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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금천마을활력소 어울샘 장르와 세대를 불문한 자연스러운 어우러짐
과거 수압을 높여 고지대에 물을 잘 나오게 하던 가압장에 이제는 문화예술이 샘솟고 있다. 2013년 9월 마을예술창작소로 시작해 2018년 9월 마을활력소로 거듭난 어울샘이 그곳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듯 문화예술에 목말랐던 주민들이 스스로 어울샘으로 모여들었다.

주민에게 좀 더 친근한 공간으로

서울시에서 조성하고 있는 마을활력소는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주민이 직접 주도해 조성 단계부터 운영 단계까지 참여하는 공간으로 금천구에는 어울샘을 포함해 3곳이 있다.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의 마을예술창작소가 마을활력소로 다시 태어나기까지는 약 1년이 걸렸다. 지상 4층으로 높아졌으니 거의 신축이나 다름없었다. 수차례의 회의와 워크숍을 거치며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공간 설계에 반영했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마을예술창작소라는 이름을 어렵게 느꼈어요. 전문가들이 창작해야 할 것 같고 일반 주민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한 거죠. 마을활력소는 좀 더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마을공동체 회복을 중심으로 하되 마을예술창작소 기능을 하는 마을활력소로 정체성을 잡고 있어요." 금천구에 살며 2014년 운영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해 2016년부터 공간매니저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엄샛별 주무관의 얘기다. "지역에 전시할 만한 공간이 없었어 요. 예술에 친숙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주민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빈벽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주민이 5년 동안 써온 일기장을 발췌해 전시하고 미대를 준비하던 학생이 입시 미술이 아닌 자유롭게 그린 그림을 전시하는 등 지역주민과 같이하는 전시였다. "마을예술창작소는 2016년부터 잘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전에는 진통을 많이 겪었죠. 민주적인 소통 방식과 공공성 기반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달랐어요." 이때부터 학생들도 많이 오기 시작했다기에 계기를 묻자 "제가 같이 잘 놀아주어서?"라며 웃는다. 공간이 예쁘고 반겨주는 사람이 있으니 소문이 난 것이다.
리모델링하면서 2층은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도보 10분 거리에 초등학교 3곳, 중학교 1곳, 여고와 여상이 각 1곳씩 있다 보니 방과 후에 이곳에 와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많다. 각기 다른 학교의 학생들이 한 공간을 쓰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화장을 진하게 한 여학생들도 오고 완전 모범생들도 와요.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있고 인근에 보육원도 있고요. 억지로 어울리게 하지 않고 지켜보는 중이에요. 같이 떡볶이를 만들어 먹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접점을 만들려고 하죠. 주민들은 학생들이 밖에서 떠돌지 않고 여기 와서 노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지하 1층에는 다목적홀과 악기 연습, 팟캐스트 녹음 등을 할 수 있는 작은 방 2개를 갖추고 있다. 마룻바닥에 벽이 거울로 된 다목적 홀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방송댄스 연습 장소로 인기다. 공유부엌, 무인카페, 모임공간으로 구성된 3층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의자, 테이블 등 대부분의 가구는 마을예술창작소 때부터 쓰던 것들이다. 10명 정도 들어가는 모임공간은 칸막이가 통유리로 되어 있어 안에서 하는 활동이 밖에서도 보인다. 4층에도 금천구체육회 사무실 외에 다목적 공유공간인 '고민뺄샘'이 있어 활동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공간을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다.

관련이미지

1 어울샘 외관.

2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부엌.

3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이용하는 어울샘.

어울샘은 우리가 채운다

어울샘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전 세대를 아우른다. 오전에는 주부와 노인층, 오후에는 청소년, 저녁에는 청년과 직장인들이 찾아와 하루 내내 북적인다. 직원들이 퇴근하는 오후 7시 이후에는 동아리들이 규칙을 정해 자율적으로 이용한다. 어울샘에서 활동하는 동아리는 총 19개. 오카리나, 기타, 해금, 우쿨렐레 등 악기 연주, 퀼트, 판화, 수채화, 종이접기 같은 미술과 공예 분야 등 다양하다. 1년에 한번 입주 신청을 받는데 올해는 33개 팀이 신청해 면접을 거쳐 선발했다. 공간을 그냥 빌려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울샘과 같이 성장하기 위해 신입회원 모집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 공간 이용 규칙은 동아리와 운영위원회가 합의해 정한다. 어울샘의 핵심인 운영위원회에는 현재 3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운영위원들은 어울샘지기라 불린다. 임원이나 회장 없이 모두 동등한 관계이다. "주민들끼리 1년 정도는 회의만 하자고 했어요. 어떤 공간이어야 하고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지 끊임없이 실험하는 기간이 될 것 같아요." 운영위원 경험이 있는 엄샛별 주무관의 예상이다.
올해 어울샘의 주요 사업은 '해도 돼지'다.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어울샘지기들이 실행 단계별로 선별해 어울샘의 활동 체계를 같이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다. 모든 과정이 민주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치고받기를 오랫동안 해와서란다. 누구나 앓는 성장통이 탄탄한 밑거름이 된 셈이다. "매년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틀이 잡히고 있어요. 이제는 '이게 바로 어울샘이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예술가도 있고 연령, 직업, 모두 다양하 지만 기본적으로 문화예술에 애정이 많은 분들이에요. 주민들의 공간에 대한 애착도 굉장히 커요. 공공에서 좋은 건물을 지어주었으니 우리 동네에 생긴 공간을 잘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글 전민정_객원 편집위원
사진 제공 어울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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