차, 7월 2일 제3차 공개토론회를 진행하면서 드라마센터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고 공론화 방향을 정리해왔다. 2018년 8월 14일 기준 572명과 49개 단체가 비상대책회의 성명서 서명에 동참했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whydramacenterofkoreaisnotfor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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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도재형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팀장)
발제
조만수 (연극평론가, 남산예술센터 전 드라마터그)
박해성 (작가, 연출가, 상상만발극장)
김옥란 (연극평론가)
우연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종합토론
사회 김미도(연극평론가)
구자혜 (작가, 연출가, 여기는 당연히, 극장)
정진세 (작가, 연출가, 극단 문)
일시
2018년 10월 15일(월) 오후 3시
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관련사진

조만수

박해성

김옥란

우연

발제 1공공성과 남산예술센터의 정체성
조만수(연극평론가, 남산예술센터 전 드라마터그)

남산예술센터는 드라마센터 공간을 사용하면서 연극인 모두의 염원을 담은 공적 공간이며 새로운 실험성을 추구하는 공간이라는 드라마센터의 상징적 가치에 주목했다. 2009년 남산예술센터는 제작극장이 공공극장으로 기능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서울문화재단이 창작지원기관이라는 점에서 ‘창작자들과 함께하는 제작극장’이라는 목표를 갖지만, 초기의 독립제작 방식에 대한 대학로 극단들의 우려로 인해 공동 제작 방식으로 변경한다. 남산예술센터는 개관 초부터 창작 초연을 우선시했다. 상주작가제도는 오래가지 못했지만 이후 희곡 작가들을 위한 프로그램 ‘초고를 부탁해’를 마련했다. 작가들이 보낸 초고를 피드백해주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조치원 해문이>, <바람직한 청소년>과 같은 작품이 완성되었지만 이 작품들의 성취를 공유하지는 않았다. ‘희곡페스티벌’을 통해 남산예술센터의 프로그램으로 개발된 사례도 <햇빛샤워>가 유일하다. 하지만 공공극장으로서의 임무로 여겨 이렇게 자신이 빛날 수 없는 프로그램들도 진행했다.
남산예술센터는 3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임대형 극장으로 지난 10년을 각각 1기(2009~2011), 2기(2012~2014), 3기(2015~현재)로 나눌 수 있다. 2009년 남산예술센터가 내세운 목표는 ‘Contemporary and New Wave’이다. 동시대성, 새로운 실험을 핵심으로 하는 동시에 창작 초연 극장임을 표방했다. 창작 초연은 대중성과 실험적인 무대 연출을 제한하지만 연극을 보다젊게 만든다. 최초로 남산예술센터를 활용한 ‘혜화동1번지’ 2기 동인 연배들은 지금 연극계 중진이 되었다. 2011년부터는 작가 중심 극장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페스티벌 場>이라는 뉴 웨이브 프로그램을 포기한다. 윤한솔, 김재엽, 박해성, 이경성 등 젊은 연출가들이 중극장 무대를 처음 활용하게 되었고, 한현주, 안재승, 정영훈, 김지훈, 정영욱 등 개성 뚜렷한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2014년부터는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를 바탕으로 한 연극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남산 도큐멘타 : 연극의 연습 - 극장편>은 드라마센터의 변천사를 통해 이 공간의 의미를 반성적으로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2015년부터는 희곡을 무대화하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을 반영해, 미술작가인 정은영, 이주요의 작품이 극장 영역으로 들어왔다. 한편으로 공공극장으로는 유일하게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블랙리스트로 인해 국가지원에서 배제된 연출가와 작업했다. 이처럼 남산예술센터는 공적 영역에서 잘못된 권력이 행사되는 시기에 공공극장 본연의 임무를 수행했다.
남산예술센터의 지난 10년의 여정은 드라마센터와 관련된 상징적 가치를 실현하는 노력 속에서 가능했다. 현대적인 실험의 장이 되고자 하는 남산예술센터의 정체성은 드라마센터라는 상징적 가치에 의해 정당성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드라마센터가 현대연극 메카로서의 가치를 현재형으로 이어가는 방법은 남산예술센터를 통해서일 것이다. 드라마센터와 남산예술센터는 더 이상 별개의 두 실체가 아니다.

