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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8월호

‘사회예술공간 네트워크’ 토론회예술가, 사회예술, 신생공간,
지역에서 따로 또 같이 살아가기

공공 지원의 방향이 예술 창작 활동보다는 소위 사회적인 예술 활동을 향해 있는 지금,
지역 활동가가 아닌 예술가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지역별 거점공간의 조성과
이미 각 지역에 침투해 있는 신생공간들 간의 네트워킹 가능성을 타진해보기 위해
여러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지역으로 흩어져서 자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생공간과 예술가들이 지역과 공생할 수 있는지,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전초전과 같은 자리였다.

진실 혹은 대담 관련 이미지

발제 |
김준기예술과학연구소 소장
권경우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윤율리아카이브 봄 대표
토론 |
2창수시방아트 발행인
김진경우리동네 아뜰리에 대표
뮌(김민선, 최문선)작가
박영균무늬만커뮤니티 멤버
유영봉서울괴담 대표
정현식예술수색단 대표
최윤미뽕뽕브릿지 매니저
홍진훤작가, 지금여기 대표
일시 |
2016. 7. 12(화) 15:00~18:00
장소 |
성북예술창작터

[ 발제1 ] 사회예술, 정치의 국면에서 사회의 장으로

[ 발제자 ] 김준기 예술과학연구소 소장

저는 1990년대 이후 동시대에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예술과 사회를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는 시대, 그것이 이론과 비평, 창작 모든 측면에서 합쳐지는 21세기의 상황을 사회적 예술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예술과 대비되는 개념으로는 정치적 미술이 있습니다. 예술이 정치적인 의제를 다루는 첨예하고 극단적인 상황에 둔감해진 이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것, 정치적인 국면이 지나고 나서 사회적 장으로 예술이 스며들었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예술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1980년대 정치적 의제와는 다른 사회적 국면과 결합해서 액티비스트들이 정면에 나서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시장에 작품을 발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공동체와 동행하거나 사회 변화를 주동하는 행동주의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이와 함께 최근 미술계에서는 신생공간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몇몇이 활동하다가 힘들면 사그라질 것이다, 이념적으로 정리되거나 가치 지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곧 없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신생공간의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적인 장으로 펼쳐나가는 예술 활동이라는 측면이 있고요. 지역성 차원에서도 신생공간들은 서울 도시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예술의 소비자들이 주목하지 않는 서울의 변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 서울에서 벌어지는 탈중심 지역화 현상으로 볼 때도 의미가 있습니다. 사회적 예술과 신생공간의 활동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신생공간은 특정한 가치 성향을 갖거나 통일된 행동을 보이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새로 생긴 공간이라는 중립적인 용어 안에서 사회적 예술에 대한 가치 지향은 어떨지, 탈중심적인 방향은 어떨지를 잘 분별해서 앞으로 함께 의논해야 합니다. 1980년대 민중미술 시대의 정치적 예술 활동의 양상과는 다르게 거점공간을 중심으로 예술가들이 생태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도 주목해 볼 일입니다. 21세기의 한국 예술은 화이트 큐브 기반의 활동이 아니라 마을이든 도시든 농촌이든 사회적 장을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활동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거점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간들의 네트워킹 방식이나 각각의 다른 상황에 관해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다양한 형태로 결합하는 각각의 주체들이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함께 갈 수 있을 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 발제2 ] 커뮤니티와 공간, 그리고 예술

[ 발제자 ]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오늘 얘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예술이라는 개념 안에서 갈래를 타고 있는 공동체예술, 행동예술, 비판예술이 섞여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앉아 계시는 성북예술창작터는 아마도 그중 한 부분을 담당할 것입니다. 성북예술창작터의 사업은 작가들의 작업이나 활동이 지역 안에서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단절되지 않고 지속성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준비와 기획 단계부터 네트워크 중심으로 진행되고 이후의 네트워크가 계속 이 지역에 남아 있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성북에서도 정말 다양한 활동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이것들의 갈래를 만들고 분류하고 모아내고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바탕이 되는 것이 ‘성북시각예술네트워크’입니다.
성북예술창작터의 활동을 커뮤니티 아트라고 한다면 다양한 형태로 결합하는 각각의 주체들이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함께 갈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 과정에서 성북예술창작터가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북예술창작터가 대안공간일 수는 없습니다. 하나의 공간일 수는 있지만, 물리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지역 전체에 걸쳐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떨 때는 드러나고 어떨 때는 철저하게 숨는 전략적인 자세가 결국 커뮤니티 아트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진실 혹은 대담 관련 이미지2015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굿-즈>(좌). 올해 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서울 바벨> 전시 포스터(우).

