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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월호

서울의 중심, 한국 최초의 공원 ‘탑골공원’ 정치인부터 도박꾼까지, 왁자하던 공원 풍경
서울 종로구 종로2가에 위치한 ‘탑골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 공원으로, 지난 1919년 3·1 운동 당시 시민과 학생들이 이곳에 모여 “만세”를 외쳤습니다. 고려 시대에는 이곳에 흥복사라는 절이 있었고, 조선 시대 전기에는 원각사가 그 자리에 들어섰습니다. 연산군이 원각사를 폐사하고 중종 때 건물이 모두 철거되면서 빈터만 남아 있다가 1987년 영국인이 설계해 공원으로 꾸며졌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파고다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한 이곳은 1991년 사적 제354호로 지정됐고, 1992년 옛 지명을 따 탑골공원으로 개칭됐습니다.

1956년 파고다 공원.1956년 파고다 공원.

1950년대 서울시민의 휴식처이자 치열한 정치의 현장

탑골공원에는 독립선언문 낭독이 이루어진 공원 내 팔각정을 중심으로 원각사지십층석탑과 대원각사비, 앙부일구(해시계) 받침돌 등의 문화재가 있습니다. 또 1966년 의암 손병희 동상이 건립됐고, 이듬해 한용운 기념비가 세워졌으며 1980년에는 3·1운동 기념탑과 벽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진>은 1956년 공원 풍경입니다. 공원에 많은 시민이 모여 있네요. 요즘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주로 이곳을 찾지만 예전에는 서울시민의 대표적인 휴식처였습니다.
이곳은 또 치열한 정치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그해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자유당과 야당인 민주당이 공원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외쳤습니다. 당시 신문에 선거운동을 하던 날 공원 풍경을 스케치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시골 노인은 소리 나는 스피커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으나 대부분 사람들은 얼굴은 그 편을 향하고 있지만 눈은 먼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그중에도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얼굴을 두 무릎 속에 푹 파묻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군상이 여러 명 있는데 대개가 청년이다. 우악스럽게 생긴 친구들이 마구 큰소리로 떠들며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얼핏 보아 돈에 팔린 어깨패들이다.” 이 기사를 보면 당시 정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공원에 인근 주민과 소풍객, 실업자 등이 하루 수만 명씩 드나들며 ‘칠(七)자놀이’라는 사기 도박이 성행했다고 합니다. 도박꾼 물주만도 20~30명에 달했습니다. 칠자놀이는 유(有), 광(光), 강(江), 복(卜), 무(茂), 지(只), 필(必) 등 일곱 글자를 가지고 물주가 그중 한 자를 비밀리에 결정한 후 사람들이 돈을 걸고 맞히게 하는 단순한 도박이었습니다. 맞히면 건 돈의 여섯 배를 줬다고 합니다.
도박판 주위에 수십 명이 몰려 있고, 물주를 지휘하는 도박판 주인이 노름판 뒤에서 태연하게 앉아 있어도 공원 관리인은 사법권이 없어 단속할 수 없었습니다. 공원 정문 옆에 파출소가 있었지만 경찰도 신경 쓰지 않아 도박판이 공공연하게 벌어졌습니다.

공원 뒤편의 작은 골목길이 정겹던 풍경 속으로

국보 제2호인 원각사지십층석탑이 지금은 훼손을 막기 위해 대형 유리 보호각 안에 놓여 있지만 당시에는 팔각정 옆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1467년 제작된 이 탑은 경복궁에 있는 고려 시대 경천사지십층석탑(국보 제86호)을 본떠 만든 것으로, 3층 기단과 10층의 탑신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 석탑 표면에는 부처상과 각종 동물상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유리 보호각은 2000년에 덧씌워졌습니다. 산성비와 비둘기 배설물 등이 대리석으로 된 탑 표면을 부식시키자 종로구청이 이 같은 조치를 했습니다. 2008년 초에 꽉 막힌 보호각이 답답한 느낌을 주는 데다 유리의 반사 때문에 탑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문화재청은 이 탑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이전, 보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실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이탑의 모델이 된 경천사지십층석탑은 국립중앙박물관 실내에 보존돼 있습니다.
철거된 옛 중앙청 건물이 저 멀리 보입니다. 지금은 높은 빌딩들이 이 공원을 에워싸고 있지만 1950년대에는 낮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네요. 종로 풍경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 종로 길을 유유자적 걸어보고 싶습니다. 공원 뒤로 보이는 구불구불한 작은 골목들을 걸으면 절로 콧노래가 나올 것 같습니다.문화+서울

사진 김천길
전 AP통신 기자. 1950년부터 38년 동안 서울지국 사진기자로 일하며 격동기 한국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글 김구철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대중문화팀장으로 영화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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