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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월호

오스트리아 신년음악회·무도회의 뒷이야기 클래식 음악 이벤트, 음악적이지만은 않아요
오스트리아의 신년음악회는 유구한 전통과 아름다운 음악의 향연으로 세계 클래식 음악 팬들의 동경의 대상이 된다. 특히 한국 팬들은 이웃 나라 일본의 참여도와 그로써 얻는 문화적인 권위를 의식하기도 하는데, 음악회?무도회의 발전과 일본의 기여에는 사실 우아하지만은 않은 정치·사회적인 맥락이 숨어 있다.

‘2013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2013. 1. 1)의 한 장면. 이 공연은 당시 한국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통해서도 생중계됐다.‘2013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2013. 1. 1)의 한 장면. 이 공연은 당시 한국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유럽 최고의 신년음악회를 향한 동경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는 매년 새해 첫날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가 열린다. 연말에 공개되는 연주 곡목과 음악회가 끝난 직후 발표되는 다음 해 지휘자는 음악회 자체만큼이나 화제가 된다. 또 다른 중요한 신년 행사는 빈 필하모닉 무도회와 빈 국립 오페라극장 무도회다. 신년음악회와 무도회에서 주축을 이루는 음악은 오스트리아의 자랑이자 왈츠의 명가로 꼽히는 슈트라우스 가문의 음악이다.
좁게는 오스트리아와 서유럽 중심의 축제인 빈 신년음악회는 점차 유럽 전역으로 그 외연을 확장했고, 아시아계 관객의 참여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빈 필의 음악회 관람을 포함하는 오스트리아 음악 여행 상품들이 출시되어 있다. 최근에는 세계곳곳에서 생중계가 가능해 현지에 가지 않더라도 실시간으로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방송을 비롯해 대형 영화관이나 호텔에서 중계 상영을 실시하고 있다. 신년음악회의 인기때문인지 국내에서도 슈트라우스 가문의 대표곡을 비롯한 빈 필의 프로그램을 차용한 음악회가 연말과 새해에 집중적으로 열리곤 한다. 각 지자체에서 기획하는 신년 문화 행사 중에는 빈의 신년음악회를 모델로 삼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통을 앞세우는 권위와 활기찬 음악의 향연으로 널리 사랑받는 음악회이지만, 한편으로 평소 왈츠와 무도회 같은 문화를 일상적으로 즐길 특별한 동기가 없는 한국에서는 이러한 전통을 그대로 모방하고 즐기기에 다소 정서적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올림픽 같은 국가 간 경쟁의 자리가 아님에도, 어쩐지 우리에게는 진출해야 할 목적지처럼 설정되기도 한다. 빈 필의 신년음악회나 오페라극장의 무도회를 직?간접적으로 관람한 한국인들은 ‘한국어도 공식 언어에 포함되었으면’, ‘한국 여성들도 한복을 입고 참석했으면’, 더 나아가 ‘한국인 지휘자가 무대에 오르게 된다면’ 좋겠다는 등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마도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하면서 나온 반응일 것이다.

빈 신년음악회와 일본인의 이유 있는 관계

실제로 빈의 신년음악회와 무도회 현장에 일본인 참석자 비중이 높은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언제부터인가 화려한 기모노 차림으로 객석을 채우는 일본 여성 관객들은 빈 신년음악회에서 반드시 만날 수 있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또한 빈의 국립 오페라극장과 빈 필의 공식 홈페이지는 독일어와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로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주 태생의 일본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小澤征爾, 1935~)는 지난 2002년 동아시아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빈 필의 신년음악회를 지휘하기도 했다.
신년음악회에서 눈에 띄는 일본인들의 활약이 단지 음악적 이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빈 국립 오페라극장 메인 스폰서에는 일본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가 포함되어 있다. 이 자동차 기업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재정 위기에 처한 국립 오페라극장에 막대한 규모의 지원을 해오고 있으며, 이 자동차 회사의 본거지인 나고야에서는 매년 봄마다 빈 필 단원들이 참여하는 성대한 음악 축제가 열린다. 오랜 음악 도시의 전통 유지 위기를 동아시아에서 지켜주는 대신, 그 전통의 일부를 동아시아로 전달하는 일종의 ‘거래’가 성사된 셈이다. 아울러 2002년 신년음악회를 지휘한 오자와 세이지는 그해부터 2010년까지 빈 국립 오페라극장의 음악감독을 자리를 지켰는데, 보수적이기로 이름난 빈에서 일본인 지휘자가 취임한 때가 일본 기업의 거액 후원 시점과 일치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클래식 음악 발달 과정의 정치적 이면

콩빈에서 무도회와 왈츠가 본격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한 계기는 1815년경 열린 ‘빈회의’ 시기다. 당시 무도회는 정치적 협상의 어려움을 사교와 로비를 통해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작용했다. 빈의 역사에서 상징적인 왈츠 성립에 기여한 슈트라우스 가문의 전성기는 바로 이때 시작되었다. 1868년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근대화로서의 서구화가 국가 정책으로 추진된 일본에서, 왈츠로 대표되는 서양식 무도회 학습이 주요 과제가 된 것은 필연적인 흐름이었다. 이미 일본에서는 대하 사극의 주요 소재로도 사용될만큼, 서양식 왈츠와 무도회는 어느새 일본 전통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일본 기업의 빈 국립 오페라 극장 후원이 가능했던 배경 역시 이러한 역사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은 유독 힐링 또는 휴식과 같은 수식어가 자주 따라다니듯 일상을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주는 수단으로서의 이미지가 크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볼수록 우리에게 골치 아픈이슈를 전해주는 것 역시 클래식 음악의 특징이다. 그래서인지역사와 정치, 외교 사안들이 얽혀 형성되어온 빈의 신년 행사들을 단지 가벼운 음악 이벤트로만 접근하기에는 어딘가 허전함이 남는다. 실시간이든 녹화 중계든 올해 빈의 신년음악회나 무도회를 관람하게 된다면, 21세기 한국인의 관점에서 앞서 살펴본 내용을 고려하며 무대와 객석을 유심히 관찰하는 기회로 삼는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문화+서울

글 장윤선
대학과 대학원에서 음악사를 전공하고 ‘근대 일본의 서양음악 수용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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