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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뮤지컬 <마틸다>와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셰익스피어 코드로 읽는 뮤지컬
공연계의 황실 인증 브랜드라 할 만한 143년 전통의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이하 RSC)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이야기 마법사 로알드 달의 대표작을 뮤지컬로 만든 <마틸다>. 그리고 2014년 미국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어워즈 그랜드슬램, 영국 토니어워즈 4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바로 셰익스피어다. 두 뮤지컬의 매력을 셰익스피어 코드로 다시 읽는다.

21세기 셰익스피어형 여주인공을 만나다<마틸다> 9. 8~2019. 2. 10, LG아트센터

당당하게 두 다리를 벌리고 서서 작은 주먹으로 허리를 짚고 턱을 뾰족하게 들고 있는 소녀의 실루엣. 뮤지컬 <마틸다>의 포스터는 이 작품의 메시지를 한 장의 사진으로 함축한다. 그리고 마틸다는 이렇게 외친다. “그건 옳지 않아!”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이 1988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마틸다>는 책을 사랑하는 소녀 마틸다가 자신을 학대하는 부모와 교장선생님의 부당함에 맞서는 이야기다. 2010년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븐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 800만 관객의 박수갈채와 함께 이어진 마틸다의 용감한 여정이 드디어 한국 무대에 펼쳐졌다.
뮤지컬 <마틸다>를 제작한 RSC는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875년 그의 고향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븐에 세워진 ‘로열셰익스피어극장’의 역사와 함께한다. 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제작하는 RSC가 로알드 달의 <마틸다> 제작에 나선 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을 터. 셰익스피어는 유독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강인하고 진보적인 여성을 사랑했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탐욕스런 샤일록에 맞서 판결을 내리는 포시아 판사, <맥베스>에서 점점 유약해져가는 남편을 질책하는 맥베스 부인을 보라. 사랑하는 로미오를 위해 가족을 버리고 집을 떠나는 당돌한10대, 줄리엣은 또 어떤가. 하지만 스페인으로 떠나는 가족의 차에 오르는 대신 자신의 재능을 아껴주는 하니 선생님의 집에 남겠다는 5살 마틸다의 선택 앞에서는 줄리엣도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셰익스피어도 무릎을 치며 감탄할 만한 마틸다의 매력이 전염성 강한 것만은 확실하다. 극장을 나서며 자연스레 “그건 옳지 않아!”를 외치게 될 테니.

관련이미지

1 뮤지컬 <마틸다>.

2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리처드 3세와 젠틀맨 몬티 나바로<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11. 9~2019. 1. 27,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1909년 영국 런던, 이제 막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몬티 나바로의 누추한 집에 한 여자가 찾아온다. 그는 돌아가신 몬티의 어머니가 고귀한 다이스퀴스 귀족 가문의 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힌다. 돈 대신 사랑을 택한 어머니는 가문에서 쫓겨나고 남편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 홀몸으로 고생하며 몬티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는 여느 통속 소설과 다를 바 없지만 그 뒷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다이스퀴스 가문의 피가 흐르는 몬티가 이제 상속인 자격을 얻게 되었다니! 잠깐, 행운이 그리 쉽게 찾아오지는 않는 법. 몬티의 백작 승계 서열 순위는 9위. 다시 말하면 그 앞의 후계자 8명이 사라져야 ‘하이허스트 백작’이라는 고귀한 칭호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직업도 돈도 없어, 사랑하는 여자마저 돈 많은 남자에게 빼앗기는 이 지질한 남자가 하이허스트 백작이 되기 위해 8명의 귀족들을 제거해나가며 야심남으로 변신하는 것이 이 공연의 백미. 그런데 가만, 몬티 나바로, 이 남자, 어디선가 본 듯하지 않은가? 바로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 몬티 나바로처럼 그 역시 가문에서 외면받을 운명을 타고난 인물이다. 등이 굽은 기형의 몸에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얼굴을 가진 리처드. “절름대는 병신 꼴이라 절뚝이고 지나가면 개들이 짖어대.”(셰익스피어 전집, <리처드 3세>, 이상섭 옮김) 그는 형과 조카들을 죽이고 왕관을 빼앗겠다는 증오와 함께 악마가 되겠다는 맹세를 한다.
작가가 리처드 3세를 염두에 두고 몬티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게도 이 작품의 초연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있는 ‘올드 글로브 시어터’ 무대에서 펼쳐졌다. 런던에 있는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을 그대로 본뜬 극장이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몬티가 후계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성당, 스케이트장, 은행, 화려한 정원에서 그들을 숨 가쁘게 뒤쫓는 장면은 LED 스크린 무대의 빠른 전환으로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이렇게 8번이나 죽어나가는 인물을 모두 한 명의 배우가 소화해내니, 커튼콜의 스타는 단연 그다.

글 최여정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 저자
사진 제공 신시컴퍼니, 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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