발제 2작업, 창작자, 남산예술센터
박해성(작가, 연출가, 상상만발극장)

모든 극장은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남산예술센터가 지난 10년 동안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왔는지 작업자, 창작자의 맥락에서 읽어보려 한다. 남산예술센터는 초기부터 동시대 극작가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레퍼토리화했다. 대부분 창작 초연이며, <1동 28번지, 차숙이네>(2010, 2011), <푸르른 날에>(2011~2015), <살>(2011, 2013), <햇빛샤워>(2015~2016),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2016~2017), <파란나라>(2016~2017) 등은 2회에서 5회까지 재공연됐다. <오늘, 손님 오신다>(2009), <공연연작프로젝트>(2010) 등 작품개발 프로그램은 <상주극작가 낭독공연>(2011~2012)을 거쳐 <남산희곡페스티벌>(2013~2016),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2016, 2018), <서치라이트>(2017~2018)로 이어진다. <페스티벌 場>(2009~2011), <귀국전>(歸國展)(2016)은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담아내며 남산예술센터와 정체성을 공유한다. 페스티벌 봄 <루츠 푀르스터>(2010), 베세토연극제 <갈매기>(2012) 등은 외부기관과의 공동 주관으로 개방된 제작 플랫폼을 보여준다.
<바후차라마타>(2014), <잠자는 변신의 카프카>(2015), <아방가르드 신파극>(2016), <변칙 판타지>(2016), <나는야 연기왕>(2016), <천사-유보된 제목>(2017), <십년만 부탁합니다>(2017), 그리고 <서치라이트>(2017~2018)로 발표된 대부분의 작업들은 동시대 작업 방식의 진화를 보여준다. 최근작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2017),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2018)은 동시대 소설의 서사 방식을 공연으로 확장하려 시도한다. 프로그램에 포함된 포럼과 강연은 극장이 관객 혹은 작업자들과 만나는 방식을 넓힌다. 이렇듯 100개의 프로그램에서 지난 10년 동안 이 극장이 유지하고 있는 요소, 그리고 동시대 작업 방식과 변화의 요소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공연에는 작가와 연출을 포함해 수많은 작업자와 창작자들이 참여한다. 2회 이상의 프로그램에 기록을 남긴 창작자 명단에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 공연계에서 성과를 이룬 작가와 연출의 이름이 공통으로 들어가 있다. 1회라도 참여한 이들을 살펴보면 얼마나 다양한 장르에 열려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00개의 프로그램에 기록이 남은 연출(안무)은 총 107인, (희곡)작가는 총 73인이다. (박해성 연출가는 발제 중 남산예술센터와 함께 작업한 창작자들의 이름을 모두 호명했다.) 지난 10년간 어떤 창작자들이 작업했고, 극장과의 지속적인 협업과 다양한 창작자들이라는 관점에서 균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판단하는 일은 청중의 몫으로 남기겠다. 남산예술센터의 공동 제작은 창작단체의 지원을 통한 공모 선정과 극장에서 단체에게 제안하는 프로그램이 공존하며, 창작단체의 개별성과 책임을 극장과 대등하게 유지한다. 창작단체와 극장기획의 특징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지는 프로그램 목록과 창작자의 개별성과의 연관관계를 통해 판단 가능하다. 여기에 극장의 소유와 운영 방식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계속 생성되며 이어질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 역시 청중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발제 3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6개월, 쟁점과 현황
김옥란(연극평론가)

서울예대의 드라마센터 임대 철회 시도가 연극인들에게 위기로 다가온 이유는 지난 10년간 공공극장으로서 위상을 착실히 다져온 드라마센터를 회수해 영구히 사유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은 아닌가, 의문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센터는 1958년 미국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아시아재단, 한미재단, 한국 정부의 지원과 협력, 연극인과 시민들의 성금과 열띤 지지 속에서 1962년 4월 12일 개관했다. 그러나 개관 1년 만인 1963년 1월에 운영난으로 폐관되고 1964년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으로 기증된다. 유치진은 록펠러재단의 지원으로 1956년부터 1년 동안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 주요 연극기관, 교육기관, 대학극장을 시찰한다. 당시 극장 건립은 연극인 전체의 숙원사업으로 한국 정부와 시민, 연극인이 열정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비상대책회의에서는 드라마센터의 공공극장으로서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작업을 진행했다. 국세청 자료에는 극장 부지가 조선총독부 자리, 즉 국유지였다는 사실이 나와 있다. 국유재산에서 유치진 개인에게 불하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또 스탠퍼드대 후버 아카이브에는 록펠러재단의 자금이 아시아재단을 경유했던 문서가 남아 있다. 록펠러재단 아카이브에서는 유치진의 미국 연수 관련 서류를 찾아냈다. 1966년 9월 유치진 본인이 “드라마센터는 절대로 사유화되지 않는다”라고 인터뷰한 자료도 남아 있다. ‘그동안 한국 연극사에서 유치진에 대한 신화적 서사화는 해체되어야 한다. 결국 드라마센터 사유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권력을 통해 재생산된 것이다’로 문제의 핵심을 정리했다.
또 하나 록펠러재단의 찰스 버톤 파스 박사가 드라마센터 건립 지원과 관련해 추천한 책 <원형연극>을 통해 드라마센터가 애초부터 실험적인 공공극장의 성격을 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책에 나온 마고 존스가 1947년 고향 댈러스에 세운 ‘47극장’은 미국 지역극장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드라마센터 건립 때도 객석 기증과 같은 시민 참여가 있었고 연극계가 모두 나서 공공극장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앞으로 드라마센터가 어떤 방향으로 위치지어질 것인지,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의견이 필요하다.

