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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6월호

국립중앙의료원 스칸디나비아 기념관 서울에서 느끼는 스칸디나비아의 여유로움
을지로에 위치한 국립중앙의료원은 1958년,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3국의 지원으로 세워졌다. 한국과 스칸디나비아 3국의 의술을 통한 교류가 이곳에서 이루어짐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에는 스칸디나비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남았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스칸디나비아 기념관과 그 앞의 초록빛 정원은, 기분 좋은 오후의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소중한 도심 속 공원이다.

서울 건축 읽기 관련 이미지1 담쟁이로 둘러싸인 스칸디나비아 기념관의 측면과 지붕, 고측창과 굴뚝.
2 스칸디나비아 기념관 앞 정원과 예전 스칸디나비아 클럽 건물.
3 6개 동이 나란히 붙어 있는 형태의 스칸디나비아 기념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국민을 책임진다는 북유럽의 복지국가,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위치한 스칸디나비아는 과연 어떤 곳일까. 15년쯤 전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처음 가보았을 때 내 눈을 가장 먼저 사로잡았던 건,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왕자님이나 공주님 같은 모습의 사람들이었다. 금발과 파란 눈, 하얀 피부와 큰 키의 사람들. 그리고 그들만큼 쭉쭉 뻗은 울창한 침엽수림과 하얗게 부서지던 햇빛, 붉은색 벽돌 건물들도 인상적이었다. 도시 전체에 퍼져 있는 평화로움. 그것의 근원은 무엇인지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지만, 쉽사리 갈 수 없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그런데 길을 걷다 우연히 그곳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곳을 만났다. 그것도 혼잡한 서울의 도심,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근처에서 말이다.

스칸디나비아 3국의 원조로 세워진 국립중앙의료원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근처인 을지로6가 북쪽에는 경성사범학교였던 미공병단과 훈련원공원이 있고, 동쪽에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위치한다. 이곳에 병원이 생긴 건 1929년 경성부민의 진료를 위해 세워진 경성부영진료소(京城府營診療所)가 1934년 3월 훈련원 광장에 철근콘크리트로 된 2층 건물을 신축하며 이전하여, 경성부민병원(京城府民病院)으로 개칭하면서부터였다. 경성부민병원의 건립은 당시 장충단 일대 주택지의 불법 개발과 연관되어 있다. 일본인들이 장충단 일대의 땅을 경성부윤에게 뇌물을 주고 싼 값에 사서 주택지로 개발한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여론이 일자 그 이익의 일부를 경성부민에게 내놓고자 복지시설을 2개 건립했다. 그중 하나가 부민병원, 그리고 나머지가 부민관(현재의 서울시의회건물)이다. 이렇게 건립된 부민병원은 해방 후에는 시민병원으로 개칭되어 운영되었다. (시민병원은 1957년 이후 서울동부병원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이전했다.)
이 자리에 국립중앙의료원이 들어선 것은 1958년의 일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경제부흥과 재건을 위해 설립된 운크라(UNKRA: United Nations Korean Reconstruction Agency, 국제연합한국재건단)가 1955년 11월 한국의 메디컬센터로서 국립중앙의료원 설립을 결정했고, 이는 스칸디나비아 3국(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협약을 살펴보면 한국인 의료시설과 의학 발전뿐 아니라 인적 교류를 통해 한국과 스칸디나비아 3국 간의 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이후 국립중앙의료원 건물의 낙성 1년 전인 1957년에는 스칸디나비아 3국으로 의사와 간호사 연수를 보내기도 하고, 개원 후에는 스칸디나비아 3국의 의료진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근무하며 의술을 통한 국가 간의 교류를 이루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개원 당시 전체 환자의 75%에게 무료 진료를 시행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통해 사회보장제도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즉 국립중앙의료원의 개원은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으로서 공공의료 확립의 시초라 할 수 있다. 1968년까지 스칸디나비아 3국과 공동 운영된 국립중앙의료원은 무료 진료뿐 아니라 한국의 의학 교육 발전이라는 교육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일상의 쉼터, 도심 속 공원

국립중앙의료원의 다소 딱딱한 정면부와 주차장을 지나 동측으로 가면 낮은 벽돌 건물들로 둘러싸인 정원이 나온다. 이 정원의 북측에 위치한 단층 건물이 스칸디나비아 클럽으로 사용되었던 건물(현재는 카페, 식당 등이 위치하고 있다.)이며, 동측에 위치한 2층 붉은색 벽돌 건물이 바로 국립중앙의료원 개원 당시 스칸디나비아 3국에서 온 의료진들을 위한 숙소동, 현재의 스칸디나비아 기념관이다.
이는 북유럽 타운하우스 유형의 건축물인데, 6개 동이 나란히 붙어 있는 형태이며, 각 동에는 앞뒤로 2개씩의 출입구가 있다. 각 동은 대지를 따라 조금씩 동측으로 어긋나게 위치하고 있으며 정원을 면한 동측 면이 정면이다. 출입구 위에는 캐노피를 설치해 비를 피할 수 있게 했으며, 동측 면의 1층 창문에도 역시 캐노피를 설치해 강한 햇빛을 차단한 듯하다. 경사지붕의 서측이 더 위로 솟아 있으며, 지붕의 동측 면에는 역시나 고측창이 있어 실내로 햇빛을 유입하고 있다. 창호 등의 변경은 있었으나 외관상의 형태는 건립 당시와 거의 유사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현재의 스칸디나비아 기념관이 위치한 스칸디나비아 하우스 앞에는 초록빛 가득한 정원이 펼쳐진다. 그 우측에는 단층의 스칸디나비아 클럽이 위치하고, 반대편에는 역시나 붉은 벽돌로 지어진 현재의 한방진료부 건물이 위치하여 정원을 둘러싸고 있다. 전체적으로 붉은 벽돌과 하얀색의 건축물들 사이에 둘러싸인 이 정원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벽돌 건축물, 혹은 하얀 건물 사이의 중정들을 떠올리게 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시청사나 병원, 도서관, 대학 등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이러한 공간은 어린아이들과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주곤 하는데, 그러한 분위기를 이곳에서도 느낄 수 있다. 환자들과 의료진들, 그리고 동대문시장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 누구나 들어와서 잠시 오후의 햇살을 맛볼 수 있는 곳, 혼잡한 도심 속에서 만나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사회보장제도로서의 공공의료, 그리고 그 공공의료가 존재하는 장소가 시민들에게 열려 있어 도심 속 공원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신록이 푸르른 계절, 이곳에서 오후의 햇살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제공 이연경_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건축 역사 이론 전공으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도시들이 겪은 근대화와 식민화의 과정을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도시 환경, 그리고 건축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데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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