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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폴 매카시 개인전과 엘 아나추이 개인전 한국을 찾은 현대미술의 거장들
세계적인 현대미술 거장들의 전시가 국내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미국 출신의 폴 매카시와 가나 출신의 엘 아나추이다. 두 작가는 1940년대생으로, 유서 깊은 미술전인 베니스비엔날레에 단골로 초대된 작가들일 뿐만 아니라 아트바젤 등 국제적인 상업 아트페어에서도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이다. 이들의 전시 소식에 국내 미술 애호가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엘 아나추이가 한국에서 개인전을 갖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각의 추상성을 탐구하다

폴 매카시 개인전 <Cut Up and Silicone, Female Idol, WS> 국제갤러리, 9. 14~10. 29

피부색을 띤 인체 조각들이 토막 난 채 기형적인 형태로 붙어 있다. 폴 매카시가 자신의 신체를 본떠 만든 모형을 3D 스캔한 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모델링을 거쳐 고밀도 우레탄 레진으로 제작한 조각이다. 노구(老軀)를 토막 내 팔과 다리, 혹은 성기 따위를 기형적으로 재조합한 실물 사이즈의 조각들은 가학적이면서도 위트가 엿보인다. 3D 스캔한 신체 이미지를 렌더링한 이미지 위에는 알 수 없는 낙서들이 가득하다. ‘데스’(Death), ‘페니스 페이스’(Penis Face). ‘컷업’(Cut up) 등과 같은 난독성 낙서들을 휘갈긴 회화작품들은 지저분한 색감에 운동감이 가중되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배가한다.
폴 매카시는 신화 속 인물이나 고전동화, 백설공주 같은 디즈니 만화 캐릭터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아이콘들을 희화화하거나 직접적인 성행위 장면 묘사, 신체 절단과 같은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미디어와 자본주의 현상 이면을 꼬집는 작업을 해왔다.
5년 만에 열린 한국 전시에서 주제적인 측면이 이 같은 방식으로 연장됐다면,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조각의 캐스팅 과정에서 쓰이는 ‘코어’(core)라는 요소를 활용한 작품들을 통해 조각의 ‘추상성’을 탐구했다. 코어는 실리콘 조각의 주조 과정에서 주형의 뼈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통 완성된 조각 작품과 비슷한 형태이면서 크기는 조금 작다. 물론 완성작에서는 그 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매카시는 이 코어에서 조각의 추상적인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프랑스의 유명 화가 프란시스 피카비아(1879~1953)의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사람 형태의 조각 시리즈 <피카비아 아이돌>을 선보였는데 <피카비아 아이돌>이 애초의 온전한 조각의 형태라면, <피카비아 아이돌 코어>는 <피카비아 아이돌>의 코어를 실리콘으로 떠서 코어 그 자체가 조각이 되게 한 작품이다. 또 <피카비아 아이돌 코어 코어>는 <피카비아 아이돌 코어> 를 만들 때 쓴 또 다른 코어를 다시 실리콘으로 떠서 또 하나의 조각이 되도록 한 작품이다. 코어가 진행됨에 따라 피카비아 아이돌은 점점 더 수척하고 기괴한 형태로 변모해간다. 조각의 ‘원형’ 내지는 ‘본질’로 깊숙이 파고드는 작업에서 거장의 응축된 에너지가 느껴진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 1 국제갤러리 2관 폴 매카시 개인전 <Cut Up and Silicone, Female Idol, WS> 설치 전경.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 2 바라캇 서울 <엘 아나추이: 관용의 토폴로지> 전시장 전경(촬영_ 고정균).

전통적 관습과 정의를 거부하다

<엘 아나추이: 관용의 토폴로지> 바라캇 서울, 9. 27~11. 26

2015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아프리카계 예술가 엘 아나추이의 개인전은 서울 종로구 소격동 바라캇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고대미술을 중심으로 4만여 점의 컬렉션을 보유한 150년 전통의 바라캇 갤러리는 런던, 로스앤젤레스, 아부다비에 이어 지난해 10월 서울에 문을 연 전시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아나추이가 한국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다.
1944년 아프리카 가나에서 태어난 아나추이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세계화를 이끈 작가다. 조각에 대한 전통적 관습과 정의를 거부하는 예술적 실험들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병뚜껑 등 폐품을 이용한 금속성의 대형 태피스트리 설치작업으로 유명하다. 특히 <보틀-톱 인스톨레이션>(Bottle-Top Installations)으로 불리는 그의 태피스트리 작업은 재활용센터에서 구한 수많은 알루미늄 조각을 구리 끈으로 꿰매어 금속성을 띠는 천과 같은 모양으로 변형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소비와 낭비, 그리고 환경이라는 현대사적 문제에 대해 언급한다. 대량 생산되고 폐기되는 공산품들의 ‘수공예적’ 조합이 만들어낸 그의 작품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회화처럼 아름답고 화려하나, 한편으로는 아프리카 전통 천과 같은 시각적 효과를 드러내며 ‘노예’로 상징되는 아프리카의 슬픈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작품은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드영미술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팔라스트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으며, 베니스비엔날레(1990·2007), 파리 트리엔날레(2012) 등 다양한 국제 전시 행사에서 소개돼왔다. ‘관용의 토폴로지’(Topology of Generosity)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병뚜껑 등을 이용한 설치 작품과 판화 신작들을 선보인다.

글 김아미_ 뉴스1 기자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 바라캇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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