[ 발제3 ] 신생공간의 현재

[ 발제자 ] 윤율리 아카이브 봄 대표

신생공간이라는 표현을 한 번쯤은 접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신생이라는 단어가 딱히 말해주는 것은 없습니다. 유예적인 단어이고 무언가 면피하고 있는 표현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신생공간이라는 범주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한 것들의 집합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신생공간에 속해 있는 공간과 기획을 갑자기 요청하게 되고 주목하게 된 우리의 사회적 조건들이 새롭게 등장한 어떤 것이라고 이해하는 게 좀 더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신생공간들의 활동이 비교적 양지에서 드러난 행사가 작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굿-즈>(goods2015.com)였고 올해 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한 <서울 바벨>(2016. 1. 19~4. 5) 전시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두 개의 기획에 모두 참여했습니다.
신생공간 지도*를 살펴보면 60~70개 되는데 이 공간들에서 한마디로 미술 전시를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보가 유통되고 관객을 모으고 피드백이 떠돌아다니고 다시 한 지점에 뭉쳐서 특정 이벤트로 나타나기도 하는 활동들이 2013년을 기점으로 활발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역적인 분포도 재미있는데, 사대문 안에는 신생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탈중심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가설에도 어느 정도 부합합니다. 탈중심적인 활동을 하겠다는 매니페스토(manifesto)를 갖고 있기보다는 중심지의 임차료, 교통, 인프라를 감당하기 힘들다 보니 도시 안에서 소위 빠진 구멍을 찾아 침투해 들어가는 지역 활동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신생공간 활동의 재미있는 점은 전시를 해야 하는데 전시 공간과 돈이 없으니 우리가 직접 만들어 전시하자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엘리트적이고 아카데믹한 측면이 있어요. 솔직히 완전히 주류도 아니고 완전히 비주류도 아닌 모호한 캐릭터가 신생공간의 독특한 포지션입니다. 그리고 예술 외부의 전문가들이 협업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 전문가들과 새롭게 현장을 확장해나가면서 신생공간들의 활동이 젊은 세대에게 강력한 진동으로 증폭되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최근 2년간 잠시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미술 현장의 최전선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신생공간의 활동이 특별히 지역과 연관된 활동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물론 어떤 공간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장소가 선택된 것에는 굉장히 우연적인 이유만 있을 뿐입니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는 건 아니고, 그 지역에 대해 잘 모른다는 표현이 정확할 거예요. 그냥 월세가 싸서 선택된 곳이 가장 많고요. 제 경우에도 전시하는 곳에 동네 주민이 오면 오히려 당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이 작업하는데 이상하다며 지나가던 할머니가 들어와서 자꾸 물어보고 하지 말라고 하고 시끄럽다고 경찰을 불러요. 그런 식으로 따지면 지역 주민들은 사실 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관점과 소셜 아트 측면에서 신생공간의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은, 소위 주류에 가까웠던 현대미술이 지역으로 이렇게까지 빠른 속도로 넘쳐흘러서 쏟아부어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아직 잘 모릅니다. 설령 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지역과 부딪치면서 어떤 국면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지역 안에서 신생공간들의 활동이 최전선에서 사회적인 미술의 합의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엮는자(@herbererr)’가 만든 신생공간 아카이브. www.detach.space

