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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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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4년 차, 애용하는 이동수단으로 망설임 없이 지하철을 꼽는다. 적어도 하루 2번 출퇴근길에 이용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도시철도는 일평균 수송객 680만 명, 운영 역수 277개 역, 거리로 환산하면 300km, 보유 차량은 3,571량으로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듯 지하철은 서울시민의 대표적인 이동수단이며, 일상에서 지나치는 보행공간이다.
서울 곳곳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반대로 많은 이용객이 몰려 ‘지옥철’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도 하다. 공간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역사, 개찰구, 승강장, 전동차, 환승구, 대합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빼곡하게 들어찬 상업광고물에 점령당한 지하세계. 오래 머물수록 피로가 쌓이지 않던가.

아무나, 아!문화!PD 관련 이미지1, 2 ‘우이신설 도시철도’ 개통식과 시승식.
3, 5 정도운, 정은혜 작가의 작품으로 꾸민 ‘달리는 미술관’.
4 ‘달리는 도서관’ 열차 내 모습.
6 역별로 설치되어 있는 공공예술작품. 이미숙 작가의 <빛나는 기쁨>.

‘우이신설 도시철도’ 개통식 현장

지난 9월 2일 오전 5시 30분, 서울 최초의 경전철 ‘우이신설 도시철도’가 첫 운행을 시작했다. 우이신설 도시철도는 서울 동북부 지역의 대중교통 접근성 향상과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서울시 최초의 도시철도 지선이자 문화철도다. 강북구 우이동에서 동대문구 신설동을 잇는 총 길이 11.4km, 13개 역사, 이동시간 23분의 ‘달리는 문화철도’로 서울시민에게 문화와 예술을 매개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동수단을 넘어 공공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동반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사와 열차 내 모든 공간에서 상업광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상업광고물로 도배되어 피로를 유발했던 공간에는 문화예술 콘텐츠와 작품들이 채워졌다.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에서 새롭고 신선한 문화예술을 발견하고 향유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래서 우이신설 도시철도를 ‘달리는 문화철도’라고 부른다.
기념적인 개통식에 함께하기 위해 이른 아침 신설동역을 찾았다.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연둣빛 열차에 탑승해 북한산우이역으로 향했다. 북한산우이역에서 내려 도보로 5분, 우이동 끝자락의 우이신설 도시철도 종합관리동(차량기지)에 도착했다. 이곳 앞마당에서 오전 10시부터 개통식이 진행됐다. 2009년 공사를 시작한 우이신설 도시철도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개통까지 8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오랜 기다림이 있었던 만큼 개통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도시철도 관계자, 문화철도 참여 작가, 지역주민 등 500여 명이 자리하여 축하하는 시간을 보냈다. 강북구 풍물패의 공연을 시작으로 우이신설 도시철도를 소개하는 영상 상영과 축하 이벤트, ‘달리는 문화철도’ 시승식의 순으로 진행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상업광고를 완전히 배제하고 문화예술 콘텐츠로 채워, 오고 가는 길에서 문화를 즐기는 좋은 지하철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개통식의 마지막 순서인 ‘달리는 문화철도’ 시승식을 위해 다시 북한산우이역을 찾았다. 역 내로 진입하는 계단의 벽면을 따라 이어진 그림을 구경하며 금세 승강장 앞에 섰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열차 중 2대가 ‘달리는 미술관’과 ‘달리는 도서관’으로 꾸며져 있다. 어떤 열차가 도착할지 기대하는 사이 열차가 승강장에 들어왔다. “이번 역은 북한산우이역, 잠시 후 신설동행 문화철도가 들어옵니다”라는 경쾌한 안내방송과 함께.
2량으로 연결된 작은 열차의 문이 활짝 열렸다. 달리는 미술관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 열차에 작품을 전시한 정은혜 작가와 정도운 작가,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열차에 탑승해 담소를 나눴다. 달리는 미술관 내부는 발달장애를 넘어 형형색색 개성 있는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두 작가의 그림이 래핑되어 있다. 이동하는 중간에 내려 다음에 오는 달리는 도서관에 탑승했다. 달리는 도서관은 서울도서관이 자치구 구립도서관과 함께 공간을 꾸민 열차이다. 올해의 책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고, 서울이 사랑한 시 한 소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아무나, 아!문화!PD 관련 이미지1 지난 9월 2일 열차 내에서 진행된 ‘10초 캐리커처’에 참가한 승객들이 초상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2 개통식을 기념해 성신여대입구역 우잉아트 ‘YOU ARE THE STAR’ 앞에서 어쿠스틱 공연이 열렸다.
3 신설동역 아트스테이션 전시 작품을 보고 있는 어린이 승객.

일상의 공간에서 만나는 문화예술

우이신설선이 지나는 13개 노선 중 7개 역사(북한산우이역, 4.19민주묘지역, 솔샘역, 정릉역, 성신여대입구역, 보문역, 신설동역)는 ‘아트스테이션’으로 꾸며져 있다. 상업광고를 걷어낸 역사 내 갤러리에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한 천경자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서울시미술관협의회의 추천 작가 작품, 김영나 작가의 작품, 타이포비엔날레 전시 등을 만날 수 있다. 일상공간에서 미술작품을 우연히 그리고 ‘우와!’하게 만날 수 있는 ‘우잉아트’가 재미를 더한다.
개통식을 기념해 서울문화재단에서 마련한 다양한 문화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등도 진행됐다. 열차 내에서는 10초 캐리커처와 마임 퍼포먼스가, 역사에서는 버스킹 공연 등이 이어졌다. 우이신설 도시철도에서 하루를 보내며, 지하철이 공공문화예술 플랫폼으로서 문화를 이동시키고 예술을 경험하는 공간,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거점공간으로 변신하는 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철도 프로젝트’가 더 많은 지하철 역사, 지역으로 확산되어 신선한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해본다.





글 황은아_ 서울문화재단 시민기자
사진 황은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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