발제 4남산예술센터 10년 결산과 과제
우연(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드라마센터가 57년이라는 긴 역사 속에서 유일하게 극장의 운영 주체와 사용 주체가 ‘공공’이었던 시간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단 10년뿐이다. 시민의 세금과 현장 연극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진정한 공공자산으로 10년간 존재했다. 이 기간 이후 다시 사적자산으로 돌아갈지, 공공자산으로 유지되고 확장될지는 현재 우리가 논의를 어떻게 이어갈지에 달려 있다.
남산예술센터는 임대형 민간위탁 공공극장으로 3년 단위로 계약이 연장되므로 제작극장으로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는 환경에 있다. 제작극장은 전문성 축적과 인력의 안정성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영되고 있다. 또한 극장시설은 50년이 넘어 노후한 상황이다. 낡은 극장과 임대위탁 관계를 10년 이상 지속하는 것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새로운 운영 모델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예산 측면에서는 매년 9억 7,000만 원, 약 100억 원의 임대료를 동랑예술원에 납부했다. 제작비는 평균 21억 원 정도이다. 개관 초기와 비교했을 때 큰 상승폭이 없다. 예산 확보 문제로 이 부담은 협력극단에게 넘어간다. 이 모델을 10년 이후에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남산예술센터는 환경 변화에 역동적으로 대처하고 프로그램과 추진 방향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위탁 1기는 중극장 시대로 소극장과 대극장 중심의 제작 시스템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위탁 2기에는 제작극장의 역작용으로 대학로 소극장의 위기, 대관극장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과정에도 남산예술센터는 국내에 처음으로 제작극장의 모델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위탁 3기에는 사회와의 소통이 역동적으로 일어났다. 위탁 4기는 연극계의 미투, 젠더, 폭력, 인권과 같은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시기이며 연극계의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가운데 드라마센터 논쟁이 불거졌다. 남산예술센터는 국내에 몇 개 없는 제작극장으로 연극을 중심으로 한 창작진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드라마센터를 둘러싼 공공성 논의는 개관 이후 반복되고 있다. 2009년 남산예술센터 개관을 일주일 앞둔 5월 31일 새벽, 동랑예술원은 상징적이던 ‘드라마센터’ 현판을 ‘동랑 유치진극장’으로 교체했다.사전 협의도 없었고 재개관 후에도 철거하지 않아 결국 현판 철거 청구 소송까지 갔다. 남산예술센터는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공공성 논란에 대응해온 셈이다. 비상대책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사학비리로 서울예대 총장이 해임되어 지금은 논의를 상대해줄 주체가 없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예정된 위탁 4기를 잠정적으로 유지하기로 결론을 냈다. 그렇다고 논의가 종결된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남산예술센터를 유지해온 모든 운영진들은 현재 비상대책회의에서 제기하고 있는 드라마센터의 사회 환원 요구와 역사성 및 공공성 회복에 대한 논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소극적 임차인, 위탁 운영자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공적자금이 투여된 극장을 운영했던 운영 주체로서 책임감 있는 태도로 공론화 과정에 참여할 것이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겠다. 그러나 2020년 이후에도 임대형 민간위탁 형태로 극장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임대형 민간위탁 공공극장으로 장기 지속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극장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자산을 확대 재생산하려면 극장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적인 총지성의 합, 지난 역사 동안 국가와 사회, 연극계가 해결하지 못했던 한 극장의 운명을 이제는 함께 해결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의 총합으로 2020년 전혀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으면 한다. 그 모델이 서울문화재단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민간 주체가 운영하거나 창의적인 형태가 된다 해도, 이 극장을 둘러싼 현장 연극인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에 충분히 동의하고 지지할 것이다. 향후 이 극장의 운명에 대한 연극인들의 의견과 노력, 생각의 총합을 보여주면 좋겠다. 극장 운영진들도 남산예술센터의 미래를 만드는 데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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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재형