결이 다른 예술 주체의 공존

권경우
사회적 예술이라고 묶어서 얘기했지만, 실은 각각의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사회예술, 공공예술, 공동체예술, 그리고 신생공간 등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들이 지역 주민들과 때로는 적으로 만날 수 있다, 신생공간은 지역성이 없다는 말이 중요한 논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창수
저는 청주에서 <시방아트>라는 잡지를 만들고 있는데요. 요즘은 예술이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예술공간 거점망을 지원하면서 주민들과 협업하고 낙후된 환경을 예술을 통해 해결해주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때 예술가는 결국 소모품으로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성북에서 잘되고 있는 사례를 얘기하셨는데 결국 예술가들에게는 어떤 이익이 제공되는지 궁금합니다.
유영봉
저는 성북에서 5년간 주민들과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성북정보도서관에 들어가 지역 안에서 커뮤니티 공간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고요. 요즘 예술생태계라는 말을 자주 쓰는 건, 예술가들이 거점공간을 통해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나 공공과 만나면서 의지할 곳이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사업을 통해 지원금을 받아 배불러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서 무언가 해볼 용기가 조금씩 생기는 거예요. 생태계라는 말이 그런 것입니다.
김진경
저도 성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외부에서 상업적으로 돌아가는 공연을 할 때 더 많이 소모된다고 느꼈습니다. 그전에는 8년간 프랑스에서 극단 활동을 했는데, 공공예술을 한다는 개념 없이 많은 혜택을 받으면서 공연을 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상업적인 극을 하다가 지치기 시작하면서, 지역에서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지역의 거리에서 아주 작은 공연을 할 때 처음에는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술가들이 갖고 있는 어떤 우월감이 제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삶에 예술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면서 어떻게 하면 더 안정적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고 함께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권경우
제가 지켜본 바로는 집값이 싸거나 동네가 좋아서 성북에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이곳을 작업실이나 주거지로 삼을 때는 대부분 개인으로 옵니다. 그러다 ‘성북시각예술네트워크’를 경험하거나 전시 활동 등으로 지역과 만나게 되면 예술가 개인의 정체성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이후에는 무엇보다 지역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이 달라집니다. 작가 대부분이 그렇듯이 개인 작업이 중심인데, 점차 주민을 바라보고 지역 공간에 대한 이해를 갖기 시작합니다. 작가들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하나의 길은 없습니다. 지역에서 예술가들이 살아가는 방법도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성북예술창작터라는 공간과 문화재단이라는 공적 시스템은 일정 정도 매개자와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윤율리
신생공간의 경우 어떤 연대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은 사실 없습니다. 하지만 각자도생하기 어렵다는 점을 현실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에서 민첩 하게 협력하고 있고 그런 일들을 해나가는 동료로서 신뢰를 가지고 존중하고 있습니다. 그런 정도의 온도인 것 같아요. 우리가 뭉쳐서 무엇을 하자, 협의체를 만들자, 정기적으로 무엇을 하자는 욕망은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대응하기에는 저희가 맞닥뜨리고 있는 세계가 너무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그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어떤 유효한 네트워킹의 형태가 필요하고 그게 무엇인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일선에서 감각하고 있습니다.
2창수
대전에서는 전시공간이 부족하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무료 전시공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공간을 무료로 제공해주니 작가들은 좋아했습니다. 잠시 후 그 지역의 갤러리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돈을 주고 전시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나중에는 젊은 작가에 대한 갤러리의 지원과 기획전이 끊기게 되고 결국에는 자생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미술 시장이 없어져버렸습니다. 행정에서 작가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었지만 거기에 익숙해져버리면 자생력이 파괴됩니다.
권경우
공공예술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예산인데요, 성북 지역에서는 그러한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해보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러한 과정이 ‘성북시각예술네트워크’와 같은 모임을 구성하고,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업을 위해 모이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상시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전시나 행사를 준비할 때부터 자연스럽게 결합해서 기획단 형식으로 함께 만들어갑니다.

지금은 국가 기금이 어떻게 침투될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반대로 다 같이 죽을지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김민선(뮌) 작가

