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검색 창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ASSOCIATED

8월호

벌룬 아티스트·공기조각가 고홍석 공기를 만지고 조각하는 벌룬 아트
마음이 들뜨는 것을 우리는 곧잘 ‘풍선’에 비유하곤 한다. 가볍게 공중을 나는 모양, 알록달록한 빛깔 덕에 풍선은 즐거움, 기쁨과 연결돼 다가온다. 이 풍선을 재료 삼아 또 다른 작품을 창조하는 이들이 있다. 풍선을 다루는 일은 결국 그 안에 불어넣은 공기를 다루는 일이기에 이들을 일컬어 ‘벌룬 아티스트’ 또는 ‘공기조각가’라고 한다.

무기력한 날들에 마침표를 찍은 풍선

인생에서 우연인 듯 필연처럼 느껴지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나에게는 풍선과의 만남이 그랬다. 20대에 질병으로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나날을 보내고 있을 무렵, 신문에 딸려온 백화점 문화센터 풍선아트 특강 프로그램을 본 것이 시작이었다. 강습 시간에 강사가 보여준 풍선 전문잡지는 처음 접하는 새롭고 충격적인 세계였다. 그것이 내가 풍선아트라는 세계에 들어오게 된 계기였고, 이후 더 알고 싶은 욕구와 만들고 싶은 열정이 점점 커졌다.
1998년에 전문가 과정 교육을 수료한 후 현장을 경험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이 풍선아트에 대해 더 많이 접하고 그 가치를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무렵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많이 생겼고 나는 ‘풍선아트 대중화’를 목표로 ‘풍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풍사모’ 카페를 개설했다. 동호회 회원이 1만 명이 넘을 만큼 매우 활성화됐고 회원들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작품 전시회도 수차례 개최했다.
그 당시 풍선아트와 관련한 기본적인 내용의 책이 없던 상황에서 나는 풍선 이론서의 필요성을 느껴 <고홍석의 매직벌룬 노하우>(2004)라는 책을 냈다. 이후 벌룬아트는 직업으로 이어졌고 나는 사업체를 운영하며 강의, 서적 출판, 행사 등을 통해 활동을 확장했다. 특히 2014년 출간한 책 < Heart Love is >에서는 벌룬 아티스트에게 스스로 작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 책은 현재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일본에서 판매 중이다. 같은 해 태국 벌룬 회사에서 주최한 벌룬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네트워크가 형성됐고 2015년 대만 풍선 전시회에 작품 의뢰를 받으면서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이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대만 풍선전시회에서 선보인 작품.

‘벌룬 아티스트’에서 ‘공기조각가’로

풍선은 둥근 형태의 라운드 풍선과 직선 형태의 요술풍선으로 구분된다. 주로 원과 직선의 조합으로 작품 전체의 형태가 만들어지는데 작품의 선을 표현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티로폼, 일회용 용기 뚜껑, 용기, 스틱 등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기도 한다.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따라 부재료를 선택하기도 하는데, 공기뿐만 아니라 물, 헬륨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주로 공기를 사용한다. 내가 볼 수 없는 것처럼 다른 누군가도 볼 수 없는 공기가 풍선에 들어오는 순간 손의 감각으로 공기를 느껴본다. 내 경우 10대 후반부터 나빠지기 시작한 시력은 계속 악화가 진행돼 현재는 약간의 잔존 시력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형상을 만들 때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말로 설명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려가며 만들게 된다. 볼 수 있는 이들에게는 쉬운 작업이겠지만 나에게는 추상화를 그리는 것과 같은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 사물 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무형의 형상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모든 작업이 도전이다.
내 맘대로 공기의 모양이 변한다. 마치 마술사가 된 듯하다. 무형의 것을 유형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매력적이다. 그래서 풍선을 소재로 선택했고 벌룬 아티스트에서 지금의 ‘공기조각가’라는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1 서울시 직원가족 청사나들이 행사에서.
2 부곡하와이에 설치된 대형 작품.

벌룬 아트, 작품으로서의 소중함에 공감했으면

작업할 때 사용하는 전문가용 풍선은 모두 수입품으로 크기, 색상, 모양별로 모든 종류를 구비하면 꽤 많은 비용이 든다. 행사에 나가면 “풍선 하나만 주세요” 하는 분이 많은데 그럴 때 거절하면 ‘그깟 풍선 얼마나 한다고…’ 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몇 개 풍선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대가 없이 너무 당연하게 요구하는 데 대한 거절이고, 풍선이 저렴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인식은 작업에서 느끼는 가장 큰 장벽이다. 풍선을 아이들의 놀잇감이나 파티의 장식품 정도로만 생각하고 작품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직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할 때의 경솔함, 장애에 대해 갖는 편견 역시 이와 마찬가지라고 느낀다. 조금만 더 상대의 입장에서 인지하려고 노력한다면 마음의 작은 앙금이나 불필요한 갈등은 쉽게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

‘예술이 되는 풍선’을 위해

풍선이라는 소재가 보존 기간이 짧다는 점은 작품 제작에 한계로 작용한다. 따라서 더욱 긴 시간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을 연구 중에 있다. 현재 테스트 중인 작품은 1년이 지나도록 그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 아직은 보완이 요구되는 단계이지만 한계점을 극복해 더욱 다양한 작품의 창작이 가능해지리라 생각한다.
2015년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가 되면서 나는 이제 전업작가로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작품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16년에는 조형아트서울(PLAS)2016에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세 명과 함께 참가해 조형아트에 입문하는 기회도 얻었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풍선을 테마로 공원, 박물관, 미술관을 설립하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목표다.문화+서울

글·사진 고홍석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7·8기 입주예술가. 20여 년 동안 풍선만을 고집한 벌룬 아티스트, 공기조각가(홈페이지www.go-art.co.kr).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