김미도

구자혜

정진세

종합토론
김미도

먼저 그동안의 평가와 미래에 대해 젊은 연극인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구자혜

저는 남산과 협업한 창작자이자 관객으로서 남산예술센터가 관객에게 말을 건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지난 10년간 쌓아온 자산은 공연의 성과나 레퍼토리의 수가 아니라 ‘남산예술센터가 어떤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는지’입니다. 제작극장이 발표하는 한 해의 라인업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쇼케이스나 낭독공연, 2016년부터 열린 <남산 아고라>와 <서치라이트>는 극장의 정체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불편한 입장들>은 장애인 관객과 창작자의 접근성을 탐구했고, 은 극장의 기능과 장치를 환기했습니다. 2014년 <남산 도큐멘타 : 연극의 연습 - 극장편>까지 이 3개의 공연은 남산예술센터이기 때문에 가능한, 극장과 만나는 작업이었습니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본 공연은 자막이 제공됩니다>는 다른 제작극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었습니다. 연극계에 페미니즘 이슈가 전무했던 2016년 <남산 아고라>에서는 <페미그라운드>라는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창작자들이 동시대를 감각해서 극장에 말을 거는 방식이었고, 다른 극장에서 주목하지 않는 이슈에 남산예술센터가 적극적으로 대답했기에 그런 공연이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2017년에는 퀴어 이슈를 다룬 <2017 이반검열>, 예술계 성폭력 문제를 다룬 <가해자 탐구_부록 : 사과문작성가이드>를 창작자들과 협업해 올렸습니다. 작품을 올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대학로 생태계에서 중요한 제작 환경이나 문화로서의 외연 확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의 소견이 아니라 동시대 젊은 창작자들의 이슈이자 의견입니다.
동시대를 읽어내고, 동시대와 대화하는 공연들을 올려왔음에도 남산예술센터의 한 해 라인업에는 여성 창작자의 수가 많지 않습니다. 공공극장으로서 과반을 이뤄내는 것이 동시대 젊은 창작자들의 요구입니다. 창작자들이 극장에 말을 건 것에 남산예술센터가 좀 더 적극적으로 화답해 대화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연을 어디에 포지셔닝하고 누가 보고 어떤 담론을 만들어낼지는 공공극장으로서 남산예술센터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씨앗이 앞으로도 계속 공유, 확장되고 담론이 유지되어 다음 공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학로의 생태계와 같이 맞춰 갔으면 합니다.

정진세

저는 연극을 공부하던 학생에서 현장에 나온 예술가로, 작품을 보기만 하던 관객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 정체성이 변화하면서 10년 동안의 역사와 생태계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습대담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시간 동안 극장 간의 위계, 소극장 작업이 중극장보다 못하다는 비교 우위의 개념,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망과 동경이 젊은 창작자들 사이에 생겼음을 제 자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산예술센터는 공공성이 요구되는 시기에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제작극장들이 무력했기에 상대적으로 남산예술센터가 잘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도 분명 있습니다. 남산예술센터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공공성을 띤 상태로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지난 10년간 공공 영역에서 공론화된 의제들을 통해 시민, 연극인, 창작자들이 얼마만큼 성숙했는지를 확인하면서 남산예술센터의 가치를 논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한편으로는, 담론의 성장 과정에서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밀려난 주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서울예대 학생들인데요. 재학생들은 2018년의 상황이 혼란스럽고 불편할 것입니다. 부정부패로 인해 학교가 흔들리고, 연극계의 남산예술센터에 대한 시각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10년 전 학생이나 관객에서 지금은 기성 연극인, 창작자로 정체성이 변화한 이들입니다. 과연 이들이 역사적으로 어긋난 이 공간에서 어떤 고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임차 문제가 적극적으로 공론화되지 않으면서 시간이 흘렀고, ‘누군가가 해결해주겠지’ 하는 수동적인 입장을 취한 것 같습니다. 세 번째, 극장의 운영진입니다. 극장에 상주하면서 노후 상태, 안전문제, 내력을 정확히 아는 운영 주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극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애매하게도 담론의 장에 발언자로 호명되지 못하면서 극장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실상 남산극장은 시설 면에서 오래되었고 리모델링이 시급합니다. 공간을 둘러싼 문제들은 항상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리모델링을 이유로 나가 있으라고 하는 시기에 발생하거든요. 공론의 장을 통해 쌓아온 생각들이 공간 리모델링이라는 이름으로 무효화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미도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고 사유화 논란을 방치해온 기성세대에 대한 원망과 비판도 조금 있는 것 같은데요. 유치진의 친일 행각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다가 최근에야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연극학 2세대부터 반성하고 적극적으로 기록으로 남기고 연극사를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연

