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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6월호

호국보훈의 달에 떠오르는 클래식 명곡 나의 사랑, 나의 조국
6·25 한국전쟁, 6·29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에는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음악회가 종종 열린다.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을 뜻하는 <레퀴엠>이 6월에 자주 연주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이처럼 특별한 달 6월에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음악작품이나 애국적인 의미가 담긴 명곡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최은규의 음악 정원으로 관련 이미지

애국심을 고취하는 클래식 명곡,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잘 알려진 클래식 명곡 중에는 작곡가의 애국심이 드러난 곡들이 꽤 많다. 그중에서도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는 제2의 국가(國歌)로 여겨질 정도로 핀란드를 대표하는 음악이다. 시벨리우스의 조국 핀란드는 오랫동안 스웨덴의 지배를 받아왔고, 시벨리우스가 <핀란디아>를 작곡하던 19세기 말엽에는 러시아의 식민 통치하에 있었다.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아온 핀란드에서 자란 시벨리우스는 어린 시절부터 핀란드 고유의 전설에 관심을 가지며 애국심을 키웠다. 그의 거의 모든 작품들이 조국 핀란드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특히 관현악곡 <핀란디아>는 각별하다.
<핀란디아>는 러시아의 엄격한 신문 검열에 항의하는 의미로 열린 행사를 계기로 작곡되었다. 당시 이 행사에서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의 사상을 담은 6점의 그림에 어울리는 음악을 작곡하기로 하고, 그중 <핀란드의 각성>이라는 그림에 영감을 받아 <핀란디아>를 작곡했다. 그런데 이 곡이 1899년에 처음 연주됐을 당시만 해도 이 곡은 ‘핀란디아’라고 불리지 않았다. ‘핀란디아’라는 제목은 이듬해인 1900년에 헬싱키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이 곡을 연주하기 직전에 붙인 것으로, 이 행사에 앞서 만국 박람회에서 연주된 안톤 루빈스타인의 환상곡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이러한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핀란디아>는 연주 시간이 7~8분가량인 길지 않은 교향시이지만, 핀란드 국민의 고난과 투쟁을 느끼게 하는 무거운 음악으로 시작해 핀란드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찬가풍의 악상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악상을 담고 있다. 도입부는 북유럽 음악 특유의 묵직한 관현악 음색으로 핍박받는 핀란드의 암울한 현실을 말하지만, 갑자기 빠른 템포로 바뀌면서 러시아의 압제에 대항해 투쟁을 호소하는 의욕적인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 곡 중반에는 플루트를 비롯한 목관악기들이 맑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민요 같기도 하고 찬송가 같기도 한 인상적인 멜로디를 조용하게 연주한다. 이 선율은 러시아의 지배에서 벗어난 핀란드의 평화롭고 자유로운 미래를 나타낸다. 찬가풍의 아름다운 선율은 곡 말미에서 벅찬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며 핀란드의 밝고 찬란한 미래를 암시한다. 본래 음악이라는 예술에는 말을 넘어선 깊은 표현력이 담긴 만큼, 굳이 핀란드라는 나라에 그 의미를 한정하지 않고 이 곡을 듣는다면 누구나 조국을 향한 뜨거운 감정이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국의 산천을 음악에 담은 스메타나의 <몰다우>

체코의 작곡가 스메타나의 교향시 <몰다우> 또한 작곡가의 애국심이 담긴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스메타나의 조국 체코 역시 끊임없이 외세에 시달려왔고 스메타나가 살던 19세기의 체코는 독일계 오스트리아인들이 체코의 생활방식과 문화, 그리고 언어까지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압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처럼 힘든 시기를 살았던 스메타나는 교향시 <몰다우>에서 시벨리우스와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애국심을 표현했다. 본래 <몰다우>는 6곡으로 이루어진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이라는 작품 중 2번째 곡이며, 전체 6곡 중 가장 유명하다. 이 곡은 마치 몰다우강의 흐름을 따라 강가를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핀란디아>가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는 직접적인 표현방식을 취했다면, <몰다우>는 조국의 산천을 그림처럼 아름다운 음악으로 묘사하는 방식으로 애국심을 담아냈다.
스메타나가 표현한 몰다우강의 모습은 매우 구체적이다. 그는 우선 몰다우강을 이루는 2개의 수원으로부터 곡을 시작한다. 본래 몰다우강은 ‘열수천’과 ‘냉수천’이라는 수원으로부터 유래했다고 하는데, 스메타나의 음악에서 열수천은 플루트로, 냉수천은 클라리넷으로 표현된다. 먼저 2대의 플루트가 열수천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묘사하면 잠시 후 2대의 클라리넷이 끼어들면서 냉수천이 합류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다. 이 두 수원으로부터 흘러나온 물이 합류해 거대한 강물이 되는 장면에 이르면 오케스트라의 현악기들이 풍성한 음색으로 몰다우강의 선율을 시원하게 연주한다. 강물이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선율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현악의 선율은 유려하면서도 풍성하다.
몰다우의 강물은 숲과 초원 주변을 돌고 난 후에 농부들이 춤을 추는 축제 장소에 당도하면서 국면이 전환된다. 스메타나는 농부들이 축제를 벌이면서 신나게 춤을 추는 장면을 멋진 춤곡으로 표현했다. 앞서 강물의 흐름처럼 유연하게 흐르던 음악은 이 부분에서 강한 리듬감을 드러내며 다채로운 맛을 전한다. 이윽고 밤이 되면 몰다우 강물 위로 달빛이 비치면서 물의 요정들이 춤을 춘다. 이 장면에서 오케스트라의 현악기들이 목관악기의 반주에 맞추어 신비롭게 연주하는데, 이 곡에서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이처럼 평화로운 음악도 급류를 만나면서 갑자기 격해진다. 급류를 지나면 몰다우 강물은 ‘비셰흐라트’라는 요새에 이르고, 마침내 엘베강과 합류하면서 음악은 장대한 결말에 다다른다.
조국의 밝은 미래를 염원하며 독립 의욕을 고취하는 강력한 음악을 작곡한 시벨리우스, 조국의 아름다운 산천을 그림 같은 음악으로 표현한 스메타나. 두 작곡가가 조국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그들이 음악으로 전한 애국적인 메시지는 분명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에는 음악가들의 애국심이 담긴 클래식 명곡들이 더욱 큰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글 최은규_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 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전당, 부천필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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