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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컨셉추얼 패션 디자이너 권자영미학과 혁신 사이에서 동시대의 삶을 이야기하다
권자영은 ‘컨셉추얼(conceptual) 패션 디자이너’다. 컨셉추얼 패션이란 패션 문화의 개념과 의미에 집중하여 조각,패션,음악,춤,미디어 등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는 전방위 예술로 우리의 몸과 몸을 둘러싼 공간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연구와 실험을 이어가며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즐거움이 있다.

관련사진1 컨셉추얼 패션 디자이너 권자영
2 개인전 (2013).
3 개인전 (2016).

왜 컨셉추얼 패션인가?

나는 대학에서 섬유미술과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시각 디자인,영상,조각,음악,퍼포먼스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새로운 시도를 즐기는 성격 탓에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각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접하면서,일반적인 패션 디자인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을 무렵 전형적인 패션 산업 프로세스에 변화가 일었고,문화예술계에도 장르 간 해체와 융합의 시도가 이루어졌다. 예술적인 관점에서 패션을 바라보니 좀 더 자유로운 접근과 표현이 가능했다. 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패션 아트라는 이름으로 국내외에서 전시하면서 패션 문화와 미학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계속했다.
초기에는 보편성을 뒤집는 재료와 형태에 집중해 미술의 관점에서 의복을 재구성했다. 빵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냄새,맛과 추억을 시각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전시 <The Story about Bread and Cupcakes>(2009)를 시작으로 옷의 구조와 물성에 변화를 주는 해체와 재조합의 과정을 거쳐,미디어와 퍼포먼스를 결합한 복합적인 형식으로 발전했다.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면 여러 분야의 기술을 습득해서 독립적으로 헤치고 나가야 했다. 의상 패턴,봉제,염색,소재 개발은 물론 세트와 소품도 직접 제작했다. 사진과 영상도 혼자 연습해서 직접 작업했다. 무모한 도전이고 고단한 일이 되리라는 예상대로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처참했고,힘든 과정을 견디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지만 보상받지 못했다. 다행히 나에게는 끈기와 참을성이 있었고,무엇보다 쉽게 실망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았다. 10여 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작업의 대부분을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전방위 예술가가 되었다. 모든 작업은 내 손에서 이루어진다. 어쩌면 나 자신이 컨셉추얼 패션의 결과물인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이지 않은 컨셉추얼 패션을 하다 보니 여러 분야에서 작업을 함께 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동안 GS 칼텍스 ‘어게인2002 박지성 편’을 비롯해 TV 광고와 영상,뮤직비디오,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The Illusion>과 페스티벌 봄,두산 아트랩의 공연 등에서 미술과 의상을 담당했다. 여러 협업을 하면서도 꾸준히 개인 전시를 열고 그룹 전시와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너와 나 우리의 시간,아름다운 인연의 기록

여러 영역을 넘다들며 작업하다 보니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에는 예술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친구,내 삶과 일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어준 소중한 인연들이 있다. 이 인연을 의미 있게 만들어보고자 인생의 아름다운 벗,우리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시리즈의 첫 번째는 <Dear My Friends-BAGS>전(2013)이었다. 나의 추억과 시간이 담긴 재료,오래된 바지,가죽재킷,자투리 천 등을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친구들에게 어울리는 가방을 만들어 선물했다. 친구들은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가방을 사용했고,나는 가방이 그들의 일상에 가장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순간을 포착해 사진을 찍었다. 친구들에게 사용하면서 느낀 감정을 손글씨로 적어달라고 했다. 친구와 나의시간이 함께 녹아 있는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 뮤지션 레이첼 야마가타,노브레인의 기타리스트 정민준,현대미술가 최우람,동양화가 정해진,건축가 황준하 등이 참여했다.
시리즈의 두 번째는 자투리 가죽과 오래된 가죽 옷을 모아 자르고 이어 붙여 숲과 나무를 표현한 <Unnatural Arrangement>(2016)였다.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으로 나누어진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은유하며 재단 후 버려진 자투리 조각을 모아 작은 나뭇잎을 만들고,그 나뭇잎으로 숲과 나무를 표현했다. 쓸모없음은 버려진 것이 아니라 잠시 기다리는 것이다. 무엇이든 각자의 자리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전시에는 일루셔니스트 이은결과 뮤지션 송은지가 퍼포먼스 공연자로 참여했다. 나의 작업이 둘러싸여 있는 공간에서 내가 만든 옷을 입고 있는 그들의 모습,미술과 패션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그 시간과 공간을 포착해 사진으로 기록했다. 나의 친구들과 함께 만드는 시간의 기록은 계속되고 있다. 패션은 유동적이다.
우리의 삶도 계속해서 흘러간다. 이제 우리 생활에 가까이 다가가는 디자인 상품,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무모함과 용기로 나의 한계에 또다시 도전하는 중이다.

글· 사진 권자영 여성복과 액세서리 디자이너를 거쳐 광고,영상,공연에서 의상과 미술 담당 디렉터로 일했으며,리빙 디자인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다. 현재 디자인스튜디오 블랙쉽(www.blacksheepby.com) 대표이며,패션과 리빙 스타일 브랜드 블랙쉽바이를 운영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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