예술가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좋은 주민이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예술가가 의식적으로 지역사회에 개입하는 것이 좋은지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홍진훤 작가, 지금여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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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현장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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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식
저는 재개발이 20년 가까이 추진되고 있는 수색 지역에서 예술수색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마을과 예술 중간에서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하고, 외부에 저희의 활동이 어떻게 비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은 소중한 것을 다루고자 하고, 어떤 것이 소중한지는 작가가 선택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수많은 것 중에서 마을을 선택했습니다. 저희의 활동이 마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다양한 에너지가 넘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최윤미
저는 광주에서 뽕뽕브릿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광주에서는 많은 예술가가 대인시장에 모였다가 한순간에 빠져나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자본이 많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생기면서 소규모 공간들이 사라지는 분위기고요. 뽕뽕브릿지는 작년 11월에 개관했는데, 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버텨보자며 고군분투하면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뽕뽕브릿지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알아봐주시는 것이 저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입니다.
최문선(뮌)
2000년 초부터 시작해서 활동한 지 15년 정도 되었습니다. 열심히 했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공공성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것을 작업으로 풀어낼지 실제 사회적 활동으로 풀어내야 할지 사실은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사회적인 발언이나 공공성에 관한 이야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고민하면서 사례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김민선(뮌)
너무 할 얘기가 많아서 할 얘기가 없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얘기는 결국 공공재가 어떻게 사용되는가, 그것이 예술가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가하는 부분입니다. 활동 초기에 저는 장난삼아 기금형 작가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2005년부터 젊은 작가들이 공공기금을 받아서 전시를 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대안공간에서 혜택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은 여러 공간과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성장하는 시기로 변화했습니다. 굉장히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국가 기금이 어떻게 침투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반대로 다 같이 죽을지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제 경험치는 많지만 무엇이 옳은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협의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박영균
공감합니다. 저는 무늬만커뮤니티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잠깐 그 지역에 가서 머물다가 다음을 생각할 수 없고 다시 일어나야 하는 것에 대해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저희 팀은 되도록이면 기금을 받지 말고 지역에서 만나는 분들과 진행해보자고 하고 있습니다. 지원받지 않는 작업실을 갖고 있고요. 자생하려다 보니 많은 것이 이뤄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언젠가를 꿈꾸면서 가고 있습니다.
유영봉
예술가들이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지, 어떻게 작업을 지속할지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공공재를 사용해본 경험도 있고 공공재와 관계를 맺으면서 답답한 부분도 많았지만 중요한 것은 제가 공부한 것입니다. 세부적이고 하찮은 일일지 모르겠지만 ‘여기에는 못을 박으면 안 됩니다’라고 하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에서부터 예술가들도 변화할 것이고 공공이나 관에도 변화가 있을 겁니다.
홍진훤
저는 작가이기도 하고 액티비즘 활동도 하고 있고, 창신동에서 공간(지금여기)을 운영하다 보니 신생공간 흐름 안에 있으면서 도시재생의 과정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조금씩 다 다른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창신동에서는 지역과 무엇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예술가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좋은 주민이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내가 창신동에서 무엇을 한들 이 역사를 얼마나 이해할 지 잘 모르겠어요.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주민으로 할 수있는 일들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예술가가 의식적으로 지역사회에 개입하는 것이 누구를 위해 무엇이 좋은지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두운 길이 있으면 가로등을 설치하고, 낙후된 곳이 있으면 장판을 깔고 도배를 하면 되는데 거기에 왜 자꾸 예술이 개입하는지 잠잠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윤율리
시민으로서의 삶을 사는 것과 예술가로서의 삶을 사는 것은 다릅니다. 저도 미술비평을 하고 기획을 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한 명의 서울시민으로서 투표를 하고 시민단체 후원도 하고 집회를 조직하기도 합니다. 홍진훤 작가님 생각에 동의하는데요. 지역에서 내가 예술가로서 지역사업을 통해 삶에 안정을 느끼고 내 작업을 대중 앞에 드러내는 것이 예술가로서의 상승을 가져오는 일은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내가 작업하고 싶은 주제, 예술가로서 더 나아지고 싶고 발전하고 싶은 주제, 그 방향과 방식에 필요한 규칙과 룰이 있을 것이고 내가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보편적 복지의 혜택을 지역사회 안에서 누리는 또 하나의 다른 결이 있습니다. 지금 ‘문화’가 들어간 부처에서 만들어내는 정책은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한쪽에만 편중되어 있어요. 정말 예술가들이 이런 사업을 통해 얼마나 더 나은 작업을 할 수 있고, 수준 높은 예술가가 될 수 있는지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권경우
어쩌면 ‘대안공간’의 실험을 주도한 세대와 ‘신생공간’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주체들이 한 걸음씩 나와 만나야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술가는 과연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결국 예술가의 작품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그들은 무엇 때문에 활동하는지, 나아가 예술적 감흥은 어디에서 얻는지가 복합적으로 존재한다고 봅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새로운 예술가들은 과연 어떤 지점, 어떤 장소에서 누군가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 대안적인 부분까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 자리가 오늘날의 예술과 예술가, 그리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지역의 플랫폼으로서의 공간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논의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문화+서울

* 본 토론회는 성북문화재단 주최, 자율실천공공회의(주) 협력으로 개최되었으며 서울문화재단 문화정책위원회 ‘현장+담론’프로젝트에서 후원했습니다.
* 토론 내용은 서울문화재단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며 [문화+서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리 전민정
객원 편집위원
사진 최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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