저희도 극장의 운명이 종결될 때를 대비해 지난 10년간 제작된 레퍼토리와 성과들을 어떻게 남길지 고민 중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극장의 태도와 안목입니다. 공공극장 종사자들이 창작자와 어떻게 조우하고 어떤 태도로 작품을 기획하고 만드는지는 사실 아카이빙할 수 없거든요. 2009년 현판 사건 당시 이 극장과 연극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고 합니다. 유치진에 대한 연극계, 학계의 태도, 드라마센터의 역사에 대해 알려진 정보도 지금과는 달랐기 때문에 공감대를 얻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정도의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 사회적 지성의 총량이 커졌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극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인식의 총량, 연극사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다면 그것을 좀 더 확장하고 싶습니다.

조만수

2009년 공공극장이 들어선 후 활동했던 이들의 연령층은 굉장히 낮습니다. 드라마센터의 전설과 권위를 이야기하는 이들은 현재 중심 세력이 아닙니다. 2009년 이후 연극계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현재를 만들어왔다는 의미에서 더 이상 과거의 확인되지 않은 전설보다는 드라마센터가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공간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양구(작가, 연출가)

저는 블랙리스트 사건을 조사하면서 극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 11월 아르코예술극장의 서울연극제 대관 배제 사건이 처음 벌어졌습니다. 몇 달에 걸친 집요한 조사를 통해 이것이 국가 공식 기구가 관여된 일이라는 것, 협회 배제와 극장 폐쇄 조치가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그러나 정작 피해 당사자인 서울연극협회는 이를 알리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협회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이죠. 연극계에서도 전혀 논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 앞에서 연극계, 우리의 수준이 이 정도입니다. 연극계의 집단 지성이 이 문제를 이해관계 차원이 아닌 연극계 전체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로 받아들이기 힘들겠다는 생생각이 듭니다.
내년부터 아르코예술극장 공모사업은 5년 이상 된 축제만 신청할 수 있도록 바뀝니다. ‘페미니즘 연극제’나 ‘권리장전’은 아르코예술극장에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저는 극장의 운영이 이런 식으로 바뀌는 데 대한 논의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현재 극장의 공공성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구성원 개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산예술센터에 관한 논의가 장기적으로는 향후 연극계의 공공극장에 대한 논의로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김미도

심각한 이슈가 제기되었을 때 전면에 나서서 싸우는 몇 사람에게만 맡겨놓지 말고, 우리의 문제라는 공통의 인식하에 동참해서 논의를 이끌어갔으면 합니다.

조시현(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애당초 이 땅의 주인은 사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일단 법률적으로 국유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민족 연극 발전을 명목으로 공공성을 팔아먹은 것이죠. 역설적이지만 다시 공공성에 대한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역사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법은 명백하지만 법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의 힘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국유재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로부터 ‘국가가 유치진에게 넘겨주었다’는 의견을 받았는데요. 사실 확인만 있을 뿐, 역사성과 도덕성에 대한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미도

이제 재단은 대학로에 또 하나의 극장, 동숭아트센터를 갖게 되었는데요. 이 문제도 적극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의회에서 드라마센터에 대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지 않도록 재단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랍니다. 동숭아트센터가 어떤 극장으로 자리매김할지에도 관심을 갖고, 드라마센터의 역사를 바로세우는 운동에 동참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 재단이든 새로운 운영 주체든 공공극장으로서의 환원이라는 원칙하에 새롭게 논의되어야 합니다. 남산예술센터가 10년 동안 노력해왔던 연극적 자산, 레퍼토리, 실험적인 작업과 소중한 씨앗들이 보존되고 계승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면 좋겠습니다.

정리 전민정 객원 편집위원
사진 손홍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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