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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5월호

인양된 세월호에 바라는 온 국민의 염원 “엄마 손 꼭 잡고 집에 가자”
지난 4월 11일, 3년간의 기다림만큼이나 길게만 느껴졌던 세월호 인양 작업이 완료됐다. 인양을 마치면 곧 가족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미수습자 가족들의 마음과 달리,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수색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이 봄이 가기 전에, 9명의 미 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세월호 미 수습자를 위한 프로젝트 앨범 <집에 가자>를 들으며 목포에서 불어올 늦은 봄바람을 간절하게 기대하는 요즘이다.

서정민의 썰 관련 이미지1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이 적힌 <집에 가자> 음반 표지.
2 4월 7일 벨로주에서의 공연 모습.
3 음악가 김목인과 시와, 황푸하(왼쪽부터 시계방향)가 함께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이후 197일 만인 2014년 10월 28일, 단원고 학생 황지현 양이 기적처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지현 양의 생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나고 없는 진도체육관을 지키던 아홉 가족은 들떴다. ‘곧 우리 아이도, 우리 가족도 돌아올 수 있겠구나.’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정부는 갖가지 이유를 대며 수색 작업을 마칠 것을 종용했다. 가족들 이 수색 작업 종료에 동의하면 세월호를 곧바로 인양하겠다고 했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가족들은 동의했다. 하지만 인양은 하염없이 미뤄졌고, 가족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만 갔다.
미수습자 가족들. 실종자가 아니다. 실종자는 어디 있는지 모르는 이를 일컫는 말이다. 9명이 어디 있는지는 명확하다. 세월호 안이다. 하지만 유해를 아직 수습하지 못했다. 그래서 미수습자다. 유해를 찾아 이미 장례까지 치른 유가족과는 또 다르다. 세월호 3주기가 될 때까지도 바다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시계는 여전히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져 있다.

잊지 않기 위한 음악

싱어송라이터 황푸하는 지난 1월 말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설 연휴인데도 미수습자 가족들은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행여나 세월호가 올라올까, 행여나 이번 설은 함께 보낼 수 있을까,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었다. 황푸하는 그곳에서 은화 어머니와 다윤이 어머니를 만났다.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만이 부모의 가슴을 아프게 한 건 아니었다. 미수습자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와 오해, 무관심과 망각이 그들을 더욱 지치고 힘들게 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황푸하는 생각했다. 노래를 만들어 이들의 이야기를 알려야겠다고. 그게 음악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동료 음악가 김목인과 시와에게 이런 뜻을 전했다. 기꺼이 함께하기로 했다.
미수습자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 앨범 발매와 공연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에 나섰다. 300만 원을 목표로 했는데, 한 달 만에 163명이 500만 원을 모아주었다. 그중 200만 원을 들여 4곡을 담은 디지털 음반 <집에 가자>를 만들었다. 나머지 300만 원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4월 5일 공개된 음반은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4월 7일 저녁 서울 서교동 공연장 벨로주. 가슴에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단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후원자들에게 노래를 들려줘야 할 시간이 왔다. 김목인, 시와, 황푸하가 무대에 올랐다. 소박한 기타 연주와 함께 울려 퍼진 이들의 목소리가 공연장의 공기를 촉촉하게 적셨다.

“엄마가 왔으니 집에 가자/ 엄마 손 꼭 잡고 집에 가자/ 얼마나 추웠니 그곳에서/ 엄마가 왔으니 집에 가자/ 집에 가자/ 따뜻한 밥/ 지어놓고 기다리고 있단다/ 하늘의 친구들도/ 모두 데려와도 좋단다/ 모두들 기다린다/ 엄마가 왔으니 집에 가자.”
_ <집에 가자> 중에서


이 자리에는 은화 어머니와 다윤이 어머니도 올 예정이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세월호가 인양되었기 때문이다. 뭍으로 무사히 올라오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느라 한시라도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대신 다윤이의 언니 허서윤 씨가 함께했다.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그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2반 허다윤의 언니”라고 자신을 소개하고는, 북받치는 듯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수학여행을 떠났고, 무사히 돌아올 줄 알았는데, 그 길이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나고, 하나둘씩 수습되어 아이들이 올라올 때마다 남겨진 가족들은 우리가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했습니다. 남은 가족들의 기다림은 3년이 되었습니다. 동생과 가족이 너무 보고 싶은데, 세월호 배가 눈앞에 있는데, 아직 안아보지 못했습니다. 미수습자 가족에게 인양은 9명을 수습해서 안아보는 것입니다. 세월호는 아이들을 떠나보낸 증거물이기 전에, 내 동생이 있는 곳입니다. 인양의 최우선은 미수습자를 수습하는 것입니다. 배가 뭍으로 올라올 때까지 미수습자 가족 곁에서 함께 아파하고 부모님 마음으로 울어준 국민께 감사합니다. 9명의 미수습자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같이 봄을 맞기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4월 13일 현재, 세월호는 목포신항에 있다. 미수습자 수색에 앞서 배를 세척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선내 수색은 다음주나 돼야 본격화할 것이라고 한다. 그 안에는 미수습자 9명이 있다. <집에 가자> 음반의 노란색 표지에는 그 이름이 또박또박 적혀 있다.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고창석, 양승진, 권혁규, 권재근, 이영숙. 단원고 학생 4명, 교사 2명, 일반 승객 3명이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배가 올라왔어도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을 즈음에는 9명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있기를 바라면서 <집에 가자>의 타이틀곡 <봄맞이>에 귀 기울여본다.

“차가운 바다 바람이/ 멈추고 따뜻한 사월/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외로운 등대 아래서/ 지내온 3년을 이겨내고/ 만날 준비를 합니다/ 너와 함께/ 학교 가보고/ 네가 좋아하는/ 춤도 춰보고/ 함께하는/ 꿈을 꾸며/ 이제는 같이 봄을 맞자.”

이토록 간절한 마음으로 노래를 듣기는 난생 처음이다.

※ <집에 가자>는 유튜브(https://youtu.be/hux9-xnbtnY)와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글 서정민_ 씨네플레이 대표 사진 제공 황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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